오피스텔 계약 '0건'…"인허가 반납해요"

김유신 기자(trust@mk.co.kr) 2023. 7. 17.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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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스텔값 4분기째 하락
서울 거래, 작년 3분의 1 '뚝'
주택 수 포함돼 투자 외면 탓
대출·취득세 아파트보다 불리
"집주인 세부담 월세 전가도"
아파트 거래가 증가하고 가격도 오르는 것과 달리 오피스텔 시장은 깊은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사진은 마곡지구 오피스텔 전경. 연합뉴스

A시행사는 올해 초 서울에서 오피스텔 분양에 나섰지만 계약률이 전체 공급 물량의 1%에 그쳤다. 오피스텔 분양 시장 분위기가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자 A사는 수분양자에게 계약금을 돌려준 뒤 분양 일정을 중단했다. 하지만 기존에 받은 PF 대출로 인해 이자 부담이 커지자 일정을 마냥 미루기 어려워 조만간 다시 분양에 나설 계획을 세우고 있다.

B시행사도 올해 수도권에서 오피스텔 분양을 실시했지만 계약을 한 건도 체결하지 못했다. B사는 오피스텔 분양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해 일정을 모두 중단하고 설계 변경을 추진하고 있다. 지금까지 받은 인허가를 모두 반납한 뒤 공급 물량 중 일부를 도시형 생활주택 또는 아파트로 변경해 다시 분양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다만 설계 변경에 따른 공사비 증가와 용적률 손실은 여전히 부담이다.

문재인 정부 당시 아파트 가격이 급격히 오르며 대안으로 떠올랐던 오피스텔 시장에 찬바람이 불고 있다.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며 안전자산으로 여겨지는 아파트 쏠림 현상이 심화되는 가운데 오피스텔은 주택 수 산정에도 포함되며 수요자들에게 외면받고 있기 때문이다.

17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2023년 2분기 오피스텔 가격동향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오피스텔의 매매가격은 전 분기 대비 0.85%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오피스텔은 지난해 3분기부터 4개 분기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거래도 저조한 편이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이날 기준 6월 오피스텔 매매거래 건수는 641건으로 전년 동기(1798건) 대비 3분의 1 수준이다.

이처럼 오피스텔이 애물단지로 전락한 이유는 아파트 등과 비교해 세금 측면에서 불리하고, 대출을 받는 데도 불리하기 때문이다. 우선 아파트 등 주거용 주택은 전용 85㎡ 이하의 경우 부가가치세 면제 대상이지만, 오피스텔은 여기에서 제외된다. 취득세에서도 차이가 난다. 오피스텔은 용도에 관계없이 취득 시점에 업무시설로 분류돼 취득세 4.6%를 적용받는다. 아파트(1.1%)와 비교해 4배나 취득세 부담이 높은 것이다.

최근 수도권 시장이 바닥을 다지기 시작한 건 정부의 특례보금자리론 출시 효과가 한몫하고 있다. 하지만 오피스텔은 특례보금자리론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며 매수세가 살아나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2020년부터 보유 주택 수에 주거형 오피스텔이 포함되기 시작하며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부담까지 더해져 오피스텔 보유 이점이 더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영호 부동산분양서비스협회 회장은 "주거형 오피스텔을 주택 수에 포함하는 것은 시장이 활황일 때 투기 방지의 일환이었지만, 지금은 오히려 상품성을 떨어뜨리는 족쇄로 작용하고 있다"며 "전세 사기로 인해 월세를 희망하는 1·2인 가구가 늘고 있는데, 이런 과중한 세금은 결국 월세 인상을 불러 임차인에게도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오피스텔 시장의 침체는 PF 시장의 부실을 불러와 제2금융권의 리스크를 높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가 작년 6월 국내 금융사의 부동산PF 노출을 분석한 결과 캐피털사의 비아파트 PF 비중은 46%, 저축은행은 69%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유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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