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천 250억 먹튀 호텔', 주관금융기관 '짬짜미'의혹 제기
"주관금융기관에 대한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 요청"
합천영상테마파크 호텔 건립 사업 시행사 대표가 250억 원의 PF(프로젝트 파이낸싱)대출금을 들고 잠적한 사건과 관련, 합천군이 이 사업 주관 및 대리금융기관 관계자들을 경찰에 고발해 새 국면을 맞고 있다.
합천군은 '합천영상테마파크 숙박시설 조성사업' 금융기관 측 PF대출 업무 담당자들을 지난 10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상 업무상 배임 및 횡령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고 17일 밝혔다.
금융기관과 시행사는 직접적인 공모, 혹은 대리금융기관 관계자들이 시행사의 사업비 불법 사용 목적을 알면서도 방조한 것으로 의심된다는 게 군의 주장이다.
군은 이례적으로 17일 ''합천 호텔 먹튀 사건' 국면 전환되나…"주관금융기관 짬짜미 의혹"'이란 제목의 보도자료를 통해 일반적인 PF대출 자금 인출 과정은 차주인 시행사의 독단적인 판단 및 지출을 견제하기 위해 금융기관, 대주, 신탁사, 시공사 등의 자금 집행 동의를 받아야만 자금집행이 가능하도록 돼 있지만 이 사업은 대리금융기관과 시행사가 PF대출 자금 집행 동의 과정에 군과 시공사를 철저히 배제해 '짬짜미' 의혹이 짙다고 주장했다.
또 "지난 10일 대리금융기관 PF대출 업무 담당자 등을 경남경찰청에 고발, 수사를 의뢰 했다"며 "시행사와 감리업체간의 이면계약서 존재, 동일 용역 중복계약 등 이해할 수 없는 자금 집행이 대부분으로 시행사와 자금 집행 동의권자인 대리금융기관 관계자들의 공모가 의심 된다"고 덧붙였다.
수사 결과에 따라 군의 손해배상액에 크게 영향을 줄 것으로 보여 귀추가 주목된다.
군은 합천군 시행사가 대리금융기관에 제출한 지출증빙서류에 시행사가 사업비를 부풀려 그 차액을 부당하게 사용할 것임을 명백히 보여주고 있다는 주장도 폈다.
'계약금액과 실계약금액의 차액을 시행사의 지정계좌로 입금한다'라는 확약서가 첨부 돼 있고, 2021년 12월 대출 약정 후 이틀 만에 일어난 PF대출 최초 자금집행임을 감안했을 때, 대리금융기관에서 계약서를 제대로 검토만 했어도 시행사의 전체 사업비 횡령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더욱이 호텔 준공 시점에 투입 돼야 하는 수열에너지공급 용역으로 3건, 28여억 원이 집행되는 등 동일한 용역이 다수 중복 집행됐으며, 집기류공급 용역 35여억 원 등 성과품이 없는 허위 용역으로도 다수 집행됐다. 이자 등 필수적인 집행을 제외한 수열에너지, 집기류, 조경시설 등으로 시행사 관계자 등을 통해 180여억 원이, 시행사의 인건비, 업무추진비 등으로 20여억 원이 부당하게 집행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A금융사에 근무하는 B씨에 따르면 "대출원리금 회수와 안정적인 상환을 핵심가치로 삼는 PF대출에서 기본적인 지출증빙서류와 용역의 적정성, 용역 기성고의 내역 등을 점검을 하지 않은 것은 비정상적이며, 의심의 여지가 충분이 있다"고 말했을 뿐만 아니라 대리금융기관에 대한 지난달 27일 경남청의 강도 높은 압수수색 또한 유착이 있음을 보여주는 방증이라고 군은 주장했다.
또 "실제 대리금융기관의 PF대출 책임자와 시행사의 전 이사 H씨가 과거 타 금융기관에 장기간 근무기간이 겹치는 것이 확인 돼 그 의혹이 짙어졌다"며 "이번 사태의 원인을 잠적한 시행사 측 K대표보다 대리금융기관과 PF관련 업무를 전담한 시행사 전 이사 H씨를 금융기관과 시행사 유착의 핵심인물로 보고 있다"고 군은 덧붙였다.
한편 대리금융기관은 지난 3일 실시협약 및 대출약정에 따른 '손해배상'이라는 조항을 근거로 합천영상테마파크 숙박시설 조성사업 PF대출 대출원리금 상당을 손해배상하라는 내용을 합천군에 통보했다.
이에 군은 수차례에 걸쳐 부당 집행된 내역에 대해 공모 및 방조, 민법상 선관주의의무 위반, 대출약정서 위반 등을 이유로 민형사상 조치를 예고하며 대리금융기관에 불응을 통보했다.
'합천영상테마파크 숙박시설 조성사업'은 지역경제 활성화와 체류형 관광산업을 육성을 위해 민간 사업자인 시행사와 합천군이 2021년 9월에 실시협약을 맺고 590억 원(PF 550억 원)의 사업비로 영상테마파크 내 부지에 지하 1층, 지상 7층짜리 4성급 호텔을 짓기로 했다.
공정율 6% 가량 기초 토목공사 공사 중 추가 PF가 불가하다는 군의 통보 후 시행사 대표가 잠적했으며, 시행사에서 사업비 250여억 원을 횡령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군 관계자는 "이번 사태의 피해가 고스란히 군민들에게 돌아오는 만큼, 수사기관의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를 당부드린다"며 "모든 역량을 동원해 사태를 해결해 군의 피해를 최소화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합천군은 현 자산운용사 대표이며 시행사 이사였던 H씨와 대리금융기관 '영상테마파크 숙박시설 조성사업' PF업무 관련자를 시행사와 주관금융기관의 공모 의혹으로 금융감독원에도 민원을 제기했다.
이동렬 기자 dy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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