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 "인식을 완전히 뜯어고쳐야" 공무원들 질타, 왜?

박소연 기자 2023. 7. 17.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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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종합)귀국한 尹대통령, 온종일 호우 피해수습 집중…예천군 산사태 현장 찾아 "정부서 다 복구할 것"
6박8일 간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집중호우 대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해외 순방에서 귀국한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수십명의 사상자를 낸 집중호우 피해 수습에 집중했다. 윤 대통령은 청주 오송 지하차도 침수 참사와 산사태 등을 '재난 대응 기본 원칙'을 지키지 않아 발생한 '인재(人災)'로 규정하고, 공무원들을 사실상 질책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집중호우 대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고 "이번 인명 피해가 발생한 지역을 보면 산사태 취약지역 등 위험 지역으로 제대로 관리가 되지 않아 사태를 키운 것으로 판단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위험 지역에 대한 진입 통제와 또 위험 지역으로부터의 선제적 대피를 작년부터 거듭 강조하고 있지만 현장에서 재난 대응의 기본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다면 국민의 안전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어 "위험 지역에 있는 주민, 또 그 지역이 위험해질 수 있는 상황이 된다고 하면 선제적으로 판단해 빨리 안전한 지역으로 이동 대피를 시켜야 하고 위험한 지역으로의 진입은 교통 통제, 출입 통제를 시켜서 위험 지역으로는 들어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재난 대응의 인명 피해를 막는 기본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폭우에 따른 미호천 제방 붕괴로 운행 중이던 차량 15대가 물에 잠긴 오송 지하차도 침수 참사와 산사태가 막을 수 있었던 '인재'였는데 재난 대응 원칙을 지키지 않아 인명피해를 키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6박8일 간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집중호우 대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사진=뉴시스

대통령실 핵심관계자는 머니투데이 더300(th300)과의 통화에서 "지난해 8월 강남권 수해와 9월 태풍 힌남노 피해 등 재난 때마다 윤 대통령은 재난 대응 제1원칙으로 사전통제를 누누이 강조해왔다"며 "윤 대통령 지시대로 사전 통제와 대피만 제대로 했으면 인명피해를 막을 수 있었단 측면에서 윤 대통령이 오송 참사에 대한 안타까움과 아쉬움을 드러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또 공무원들의 안일한 상황 인식도 지적하며 현장 위주의 대응을 주문했다. 윤 대통령은 "기후변화 상황을 늘 있는 것으로 알고 대처해야지 이상 현상이니까 어쩔 수 없다는 식의 인식은 완전히 뜯어고쳐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민의 안전을 담당하는 공무원들은 집중호우가 올 때 사무실에 앉아만 있지 말고 현장에 나가서 상황을 둘러보고 미리미리 대처해 달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회의 후엔 즉각 경북 예천군 감천면 산사태 피해 현장을 찾았다. 윤 대통령은 이재민들을 만나 위로하고 "정부에서 다 복구해드릴 것"이라고 약속했다.

윤 대통령은 초록색 민방위복을 입고 김학동 예천군수와 이영팔 경북소방본부장으로부터 13~15일 집중호우 피해 상황과 호우 관련 인명구조 및 합동 수색 계획 브리핑을 받았다.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경북 예천군 감천면 산사태 피해 현장을 점검한 뒤 노인회관에 마련된 임시주거시설을 찾아 주민들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사진=뉴시스

윤 대통령은 이동 중 토사물을 퍼내고 있는 주민들과 복구 작업 중인 경찰과 군 장변들을 만나 "수고 많으십니다"라고 말했다. 한 주민이 "집이 다 날아갔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차량 한 대가 산사태에 쓸려 거꾸로 뒤집혀져 놓여 있는 곳에 도착했다. 차량 주변엔 출입금지 테이프가 둘러져 있었다. 윤 대통령은 "나만 (사진)찍지 말고 주변을 모두 찍어 놓으라"고 참모들에게 지시했다. 현장엔 암석이 켜켜이 쌓여 있는 등 아수라장이었다. 마을 안쪽 길은 진흙으로 뒤덮여 걸어가기도 힘들 정도였다. 휴대전화와 인터넷도 끊겼다.

윤 대통령은 이어 이재민 임시거주시설로 쓰고 있는 벌방리 노인복지회관을 방문했다. 안방엔 80~90대 할머니 20여명이 윤 대통령을 기다리고 있었다. 윤 대통령은 안방으로 들어오면서 할머니들에게 "아이고 아이고 얼마나 놀라셨나"라고 인사했다. 한 할머니는 윤 대통령이 바닥에 앉자 다가가 손을 잡으며 울먹였다.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경북 예천군 산사태 현장을 둘러보며 피해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사진=뉴시스

윤 대통령은 "저도 어이가 없다. 저는 해외에서 산사태 소식을 듣고 그냥 주택 뒤에 있는 그런 산들이 무너져 갖고 민가를 덮친 모양이다라고 생각했지, 몇백 톤 바위가 산에서 굴러 내려올 정도로 이런 것은 저도 지금까지 살면서 처음 봐 가지고"라며 "얼마나 놀라셨겠나"라고 위로했다.

윤 대통령은 "여기서 좁고 불편하시겠지만 조금만 참고 계시라. 식사 좀 잘하시고. 정부에서 다 복구해 드리고 할 테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시라"고 약속했다. 이어 "제가 올라가서 잘 챙겨서 마을 복구할 수 있게 다 조치를 하겠다"고 말했다. 한 할머니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하자 윤 대통령은 "정부에서 다 해야 할 일이니까 기다려 달라"고 했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이 산사태 현장은 기후변화로 인한 천재지변의 결과란 점에서 근본대책이 필요하단 점을 강조할 필요가 있었다"라며 "수해입은 지역에 대한 격려 방문이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대통령실은 집중호우로 큰 피해를 본 경상북도와 충청북도 지역을 중심으로 특별재난지역 선포를 위한 피해 조사를 조속히 마무리한단 방침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특별재난지역 선포 등 정책 수단을 모두 동원해 후속 조치를 신속하게 추진해 달라"고 지시했다.

박소연 기자 soyun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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