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로 '극한호우' 연례화, 과하다 싶을 정도로 대응해야 [사설]

2023. 7. 17.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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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폭우로 극심한 수해를 입은 충청·경북·전북에는 3일 만에 평년 장마철 강수량을 훌쩍 뛰어넘는 비가 내렸다. 기후변화 여파로 수십 년에 한 번씩 찾아오는 집중호우가 연례적으로 반복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달 13일부터 16일 오후까지 충청·경북·전북에는 300~570㎜의 많은 비가 내렸다. 특히 '오송 지하차도' 참사가 벌어진 충북 청주 상당구에는 같은 기간 474㎜ 폭우가 퍼부었다. 지난 30년간 청주에 한 달간 내린 평균 장맛비는 344.7㎜다. 그런데 이번엔 불과 사흘 남짓 기간에 평년 장마철보다 38%가량 많은 비가 쏟아진 것이다. 게다가 이번 장맛비는 6월부터 일찌감치 예고됐다. 엘니뇨 현상으로 동태평양 감시 구역의 해수면 온도가 오른 데다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치는 동인도양 및 필리핀해 온도도 뛰었기 때문이다.

기온이 오르면 수증기 증발이 많아지면서 강수량도 증가해 폭우로 이어진다는 건 상식이다. 작년 8월 하루 381.5㎜의 강수량으로 서울 강남역 일대와 반지하 주택 등이 잠기면서 많은 인명 피해가 발생한 것도 이런 기록적 폭우 탓이 크다. 그런데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이번에 예고된 장맛비마저 안전 무시와 관리 소홀 등으로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무사안일과 무책임에 대해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기상이변이 일상이 된 지금 과거 지식과 데이터에 근거한 재난 시스템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기후 온난화가 심화하면 시간당 180㎜의 극한호우도 나타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경고다. 이 같은 예측 불허의 호우에 대비하려면 기존의 형식적 대응이 아닌 창의적이고 과학적인 대책이 절실하다.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중앙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이상 현상이니 어쩔 수 없다는 식의 인식은 완전히 뜯어고쳐야 한다"고 질타한 것도 이 때문이다. 자연재해를 인력으로 막을 순 없다. 하지만 과하다 싶을 정도로 대비하면 물난리로 인한 생명과 재산 피해는 얼마든지 줄일 수 있다. 소중한 생명을 앗아가는 '후진국형 인재'가 더 이상 있어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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