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동정담] 아이 없는 도시
영국 런던에서 학생 수가 줄어 올해부터 2027년까지 243개 학급이 사라질 전망이다. 해크니와 서더크 등 런던 도심에선 1명이라도 부양 아동이 있는 가구 수가 20년간 꾸준히 줄고 있다. 전문가들은 런던에서 점점 더 아이들이 사라지고 커뮤니티가 붕괴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파이낸셜타임스(FT)가 주말 특별판에서 다룬 '차일드리스 시티(Childless City)'는 런던뿐 아니라 샌프란시스코, 로마, 홍콩 등 선진화된 많은 도시들이 맞닥뜨릴 미래다.
서울은 그중에서도 가장 도드라진다. 1980년대 초반엔 학년당 20개 학급을 넘어 오전반, 오후반으로 나뉘어 수업하는 초등학교도 많았는데 현재는 평균 5개 학급이 안된다. 올해 초 광진구 화양초등학교 폐교가 결정된 데 이어 내년에도 도봉구 도봉고, 성동구 덕수고·성수공고 등 3개가 폐교된다.
도시에서 아이들이 사라지면 어떤 모습이 될까. 학교와 놀이터 등 아이들을 위한 공간은 사라지고 레스토랑이나 술집 또는 노인복지센터처럼 어른들을 위한 편의시설만 잔뜩 들어설 것이다. 아파트 단지 내 놀이터보다 반려견 산책 공간이 더 많아질 수도 있겠다. 극단적으로는 여성이 임신을 하지 않고도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인공자궁 기술이 대중화될 것이란 공상과학(SF)물도 있다.
영국 BBC는 최근 '아이 없는 도시' 런던의 위기를 조망하면서 집값을 원흉으로 꼽았다. 젊은 세대가 치솟는 집값을 감당할 수 없어 외곽으로 빠져나간 결과 런던 시내 취학아동이 줄었다는 것이다. 집값이 비싸기로 유명한 캠던 지역에선 최근 수년간 4개 초등학교가 폐교를 결정했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집값 때문에 서울에서 경기도로 밀려나는 인구가 점점 늘고 있다. 지난해 서울의 합계출산율은 0.59명. 전 세계 주요 도시 중 압도적인 꼴찌다. 천정부지인 집값을 잡든지, 사교육비를 낮추든지 특단의 각오와 대책이 필요하다. 그러지 않으면 서울은 인구 디스토피아 '아이 없는 도시'의 실증 사례가 될 수 있다.
[박만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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