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통신] 고추장과 '잘못된 사랑'에 빠진 英
한식에 대한 지식 전혀 없어
빵에 발라먹는 등 괴식 속출
제발 비빔밥부터 먹어보길
나는 2007년 초반 영국에서 한국으로 이주했다. 당시는 여행을 많이 다니거나 모험심이 풍부한 미식가라고 해도 영국인들에게 '한국 음식'은 낯선 존재였다. 한식 재료를 사고 싶은 사람이라면 교민이나 유학생을 상대로 하는 런던시내의 작은 한인마트나 런던 남서쪽에 위치한 교민들이 몰려 사는 뉴몰든을 찾아가야 했다.
하지만 내가 영국을 떠난 후 많은 것들이 변했다. 내가 영국으로 돌아온 후 만나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한식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질문을 던진다. 이제는 많은 영국인들이 한식의 맛을 본 적은 없어도 한 번쯤 들어본 적은 있는 듯하다. 그리고 김치와 한국 라면으로 채워진 영국 마트의 선반 또한 나를 놀라게 만들었다.
김치와 라면이 큰 인기를 누리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내가 어렸을 때에도 영국에 인스턴트 누들이 있긴 했지만 밍밍한 맛이었다. 그러니 강렬한 맛의 한국 라면은 큰 환영을 받았고, 김치는 사워크라우트처럼 모든 음식에 곁들여져 풍미를 더할 수 있다.
그리고 최근 몇 년 동안 또 다른 한식 재료, 고추장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사실 나는 고추장이 영국인들에게 어떻게 인기를 얻게 되었는지 잘 이해할 수 없다. 오해하지 말기 바란다. 나는 고추장을 무척 좋아한다. 고추장을 한 수저 듬뿍 올려 슥슥 비비는 비빔밥과 보글대며 끓고 있는 빨간 떡볶이의 팬이다.
문제는 영국인들이 한식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비빔밥, 떡볶이, 오징어볶음 이런 음식들은 그들에게 먼 나라 이야기다. 삶은 브로콜리를 고추장에 찍어 먹을 수 있다는 것은 상상조차 못할 것이다. 하지만 어쨌거나 그들은 고추장을 소비하고 있다.
그럼 영국인들은 고추장을 어떻게 먹을까? 음식에 관해 변태스러운 취향을 가지지 않은 이상 비위가 상할지도 모른다. 어떤 유튜버는 치킨 맛의 비건샐러드를 만들기 위해 비건마요네즈와 김치를 섞어 소스를 만들어 그것을 땅콩버터를 바른 토스트 위에 올려 먹는다고 했다.
어떤 영국인들은 파스타 소스나 참치 샌드위치, 멕시칸 타코 심지어는 전통적인 영국의 크리스마스 디너를 만드는 데도 고추장을 사용한다. 모험심이 넘치는 부류들은 디저트를 만드는 데 고추장을 넣기도 한다. 다른 일부는 스크램블드에그 위에 고추장을 바르거나 버터와 섞어 고기에 바른 후 오븐에 굽기도 한다.
이렇게 영국인들은 한국인들이 고추장을 사용하는 방법을 제외한 모든 방법으로 고추장을 먹는다. 물론 이것이 문제가 될 것은 없지만 고추장이 영국에 도착한 순간 본연의 고유한 조리법은 뒷전으로 보내진 채 괴상한 방법으로 소비되고 있는 것이 나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 이것은 마치 고도로 발달한 외계 문명이 개발한 레이저 총을 고작 나무에 못을 박는 망치로 사용하는 듯한 느낌이다. 영국인들이여, 부디 고추장을 넣고 브라우니를 만들기 전에 일단 고추장을 넣고 비빈 비빔밥을 한번 맛보길 바란다.
[팀 알퍼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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