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점 차로 갈렸다… 해군 호위함 업체 선정에 밀덕들 논쟁, 왜

이가영 기자 2023. 7. 17.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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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6월 7일 열린 국제해양방위산업전(MADEX) 한화오션 부스를 방문해 함정 관련 설명을 듣고 있다. /한화그룹 제공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이 경쟁업체인 HD현대중공업을 누르고 해군 차기 호위함 건조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가 되자 이른바 ‘밀덕(밀리터리 덕후)’ 사이에서는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두 업체 간 선의의 경쟁은 나라에 도움 된다”며 환영하는 반면, “목숨이 달린 전투함정을 만드는데 패널티로 결과가 갈린 건 이해되지 않는다”는 의견도 나왔다.

14일 방위사업청은 해군 차기 호위함으로 불리는 울산급 배치3(Batch-Ⅲ) 5~6번함의 우선협상자로 한화오션을 선정했다. 대우조선해양이 한화그룹으로 흡수돼 한화오션으로 탈바꿈한 후 처음으로 치러진 군함 수주전에서 유리한 고지에 서게 된 것이다.

한화오션은 100점 만점에 최종점수 91.8855점을 받았다. 군함 시장 라이벌인 HD현대중공업은 91.7433점을 받아 0.1422점 차이로 결과가 달라졌다. HD현대중공업은 기술능력평가에서는 1점 가량 앞섰지만, 불공정 행위 이력에 따른 감점(-1.8점)으로 최종 점수에서는 한화오션이 0.1점 차이로 앞서게 됐다.

울산급 배치3 사업은 최첨단 3300톤(t)급 해군 호위함 6척을 도입하는 최신예 호위함 건조사업이다. 이들 호위함은 해역함대 주력함으로 활약할 예정이며 필요시 기동부대 증원 전력으로도 운용된다.

앞서 1번함은 HD현대중공업이 건조했다. 2~4번함은 대형 군함을 만들어본 적 없는 SK오션플랜트(옛 삼강M&T)가 수주했다. 경쟁사 대비 150억원 가량 낮은 저가 투찰 전략이 통했기 때문이다. 이후 전문가들은 국가 방위에 중요한 전력인 함정 건조 업체를 가격 위주로 선정하는 것이 맞느냐는 문제를 제기했고, 방사청은 기술 경쟁 방식으로 선정 방식을 전환했다.

지난 4월 진수한 3600톤급 해군 신형 호위함 1번함인 '충남함'. /HD현대중공업 제공

이렇게 시작된 마지막 건조 물량인 5~6번함은 기술 경쟁 방식이 적용된 첫 사례였다. 100점 만점에 기술 점수가 80점, 가격 점수가 20점으로 구성됐다. SK오션플랜트는 입찰을 포기했고, 중‧대형 전투함정 시장 라이벌인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의 양강 구도가 형성됐다.

가격 점수는 양사 모두 20점 만점을 획득했다. 한화오션은 기술능력평가 80점 만점에서 71.4158점을, HD현대중공업은 72.3893점을 획득해 HD현대중공업이 0.9735점 앞섰다. 가장 중요한 평가 항목이었던 기술력만 놓고 보자면 HD현대중공업이 높은 평가를 받은 것이다. 여기에 추가 가점 항목인 ‘중소‧중견기업과의 협력 지수’에서도 한화오션은 0.4697점을, HD현대중공업은 1.1540점을 받았다.

승부를 가른 결정타는 ‘불공정행위 이력 감점’ 분야였다.

HD현대중공업은 2025년까지 무기체계 제안서 평가에서 ‘감점 1.8점’을 적용받고 있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들이 2020년 차세대 한국형 구축함(KDDX) 기본설계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설계도면 등 군사기밀을 촬영해 사내 공유한 혐의로 무더기 유죄 판결을 받은 데 따른 페널티다.

당시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함정 사업 관련 해군본부를 방문했다가 ‘특수침투정 개념 설계도와 ‘KDDX(한국형 차기 구축함) 개념설계 1차 설계 검토 자료’, ‘장보고-III Batch-Il(잠수함) 개념설계 중간 추진현황’ 등을 불법 촬영하고 이를 회사 내부 서버에 올려 군사기밀을 탐지·수집 및 누설했다고 판단했다. 이들이 탈취한 내용은 모두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의 기술이다. 이 사건으로 HD현대중공업 특수선사업부 소속 9명이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8명은 형이 확정됐고 1명은 항소심이 7월로 예정되어 있다.

한화오션의 전신 대우조선해양은 2010년대까지는 대형 수상함 시장 강자였으나 경영 악화 장기화로 투자 여력이 없어 수주 경쟁에서 HD현대중공업에 뒤쳐졌다. 한화오션은 2018년 이후 중‧대형 수상함 건조 수주가 전무한 반면, HD현대중공업은 8100톤(t)급 차세대 이지스 구축함(정조대왕급) 3대를 싹쓸이했다. 한화오션은 잠수함 분야 핵심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는 장점을 앞세워 잠수함 분야에서는 여전히 강세를 보이고 있다.

제2연평해전 승전 21주년을 앞두고 지난 6월 27일부터 서해에서 열린 해상기동훈련에 참가한 서울함(호위함, FFG)이 함포를 이용해 대공사격을 하고 있다. /해군 제공

이에 네티즌들은 국가 핵심 방위를 담당하는 함정은 기술력을 가진 회사가 건조하는 것이 맞다는 의견과 한 회사의 독점보다는 라이벌을 남겨둬 시장 경쟁을 통해 기술 발전을 해야 한다는 반응으로 나뉘었다.

군입대를 앞둔 아들을 두고 있다는 네티즌은 “기술력이 뛰어난 것으로 평가된 조선소가 전투함정을 건조해서 자식 같은 군인들에게 이기라고 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죽고 사는 게 달린 전투함을 만드는데 기술력을 제외하고 다른 기준이 있다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 아들 해군 보내지 말아야 겠다”고 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이겼지만 이긴 게 아니고, 졌지만 진 게 아닌 웃픈(웃으면서 슬픈) 현실”이라며 “감점이 1.8점인데 최종 점수 차이가 0.14점이면 기술력은 HD가 압도했단 건데 기술력 있는 업체한테 주는 게 맞지 않냐”고 했다.

반면 한화오션의 수주를 반기는 이들은 당장은 기술 점수가 차이나더라도 두 회사가 서로 경쟁하는 시장 분위기는 옳다고 했다. 네티즌들은 “상대편 회사 기술이 사장(死藏)되지 않도록 적절히 번갈아 수주하도록 해야 한다” “삼성과 LG의 가전제품 사업처럼 서로 경쟁하고 협업하기도 해야 발전한다. 서로 견제하며 세계 탑3 전함제조사로 나아가길 바란다”고 했다. 한편에서는 “대우조선해양일 땐 마냥 망해가는 기업 느낌이었다가 오너 바뀌고 사명 바뀐 게 크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업계에서도 이번 수주 결과에 대한 반응은 엇갈린다. 일각에선 “HD현대중공업이 기술점수에서 압도하고도 감점 때문에 0.1점 차로 패한 것은 군 입장에서도 아쉬운 일”이라는 평가가 나오지만, 반대 쪽에선 “1.8점 감점은 경쟁 상대인 한화오션 기술을 탈취한 데 따른 것으로 자업자득”이란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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