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직전 소방 “제방 유실 우려” 청주시에 전파, 112상황실엔 물난리 신고 10여통…책임기관은 회피 급급

이삭·김세훈 기자 2023. 7. 17.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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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우로 인해 물에 잠긴 충북 청주 오송 지하차도에서 시신 5구가 추가로 발견되며 사망자가 14명으로 집계된 가운데 17일 사고현장 지하차도에서 침수된 차량이 옮겨지고 있다. 권도현 기자

14명이 숨진 충북 청주 오송 지하차도 사고와 관련, 실종자를 찾기 위한 수색작업이 막바지에 다다랐다. 이번 사고를 두고 충북도와 청주시, 행복도시건설청 등 관계 당국이 책임회피에 급급한 모습이다. 경찰은 수사본부를 꾸려 사고 원인으로 지목된 제방 관리와 도로 통제 등 책임 소재를 밝히기 위한 수사에 착수했다.

■소방당국 “현장서 사망자 5명 추가로 수습”

충북소방본부는 17일 수색작업을 통해 지하차도에서 시신5구를 추가로 수습했다고 밝혔다. 이날 새벽 1시 25분쯤 747번 시내버스 기사 A씨(50대)의 시신을 발견했다. 이어 보트 수색을 통해 같은 날 새벽 2시 45분쯤 지하차도 입구로부터 300m 떨어진 지점에서 40대 남성으로 추정되는 시신 1구를 수습했다.

이날 새벽 3시 58분에도 50대 남성 시신 1구가 발견됐고, 오전 6시 20분쯤 지하차도 입구로부터 150m 떨어진 지점에서 여성 추정 시신 1구를 추가로 인양했다. 또 이날 지하차도와 1㎞ 떨어진 곳에서 실종신고가 접수된 62세 여성 A씨의 시신이 추가로 발견됐다.

A씨는 경찰에 실종신고가 접수된 12명 중 마지막 실종자다. 이로써 이번 사고의 사망자는 14명으로 늘어났다.

소방당국은 지하차도 내부 배수 작업을 90% 정도 완료한 상태다. 사고 당시 지하차도 내부에 고립된 차량은 모두 17대로 파악됐다. 차량 내부에서는 실종자가 발견되지 않았다.

서정일 청주서부소방서장은 이날 오전 현장 브리핑을 통해 “배수 작업을 대부분 완료했다”며 “남아있는 물 높이는 무릎에서 배꼽 사이로 도보로 진입이 가능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현재 소방당국은 486명의 인력과 장비 81대를 동원해 수색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소방당국은 이날 오후 지하차도 밖에서 발견된 사망자의 신원을 확인 중이다.

집중호우에 침수된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서 지난 16일 119 구조대원들이 수색 중 수습한 실종자 시신 1구를 옮기고 있다. 성동훈 기자

■충북도·청주시·행복청 모두 책임회피 급급…경찰도 대응 미흡

충북도와 소방당국은 행복도시건설청이 진행하는 미호천(강)교 신설 공사의 제방 붕괴가 이번 사고의 원인이라고 지목하고 있다. 지하차도에서 300~400m 정도 떨어진 제방이 붕괴하면서 미호강이 범람해 흙탕물이 지하차도로 쏟아져 들어왔다는 것이다. 인근 주민은 “미호천교 제방이 터진 후 범람한 강물이 논을 지나 인근 지하차도로 콸콸 쏟아져 들어갔다”고 사고 당시를 설명했다.

행복청은 오송읍 궁평리~강내면 탑연리 1.2㎞ 구간을 4차로에서 6차로로 확장하는 공사를 진행 중이다. 행복청은 장마를 앞둔 지난 6월 29일~7월 7일 임시제방을 쌓았다. 공사 현장 인근 주민들은 행복청이 공사과정에서 제방을 모래 등으로 부실하게 쌓아 이번 사고가 발생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오송리 궁평리에 사는 양모씨(79)는 “단단하게 제방을 쌓아야 하는데 모래로 제방을 쌓았다. 문제가 있겠다 싶은 마음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행복청 관계자는 “집중호우에 대비해 임시 제방을 쌓은 것”이라며 “임시 제방은 보통 대형 자루로 쌓고 위에 흙 다짐을 한다. 이번에는 예상보다 많은 비가 와서 문제가 발생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미호천교 공사를 위해 쌓은 임시제방이 무너진 만큼 공사를 발주한 행복청과 하천 점용허가를 내준 금강유역환경청 등 두 기관이 장마 전 제방을 점검했는지에 대해서도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미호강은 국가하천으로 관리 주체는 국가다. 지자체들은 국고 일부를 지원받아 국가하천을 유지·보수하고 있지만 이는 단순 시설유지·보수에 불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주시 관계자는 “미호강은 국가하천이어서 하천 점용허가 등은 금강유역환경청에 있다”며 “단순 풀 깎기 등 국가가 설치한 시설물 유지 등이 지자체 업무고, 제방 건설·관리 등 하천 점용허가를 받는 시설물에 대해서는 금강유역환경청이 관리하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미호강 범람 위기에도 도로를 제때 통제하지 못해 사고를 키운 충북도와 청주시는 책임회피에 급급한 모습이다. 청주 흥덕구청은 사고 당일인 15일 오전 6시 30분쯤 금강홍수통제소로부터 ‘미호천교가 심각 단계에 도달했다. 계획홍수위(제방이 버틸 수 있는 한계 수위)를 대비해서 저지대 및 취약구간 주민대피, 응급복구 조치 등 지자체 매뉴얼대로 해 달라’는 연락을 받았다.

흥덕구청은 이 내용을 같은 날 오전 6시 36분 청주시청 하천과에, 오전 6시 39분쯤 청주시청 안전정책과에 각각 전달했다. 하지만 청주시청은 이 내용을 오송 지하차도를 관리하는 충북도로관리사업소에 전달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통제도 하지 않았다. 해당 지하차도 관리 주체가 충북도라는 이유에서다.

청주시는 소방의 대응요청도 묵살했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사고 발생 50분 전인 당일(15일) 오전 7시 51분쯤 “미호강 제방이 유실될 것 같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이어 같은날 오전 8시 3분 현장에 소방대원들이 도착해 “제방 둑이 무너져 미호강이 범람하고 있다”고 상황실에 전파했다. 소방 상황실은 청주시 당직실에 이 상황을 전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청주시는 해당 상황을 도로 관리주체인 도청으로 전파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지하차도 관리를 맡은 충북도는 제방을 쌓은 행복청에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충북도로관리사업소는 자체적으로 통제 여부를 결정한다. 사고 당시에도 지하차도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로 상황을 감시한 것이 전부다. 도로관리사업소 관계자는 “안전안내 문자 등으로 미호강(미호천교) 범람 우려가 있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다른 곳에서도 침수 등의 상황이 발생해 대처하고 있었다”며 “미호천교는 지하차도보다 하류에 있어 큰 문제가 없을 줄 알았다. 제방이 터져 물이 순식간에 밀려들어 올 줄 몰랐다”고 말했다.

경찰의 대응도 미흡했다는 지적이다. 사고 당일 오전 7시30분~9시를 전후에 충북경찰청 112상황실에는 물난리와 관련된 신고 전화가 10여 건 접수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중 ‘오송 궁평지하차도’를 통제해 달라는 내용의 신고도 있었다. 경찰이 출동한 곳은 궁평1지하차도와 쌍청리 교차로였다. 파출소 인원이 3명뿐이라는 이유로 궁평2지하차도는 출동 대상에서 빠졌다. 경찰이 궁평2지하차도에 도착한 것은 사고 발생 20여 분이 지난 오전 9시쯤이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안전을 1순위로 두지 않아 벌어진 문제”라고 지적했다. 공 교수는 “지하차도에서 매년 침수사고가 반복되고 있는 만큼 관계 당국은 침수 상황을 대비해 대응했어야 한다”며 “사고 전날부터 청주지역에 호우경보가 내려진 만큼 미리 통제하고 차량을 우회시켰다면 이 같은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13명이 숨진 충북 청주 오송지하차도 사고와 관련, 17일 경찰과 토목전문가, 금강유역환경청, 소방청 등이 제방이 무너진 미호천교를 찾아 현장검증을 진행하고 있다. 김세훈 기자.

■사고 원인 규명될까? 경찰 수사팀 꾸려 수사 착수

충북경찰청은 오송 지하차도 사고의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17일 88명으로 된 전담수사팀을 구성했다. 경찰은 이날 사고의 원인으로 지목된 미호천(강)교 신설 공사 현장을 찾아 현장검증을 진행했다. 현장검증에는 경찰과 토목전문가, 금강유역환경청, 소방청 등 20여 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현장검증에서 무너진 제방 등을 살펴본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이번 사고가 인재라고 지목된 만큼 미호강의 홍수 경보에도 300∼400m 거리인 궁평2지하차도에 대해 교통통제가 이뤄지지 않은 경위와 이유, 보고 체계를 조사할 계획이다.

경찰은 우선 홍수 경보를 발령한 금강홍수통제소와 충북도청·청주시청·흥덕구청 등 담당 지자체를 대상으로 수사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또 미호천교 제방을 부실하게 쌓았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해서도 수사를 벌인다. 관련 공무원들이 도로와 제방 관리에 소홀했던 구체적인 정황이 확인되면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를 적용해 입건할 것으로 보인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실종자 구조작업이 마무리되지 않은 만큼 관계부처의 구조 활동에 방해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수사를 진행할 계획”이라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한 점의 의혹도 없이 수사하겠다”고 말했다.

이삭 기자 isak84@kyunghyang.com, 김세훈 기자 ksh3712@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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