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역, 홍대입구역도 안 사요”...흥행 참패한 지하철 역명 병기 사업

최효정 기자 2023. 7. 17.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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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교통공사(서교공)가 기존 지하철역 이름에 기업명을 3년 동안 부역명(付驛名·별개의 역명)으로 붙여 주는 역명 병기 사업이 올해 경쟁입찰에서 28개 역 중 3개 역만 낙찰되며 흥행에 참패했다.

17일 서교공에 따르면 지난달과 이달 서울지하철 28개 역을 대상으로 '역명병기' 사업 1, 2차 입찰을 받은 결과 5호선 발산역과 7호선 보라매역, 종로5가역만 낙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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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역명 병기 사업 28개 역 중 3개만 낙찰
유동인구 많은 강남역 홍대입구역도 입찰 기업 없어
최근 경기침체 작용에 공공성 논란도
서교굥 “수의계약으로 14개역 계약추진”

서울교통공사(서교공)가 기존 지하철역 이름에 기업명을 3년 동안 부역명(付驛名·별개의 역명)으로 붙여 주는 역명 병기 사업이 올해 경쟁입찰에서 28개 역 중 3개 역만 낙찰되며 흥행에 참패했다. 유동 인구가 많은 강남역과 홍대입구역, 종각역 등은 아예 입찰에 응한 곳조차 없었다. 수억원에 달하는 입찰가에 부담을 느낀 기업들이 참여조차 안 했기 때문이다. 공공재인 지하철 역명을 거래하는 것에 대한 시민들의 부정적인 인식도 기업엔 장벽이다.

17일 서교공에 따르면 지난달과 이달 서울지하철 28개 역을 대상으로 ‘역명병기’ 사업 1, 2차 입찰을 받은 결과 5호선 발산역과 7호선 보라매역, 종로5가역만 낙찰됐다. 유동 인구가 많은 강남역과 홍대입구역, 종각역, 신사역, 여의나루역 등은 아예 입찰에 응한 곳이 없었다. 5호선 발산역과 7호선 보라매역이 각각 3억1000만원과 1억7622만원에 낙찰됐다. 1호선 종로5가역은 최저 입찰가 2억1000만원보다 4200만원 많은 2억5200만원을 제시한 삼양그룹에 최종 낙찰됐다. 삼양그룹 본사는 종로5가역에서 100여m 떨어진 곳에 있다.

서울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에서 개찰구를 통과하는 시민들. /뉴스1

역명 병기 사업은 서교공이 2016년 새 수익원 확보 목적에서 시작했다. 서울 시내의 경우 역에서 1km, 시외는 2km 이내에 위치한 기업·기관이어야 한다. 한 번 선정되면 3년 동안 부역명으로 표기되고, 재입찰 없이 1번 계약 연장을 할 수 있다. 공사가 관리하는 지하철역 275곳 중 107곳이 역명 병기를 하고 있다. 작년 진행된 경쟁입찰에서 7호선 논현역을 한 대형 안과가 9억원에 낙찰받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불과 1년 만에 이뤄진 입찰에서 분위기가 냉랭해진 것은 최근 경기 침체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역명 병기는 금융지주와 은행, 저축은행, 카드사 등 금융권에서 인기인데 이번에 입찰을 포기한 기업 가운데 2017년부터 줄곧 1호선 종각역을 사용해 온 SC제일은행도 포함돼 있다. 유동 인구가 많은 강남역은 입찰 시작가가 3년간 총 8억여원에 달하는 등 홍보 효과를 고려해도 너무 비싸다는 점도 기업에겐 부담이 된다. 한 기업 관계자는 “브랜드 인지도에 도움이 되는 것은 맞지만 공공재인 지하철 역명에 회사를 병기하는 것에 시민들의 반발감도 있고 강남역의 경우 가격이 높다 보니 신중하게 고려하다 내부 상의 끝에 유찰을 포기했다”고 말했다.

서교공이 입찰 흥행을 위해 대상 기관 선정 기준을 완화해 결국 돈을 많이 내는 사람이 낙찰받는 구조를 만든 것이 오히려 기업의 부담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교공은 기존에 병원의 경우 병상 150개 이상을 보유한 기관만 역명병기 사업 대상 기관으로 선정하기로 했지만 작년 이 기준을 없애 병원이면 선정될 수 있게 했다. 이에 서울지하철 5호선 발산역 입찰에 참여한 대형 종합대학병원 이대서울병원이 한 정형외과에 밀려 탈락했다. 70여개 병상을 보유해 기존에는 선정될 수 없었던 이 정형외과는 최저 입찰가 2억3095억원보다 높은 3억1000여만원을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서교공은 경쟁입찰이 유찰로 끝난 역에 대해서는 수의계약 형태로 전환해 28개 역 중 14개 역이 계약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서교공 관계자는 “경쟁입찰이 유찰로 끝난 역에 대해 수의계약으로 50%인 14개역이 현재 계약을 추진 중”이라면서 “수의계약까지 본다면 매해 역명 병기 사업 계약률은 오히려 높아지는 추세”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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