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서경환 대법관 후보자 청문보고서 채택···‘고액 의견서’ 권영준은 18일 다시 논의

권영준 대법관 후보자가 지난 11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성동훈 기자

국회 인사청문특별위원회(청문특위)가 17일 전체회의를 열고 서경환 대법관 후보자 임명동의안 심사경과보고서를 채택했다. 대형 로펌으로부터 거액을 받고 법률의견서를 써준 권영준 대법관 후보자에 대해서는 오는 18일로 예정된 국회 본회의 직전 청문특위 전체회의를 다시 열고 보고서 채택 여부를 재논의하기로 했다.

청문특위는 이날 서·권 후보자 임명동의안 심사경과보고서 채택을 논의하기 위해 전체회의를 열었다. 앞서 권 후보자에 대해서는 지난 11일, 서 후보자에 대해서는 지난 12일 각각 인사청문회를 실시했다.

여야는 서 후보자에 대해서는 이견 없이 보고서를 채택했다. 권 후보자에 대해서는 고액 의견서 작성 행위가 부적절하다는 데 여야가 의견을 같이 했지만, 위법 여부를 더 따져봐야 한다는 야당과 법률적 문제는 없다는 여당 입장이 갈렸다. 결국 청문특위는 권 후보자로부터 법률의견서를 제출받아 열람한 뒤 18일 전체회의에서 보고서 채택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권 후보자는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로 재직한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김앤장 법률사무소 등 대형 로펌 일곱 곳에 63건의 법률의견서를 써주고 약 18억원을 받았다. 권 후보자는 “독립성을 생명으로 여겨왔고, 학술적 소신에 따라 학자적 의견을 개진해왔다”며 “당사자를 대리하는 변호사가 쓴 준비서면과 독립적 지위를 갖고 독립성을 생명으로 하는 의견서를 제출하는 행위는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국가공무원법·변호사법 위반 소지 및 이해충돌 우려가 있다는 주장이 이어졌다. 권 후보자는 대법관이 되면 최근 2년 간 관계를 맺은 로펌의 사건은 모두 회피 신청하겠다고 밝혔으나, 의견서 내용이나 구체적인 사건 정보를 공개하라는 의원들 요구는 로펌과의 비밀유지의무를 이유로 거부했다.

이날 청문특위에서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권 후보자는 전문성이 있고, 살아온 이력도 크게 나쁘지 않아서 대법관이 되면 잘 할 수 있는 후보라는 데 공감한다”면서도 “단기간에 그 많은 의견서(를 써주고 받은) 고액의 대가가 과연 법적으로, 도덕적으로 어느 정도까지 문제가 있을 것인지 따져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같은 당 김회재 의원은 “권 후보자의 의견서 관련 로펌으로부터의 18억원 수입에 대해 법률적인 문제가 아직 명확히 해소가 안 됐다”며 “의견서를 제출은 못 하더라도 열람을 해서 법적인 문제가 있는지 없는지 검증을 하고 난 다음 위원회 의견을 내는 게 맞는다”고 말했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대법관 직무 수행 적격성을 판단하기 위한 최소한의 근거인 의견서가 제출되지 않은 상태”라며 “교수들이 고액의 돈을 받고 법률의견서를 작성하는 것을 용인하는 관행이 과연 사회상규나 윤리에 비춰 옳은 것인지 이번 기회에 돌아봐야 한다”고 밝혔다.

청문특위 여당 간사인 정점식 국민의힘 의원은 “저희들도 의견서 작성 행위와 관련해 고액의 수입을 올렸다는 부분에 대해 많은 국민들이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제시하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다만 법률적으로는 문제가 없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같은 당 전주혜 의원은 “(권 후보자) 행위의 적절성 여부에 대해서는 저도 금액 등 면에서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적절성 여부와 위법성 여부는 전혀 다르다”고 말했다. 여당 의원들은 18일 청문특위 전체회의에서 권 후보자 심사경과보고서를 채택해 줄 것을 야당에 호소했다.

헌법에 따라 대법관 임명은 국회 동의를 받아야 한다. 청문특위에서 심사경과보고서를 채택한 뒤 국회 본회의에서 재적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의원 과반 찬성으로 가결된다. 만약 18일 청문특위에서도 권 후보자 심사경과보고서 채택이 이뤄지지 않으면, 같은 날 본회의에서는 서 후보자 임명동의안 표결만 이뤄질 수 있다. 박정화·조재연 대법관 임기는 18일 끝난다.

민주당은 권 후보자가 의견서를 청문특위에 제출해 열람이 이뤄질 경우 임명동의안을 가결하는 쪽에 무게를 싣고 있다. 민주당 원내지도부 한 의원은 “초반에는 (민주당 청문특위 위원들 사이에) 반대 의견이 많았는데, 많이 줄어들었다”며 “의견서로 낙마시킬 거면 굳이 그런(열람) 작업이 필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대연 기자 hoan@kyunghyang.com, 신주영 기자 jy@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