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지자체-기관 물난리 '네탓공방'···전문가들 "인재 넘어 '관재'"
자동 차단기·교통통제 예방 책임 대립각 세워
'물관리 일원화' 완료됐으나 컨트롤타워 부재
침수 원인 된 미호대교 제방 상태 엇갈리는 증언
13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충청북도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 침수 사고 두고 관계기관 간 책임공방이 확산하는 모양새다. 도로 진입 통제 책임에 대해서는 환경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지하 차도 예방 책임 차원에서는 행정안전부와 충청북도가, 침수의 원인이 된 인근 미호대교 신축공사 현장 관리를 놓고선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과 주민들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재난을 놓고 책임회피식 기관들의 ‘네탓 공방’에 대해 전문가들은 “인재가 아닌 사실상 관재”라고 지적했다.
◇대응 못한 지자체·기관 ‘네탓’ 공방=17일 정부와 지자체에 따르면 침수 발생 전 교통 통제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 관해 환경부 소속 금강홍수통제소와 흥덕구, 청주시의 입장이 대립하고 있다. 침수 발생 4시간 30분 전이었던 15일 오전 4시 10분께 금강홍수통제소는 지하차도 인근 미호강 미호천교 지점에 ‘홍수경보’를 내렸다. 2시간 여 뒤인 오전 6시 30분에는 하천 수위가 경보 수준보다 높은 ‘심각’ 수위까지 높아졌다. 당시 금강홍수통제소 관계자가 흥덕구청에 전화해 인근 도로의 교통을 통제하는 등 안전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흥덕구는 지하차도 등 위험도로에 대한 차량 통제를 하지 않았다. 사고 이후 통제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비판이 제기되자 흥덕구는 “금강홍수통제소에서 위험 통보를 받지 못했다”고 했다가 “통보는 받았지만, 교통통제를 하라는 얘긴 없었다”고 말을 번복했다. 충북도와 청주시 또한 교통을 통제하지 않았다. 15일 열린 현장 브리핑에서 도 관계자는 홍수 경보가 발령됐는데도 지하차도를 왜 통제하지 않았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홍수 경보라고 해도 지하차도 중심이 물이 고여야 교통통제를 시작한다”며 “그러나 오송 지하차도는 제방이 무너져 갑자기 침수됐기 때문에 통제할 겨를이 없었다”고 답했다. 경찰도 오전 7시 5분쯤 미호강이 넘칠 것 같다는 신고를 수차례 받고 이를 흥덕구청에 전달했지만 정작 지하차도는 통제되지 않았다. 결국 오전 8시 45분쯤 임시 제방이 무너졌다.
사고가 발생하기 수 시간 전부터 사태를 예방할 가능성이 존재했으나 관계기관 간의 안이한 대응이 겹쳤다. 미흡한 재난 대응 역량이 지난해 10월 29일 이태원 참사 당시 지하철 무정차 통과 요청을 두고 다투던 서울교통공사와 경찰의 모습과 비슷하다는 지적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조원철 연세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금강홍수통제소에서 연락 했으나 지자체와 경찰이 움직이지 않은 ‘관재’에 가깝다고 본다”고 꼬집었다.
◇충북도 '자동 차단기' 예산 놓고 말바꾸기=침수 위험이 있을 경우 시민과 차량의 통행을 제한하는 자동 차단기 설치에 대해 충북도의 책임회피식 말바꾸기도 도마에 올랐다. 자동 차단기는 행안부가 정한 위험등급 중 2등급 이상 도로에 설치되는 시설이다. 궁평2지하차도는 행안부가 지정한 위험등급 중 등급이 가장 낮은 3등급 시설이었던 탓에 자동 차단기가 설치되지 않은 상태였다. 그러다 지난 6월 29일 충북도는 궁평2지하차도에 자동 차단기를 설치하기 위한 예산을 교부받았고 오는 9월께 발주할 계획으로 설계를 진행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난 16일 충북도는 2021년 하반기부터 자동 차단기 예산을 지속적으로 신청해왔으나 행안부로부터 예산을 교부받지 못했고 올해 6월에 다시 신청해 예산을 교부받았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하지만 행안부가 “그런 일이 없다”고 부인하자 급기야 충북도는 이날 “올해 상반기에 처음으로 관련 예산을 신청했었던 것”이라고 말을 바꿨다.
◇주민들 “제방 부실”vs당국 “갑자기 물 불어서···”=지하차도 침수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 미호대교 신축 공사 현장의 제방 상태를 놓고는 행복청과 주민들의 설명이 대립하고 있다. 이날 사고 현장 주변에서 만난 40대 오송읍 주민 A씨는 “2017년에도 잠긴 적이 있는데 지하차도는 지어진 지 2~3년 밖에 안 됐다”며 “다리공사가 제대로 됐는지, 둑을 덜 쌓았다는 얘기가 있다”고 말했다. 지하차도에서 도보로 3분 거리에 거주하는 70대 할머니는 “주변 제방공사 때문이라고 들었다. 잘 했어야 하는데 제방공사 하다가 어디가 터졌디야”라며 증언했다. 행복청이 가물막이의 둑 일부를 헐면서 중장비 통행로로 이용해왔다는 주민들의 목격담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행복청은 “교량 높이 때문에 임시 제방을 기존 둑보다 낮게 쌓기는 했으나 100년 빈도 계획 홍수위보다는 높고, 둑 일부를 헐어 공사 차량 진출입로로 사용한 적은 없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충북도 관계자도 “임시 제방을 쌓아놨는데 그걸 보수하는 과정에서 물이 갑자기 불어나다보니 마무리를 못해 이런 일이 벌어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물관리'는 일원화 됐는데···컨트롤타워는 아직=하천 ‘물관리 일원화’ 과도기에 이같은 재난이 발생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 2018년 도입된 ‘물관리 일원화’는 기존에 국토교통부에서 담당하던 수량 관리 업무를 환경부로 이관해 물 관련 업무 전반을 환경부가 추진하게 한 정책이다. 2022년 1월 국토부에 남아있던 하천 업무까지 환경부로 이관되면서 물관리 주체가 일원화됐지만 여전히 물 관리 주체, 도로 관리 주체, 재난 안전 주체가 나뉘어 책임이 다원화 돼 있다. 그러나 부처 간 소통과 협력을 담당하는 컨트롤 타워는 부재하다. 손민우 충남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물 관리는 환경부에서 담당하지만, 그로 인한 피해는 국토부·행안부 소관 시설에서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어느 정도 예견된 문제였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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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신원 기자 shin@sedaily.com정유민 기자 ymjeong@sedaily.com세종=양종곤 기자 ggm11@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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