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썸 주가조작' 연루 원영식 전 초록뱀 회장 재판행

자녀 불법증여 위해 범행 가담

원영식 초록뱀그룹 회장이 지난달 29일 오전 서울남부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가상화폐거래소 빗썸 관계사 주가조작에 연루된 의혹을 받는 원영식 전 초록뱀그룹 회장이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2부(부장 채희만)는 17일 원 전 회장을 특정경제범죄처벌법상 배임과 조세포탈,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이미 재판을 받고 있는 빗썸의 실소유주 강종현씨도 범죄수익은닉법 위반 등 혐의를 적용해 추가 기소했다. 검찰은 범행에 가담한 강씨 동생 강지연 버킷스튜디오 대표 역시 불구속 기소했다.

원 전 회장은 강씨가 실소유한 빗썸 관계사 등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주가조작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에 따르면 원 전 회장과 강씨는 2021년 12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빗썸의 최대주주인 비덴트, 관계사인 버킷스튜디오가 보유한 전환사채(CB) 콜옵션을 제3자에게 무상 부여해 시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주식을 취득하는 등 회사에 최대 587억 원의 손해를 발생시켰다. 원 전 회장은 자녀에게 재산을 불법 증여하기 위해 강씨가 주도한 범행에 가담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비덴트와 버킷스튜디오의 주가는 CB 전환가액 대비 2~3배 높아 원 전 회장의 부당이득이 예상되는 상황이었다. CB 인수대금으로 원 전 회장은 441억 원, 강지연씨는 322억 원을 투자해 큰 돈을 번 것으로 전해졌다.

원 전 회장은 자녀 명의로 투자조합에 출자해 취득한 전환사채를 처분해 약 41억원의 증여세를 포탈하고 호재성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회사에 15억 원의 손해를 가하기도 했다. 주가 상승으로 부당이득 24억 원을 취한 혐의도 있다.

이들은 CB를 대량 발행한 뒤 주가 하락 전 몰래 주식을 처분해 시세차익을 극대화하려 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 관계자는 “범죄수익 환수를 위해 강씨가 비덴트 명의로 보유하고 있는 351억 원 상당의 주식을 확인해 추징보전 결정을 받았다”며 “원 전 회장이 보유한 24억 원 상당의 예금 채권도 추징보전을 청구하는 등 끝까지 범죄수익을 환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세운 기자 cloud5@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