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나마 피해 덜한 것”···홍수 때마다 ‘4대강 논란’, 사실은[팩트체크]

윤기은 기자 2023. 7. 17.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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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 피해 줄이려 보 복원” 주장에
전문가들 “4대강 보와 홍수는 ‘무관’
오히려 제방·다리 관리 실태가 변수”
집중호우로 금강 제방이 붕괴된 가운데 17일 충남 논산 성동면 우곤리 일대에서 제방 복구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조태형 기자
집중호우로 논산천 제방이 붕괴된 가운데 17일 충남 논산 성동면 원봉리 일대에서 시청 관계자들이 제방 복구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조태형 기자

이번에 내린 역대급 폭우로 피해가 속출하자 ‘4대강’이 또 다시 소환됐다. 지난 주말 포털 기사 댓글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선 “4대강 보를 해체한 지역에 피해가 심하게 일어나고 있다”는 주장과 “보가 홍수위를 높였다” 등 상반된 주장이 충돌했다.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은 17일 충남 공주시 수해 피해지역을 찾은 자리에서 취재진에게 “4대강 사업으로 강바닥 준설해 물그릇을 만들었고, 4대강(사업) 안 했으면 금강이 범람했을 수 있다고 다들 얘기한다”며 “포스트 4대강 사업으로 지류, 지천 정비사업을 했어야 했는데 그걸 못했다. 윤 정부가 당장 해야한다”고 했다. 홍수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4대강 보를 복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경향신문이 17일 정부 하천 사업 자문에 응하거나 조언한 경험이 있는 전문가 3명에게 ‘4대강 보’와 올해 홍수 피해의 상관 관계를 물어보니 “4대강 보와 홍수는 관계 없다”는 게 중론이었다.

폭우로 인해 물에 잠긴 충북 청주 오송 지하차도에서 밤사이 시신 4구가 추가로 발견되며 사망자가 13명으로 집계된 가운데 17일 사고현장 지하차도에서 침수된 차량이 옮겨지고 있다. 권도현 기자

김원 건설기술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수문 작동 원리상 보가 수량을 조절했다는 주장과 가중시켰다는 주장 모두 “가능성이 없다”고 했다. 김 위원은 “4대강에 설치된 보의 수문은 일정 수위가 되면 자동으로 열리게 돼 있고, 홍수는 (수문 개방 기준점보다) 높은 단계”라고 설명했다. ‘보를 미리 열지 않아 피해가 커졌다’ ‘보가 물의 흐름을 막아 수량이 조절됐다’는 상반되는 주장 모두 성립할 수 없다는 것이다.

김 위원은 ‘보 시설물 자체가 홍수위(몇 년에 한 번씩 발생할 정도의 홍수 때의 수위)를 높였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보가 설치된만큼 홍수위가 올라가긴 하겠지만, 미미한 수준에 불과하다”고 했다.

환경부는 2021년 ‘4대강 보의 홍수조절능력 실증평가’ 보고서에서 “2020년 8월 홍수 시 실측데이터로 분석한 결과, 4대강 보 홍수조절능력은 없으며, 오히려 통수단면을 축소시켜 홍수위 일부 상승을 초래”한다는 결론을 내놓았다. 보고서에 따르면 보 구조물이 설치되며 4대강 보(강천·달성·공주·승촌) 상류 홍수위는 0.15~1.16m 상승했다.

백경오 한경대 토목안전환경공학과 교수는 이번에 최대 인명피해가 난 오송 궁평 제2지하차도 인근 미호강은 금강의 지류여서 본류를 주로 손 본 4대강 사업과 큰 연관성이 없다고 했다. 다만 백 교수는 보 설치로 홍수위가 1m 전후로 상승한다는 환경부 실험 결과에 대해서는 “홍수 피해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했다.

이준경 한국강살리기네트워크 공동대표는 “3년 전 홍수가 발생했을 당시에도 전문가들의 과학적 접근보다 ‘4대강 사업’을 거론하며 ‘네 탓이오’하는 식으로 원인을 찾는 불필요한 사회적 논란이 있었다”고 했다. 강수량, 지자체의 제방·다리 시설 관리 실태가 홍수 피해 원인의 주요 변수라는 것이다. 이 대표는 지난 5월 환경부가 발표한 ‘선제적·체계적인 홍수피해 방지대책’을 두고는 “도시하천 중심의 대책이다. 비도심 하천관리 계획도 촘촘히 세워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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