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기저귀 두고 가세요” 예스 키즈존... 점주 “버리는 분 못 봤다”

이혜진 기자 2023. 7. 17.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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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서 ‘예스 키즈존’ 화제
태백의 한 식당에 내걸린 '예스 키즈존' 팻말(사진 왼쪽)과 식당 내부에 준비된 어린이용 의자. /트위터, 식당 제공

“예스 키즈존(Yes Kids Zone). 사랑스런 아기들과 어린이들을 환영합니다. 똥 기저귀 놓고 가셔도 됩니다. 저희가 치우겠습니다.” 트위터에 올라온 태백의 한 식당 외부에 걸려있는 ‘예스 키즈 존’ 팻말 사진이 화제가 됐다. 예스 키즈존을 운영하는 식당 점주는 태백 ‘기왓집갈비’의 정명규 씨다. 일부 점주들이 ‘노(No) 키즈 존’을 내거는 이때, 정 씨는 왜 ‘예스 키즈’를 외치게 됐을까.

‘예스 키즈존’이 화제가 된 것은 지난 7일 트위터에 이 팻말이 찍힌 사진 한장이 올라오면서다. 트위터 이용자는 “참 훌륭한 식당이고, 맛까지 훌륭하다”는 평가와 함께 사진을 올렸다. 이 트윗은 84만회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화제가 됐다. 이를 본 시민들은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장님이다” “번창했으면 좋겠다” “돈쭐내러 가고 싶다” “사장의 운영 철학이 훌륭하다” 등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정 씨는 17일 조선닷컴과의 통화에서 “’예스 키즈존’이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지는 전혀 몰랐다”며 멋쩍어했다. 예스 키즈존을 운영하게 된 계기는 아이와 함께 제주도를 방문했다가 겪었던 나쁜 경험 때문이었다. 정 씨는 “제주도에 아이를 데리고 놀러 갔다가 가게에서 안 좋은 일을 겪었고, 나는 식당을 운영하는 입장이니 그 가게 주인들과 반대로 해보자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했다. 그는 파란색 팻말에 ‘예스 키즈 존’을 적고 ‘아기의 똥기저귀를 놓고 가셔도 된다’는 문구를 적어 식당 외부에 걸었다.

식당 내부가 작다 보니 놀이방을 만들기는 힘들었다. 대신 정 씨는 아이들이 식당에서 즐겁게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책, 색칠 놀이, 미로 찾기, 그림 그리기, 게임기 등을 준비했고, 유아용 의자와 타요 버스 등도 구비해뒀다. 밥 투정하는 아이 손님이 없도록 아이들에게 “밥을 잘 먹으면 나갈 때 사탕을 주겠다”는 달콤한 제안도 한다고 한다. ‘예스 키즈존’에 아이들의 반응도 좋지만, 부모들도 매우 만족한다고 한다. 정 씨는 “아이들에게 놀 거리를 만들어주니 어른들도 편하게 밥을 먹을 수 있어서 좋아하더라”며 “시골이다 보니 아기나 어린이를 보기가 힘든데, 아이들 손님이 또 방문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담아 운영하고 있다”고 했다.

예스 키즈존 운영으로 다른 손님들이 불편해하기도 할까. ‘실제 기저귀를 두고 간 사례가 있었느냐’는 질문에 정 씨는 “2012년부터 10여년을 가게를 운영하면서 기저귀를 버리고 가 다른 손님들에게 피해를 준 사례는 단 한 번도 없었다”며 “기사나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그런 사례가 알려지지만 실제로는 많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그는 “다른 손님들도 예스 키즈존을 불편해하지 않는다. 오히려 시골이다 보니 아이를 보기 힘들어 아이를 보면 반가워하는 손님들이 많고, 아이들이 조금 떠들거나 해도 인상 찌푸리는 분들은 별로 없다”고 했다. 그는 “노키즈존을 만들어서 아이를 무조건 배제하기보다는, 아이가 누구에게나 환영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아이가 떠들거나 공공에 피해를 입히면 부모들이 나서서 잘 훈육하는 분위기가 돼야 한다”고 했다.

정 씨가 운영하는 식당은 헌혈증을 기부하면 고기 1인분을 무료로 제공한다. 이렇게 1년에 30~50장의 헌혈증이 모인다고 한다. 정 씨는 소아암 어린이를 위해 이 헌혈증을 ‘한국백혈병소아암협회’에 우편으로 매년 보낸다. 정 씨는 “고기 1인분이 금액으로 따지면 얼마 안 되지만 손님들이 헌혈증 기부에 기쁘게 참여하도록 소정의 선물처럼 드리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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