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캐지않은 금광" BPA, 부산항 포트세일즈 '총력전'
부산항 항만 네트워크, 가격 경쟁력, 정시성 강점 설명
日 노동법 개정 운송비용 상승, 부산항 유인 '골든타임'
지속적인 터미널 공급, 스마트 항만, 배후물류단지 매력
"부산항은 전 세계 많은 항만과 연결돼 있습니다. 일본의 지방 항만은 부산항을 통해서만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습니다. 이는 일본 지방 항만이 크게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이자 기회입니다"
구마모토현 케이스케 모토다 기업입지 과장의 일성이다.
일본에서 항만을 끼고 있는 소도시가 부산항에 러브콜을 보낸다. 생존을 위해서다. 일본 지방항만의 환적화물 유치가 절실한 부산항만공사(BPA)의 니즈(needs)와도 맞아 떨어진다. 양측 모두 아쉬울 것 없이 이기는 게임이다. 부산항만공사 11~12일 시모노세키, 쿠마모토 현에서 일본 화주, 물류업체를 대상으로 연 '부산항 세일즈' 현장을 통해 일본 시장에 대한 부산항의 전략과 비전을 짚어본다.
'생존' 걸린 日 지방항만, BPA 현지 목소리 맞춰 세미나 개최
12일 일본 구마모토 닛코 호텔에서 열린 '부산항 세미나 in 구마모토'. 부산항만공사는 일본 현지 화주와 물류기업 유치를 위해 포트세일즈를 열었다. 현장에는 구마모토를 기점으로 항만을 이용하는 일본 화주 등 200여 명이 참석해 객석이 빈틈없이 빼곡히 찼다.
세미나는 부산항 전반에 대한 브리핑, 부산항 환적 메리트와 발전 전략, 구마모토현 수출입 컨테이너 화물의 유동상황으로 보는 부산항의 이점, 부산항을 활용한 글로벌 공급사슬관리(SCM·Supply Chain Management)전략, 혼다 이륜차 해상수송 현황과 전망 순으로 진행됐다.
2시간 동안 밀도 있게 진행된 릴레이 프레젠테이션. 객석에서는 숨소리 하나 나오지 않을 정도로 발표자에게 이목이 쏠렸다.
부산항을 소개하는 동영상에 부산 북항, 신항의 현재 모습, 수십개 선석에 컨테이너선이 쉼 없이 오가는 역동적인 모습에 화주들은 눈을 떼지 못했다. 세계 환적 2위 부산항의 인프라와 규모에 놀란 듯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이 곳곳에서 연출됐다. 막연하게 멀게만 느껴졌던 부산항의 문턱이 한층 낮춰진 분위기가 감지됐다.
11일 시모노세키 그랜드호텔에서 열린 설명회에서도 화주·물류업체 100여 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현장에서 발표자로 나선 사카이 타카시 시모노세키시 항만국장은 "부산항과 시모노세키항 모두 물동량을 늘리기 위해 이번 설명회를 함께 준비했다"며 "이번 설명회를 통해 각항의 특징과 이점, 매력 성장을 잘 알리는 기회가 됐다"고 평가했다.
세계 환적 2위 부산항 경쟁력, 日 화주들에게 큰 매력
일본에서 중소항만을 낀 화주-물류기업들의 부산항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다. 장기적으로 부산항을 이용하는 것이 더 경쟁력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부산항은 일본의 여느 항만에 비해 '빠르고, 싸고, 정확'하다. BPA가 일본을 잠재적으로 가장 큰 시장으로 꼽는 것, 일본 소도시 항만이 살기 위한 목표가 서로 정확히 맞아 떨어지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해상 물류가 부산항을 중심으로 4개 항만에 집중해 있다. 반면 일본은 전역에 컨테이너 항만이 65개가 산재해 있다. 일본 항만 정책이 선택과 집중에 실패해 어느 곳 하나 경쟁력 있는 항만을 만들지 못했다는 이야기다.
세계 환적화물 2위를 지키고 있는 부산항은 전세계 150개국, 항만 500곳을 연결하는 노선이 287개에 달한다. 화주 입장에서는 물건을 제때, 자주, 정확히 보낼 수 있다.
일본의 주요 항만인 요코하마항과 수치를 비교하면 명확히 드러난다. 부산항은 주당 정기 컨테이너 노선이 주당 287개인데 비해 요코하마는 96개에 불과하다. 부산항이 3배 더 많다. 미주와 유럽을 잇는 '동서항로'는 부산항이 독보적으로 많다.
요코하마항에는 유럽 항로가 아예 없다. 그나마 큰 항만으로 꼽히는 고베항과 도쿄항은 이 노선이 각각 하나씩에 불과하다. 반면, 부산항은 15개에 달한다. 일본 화주 입장에서는 부산항을 이용하면 화물을 보낼 일정 선택의 폭이 확 넓어진다.
비용 측면에서도 자국 내 큰 항만까지 육상수송을 이용하는 것보다 부산항 환적을 이용하는 것이 20~30%더 저렴하다.
부산항은 반도체 장비와 같이 정밀한 운송작업이 필요한 품목과, 신선도가 생명인 농수산물 수출입에도 강점을 가진다. 일본 내 국제 카페리 거점이자, 부산과 최단 거리에 위치한 시모노세키항의 경우 카페리선의 빠른 리드타임을 통해 농수산물을 오전 중 하역하면 당일 발송이 가능하다.
시모노세키와 부산 간 페리선을 운항하는 칸푸페리 구라타 다다스케 과장은 "부산항은 모든 서비스가 한 곳에서 이뤄진다. 시모노세키에서 부산항으로 가는 화물의 정시성, 뛰어난 네트워크가 강점"이라고 말했다.
박제성 BPA일본대표부 대표는 "화주는 항만의 네트워크, 코스트(가격), 신뢰도가 중요하다. 특히, 부산항의 넓은 네트워크는 운송시간을 줄이고, 가격을 낮춘다"며 "BPA에 일본을 대상으로 형식을 넘어 실제 부산항의 메리트를 수치로 보여주는 등 집중한 결과 부산항에 대한 신뢰도가 계속 쌓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日 노동법 개정 육상수송비 증가 전망, 부산항에 기회
BPA는 일본에서 지금이 '부산항 세일즈'의 골든타임이라고 보고 전사적으로 움직인다. 이는 일본의 노동법 개정과도 맞물려 있다.
일본은 내년 4월부터 노동법 개정안을 시행한다. 트럭 운전사의 연간 시간 외 근무 상한 제한이 없지만, 앞으로 960시간으로 줄어든다. 연속 운전시간도 4시간 이내로 제한한다. 결국 육상을 오가는 트럭 운행이 줄고, 운송료도 가파르게 치솟을 전망이다.
현재 하루 내 이동이 가능한 육상운송이 앞으로는 어려워진다. 일본 열도는 지형이 길고, 교통비가 비싼다. 육상 수송 수요를 인근 지방 항만에서 해상운송을 통해 부산항으로 끌어올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지금'인 것이다.
예를 들어 화주가 일본 소도시에서 주요 항인 도쿄, 오사카까지 육상을 통해 트럭으로 화물을 옮겨 최종 목적지까지 수출입을 하는 것보다 바로 부산항을 통해 환적하는 것이 시간과 비용면에서 훨씬 더 이익이다.
위종진 규슈산업대학 교수는 "내년부터 운전기사의 수가 부족해지 운임비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면서 "일본 국무회의에서 지구온난화 대책을 결정하면서 운송사업자가 이산화탄소 억제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점도 트럭 운송료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히데하루 군지 NX코리아(구 일본통운) 시모노세키 해운지점장은 "20년 전 입사할 때만 하더라도 한-일 항로가 생기는 시점이어서 운송에 대한 우려가 많았다. 하지만 현재는 부산항을 이용하지 않으면 힘들다는 인식변화가 있다. 2024년 노동법 시행 때문이다. 이번 설명회를 통해 내년부터는 부산항을 이용하지 않으면 어렵다는 판단을 하는 분위기"고 전했다.
"물류대란 부산항 탓?" 오해 바로잡고, '부산항' 미래 제시
BPA가 일본 현지에서 '부산항 세일즈'를 벌이는 등 공을 들이는 것은 현지에서 퍼지는 '루머'를 바로잡기 위해서도 있다.
일본은 부산항 물동량 3위 시장이다. 지난 10년간 연평균 환적화물이 3.8%p 증가했다. 하지만, 2021년 글로벌 물류대란 때 일본 화주가 부산항 이용을 기피하는 분위기가 발생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시점에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폭발적인 화물 증가로 적체가 발생했는데, 일본 화주들은 운송 지연을 '부산항의 적체가 심하기 때문'으로 봤고, 오해는 걷잡을 수 없이 확대했다.
실제 부산항의 일본 물동량은 2019년 3,234TEU로 정점을 찍은 뒤 2020년 2,986천TEU, 2021년 2,915TEU로 2년 연속 하락했다. 또, 부산항의 경쟁항인 일본 고베항과 요코하마항은 이를 부산항 환적물동량 탈환의 기회로 활용하기도 했다.
BPA는 이번 세미나를 통해 글로벌 물류대란의 정확한 원인을 짚고, 현재 부산항 장치율이 68% 정도로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내려간 것도 강조했다.
현장에서도 부산항에 대한 오해가 날 것 그대로 나오기도 했다.
혼다 나가노 다케히토 부장은 "물류대란 때 부산항이 한국화물을 우선시 처리한다는 오해를 했다. 실제 한 한국 국적 선사에서 일본 배터리가 '위험물'이라며 화물 접수를 받지 않아, 국적에 따라 차별한다고 생각했다"며 "이번 설명회를 통해 의문과 오해가 해소됐다. 내부적으로 부산항 이용을 더 늘리도록 즉각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들어 일본 내 부산항 최대 경쟁상대인 내항 피더(日지방-日주요항 잇는 국내항로)가 확대하면서 부산항과 본격 경쟁을 예고하고 있는 것도 위협이다.
일본의 내항피더는 비용과 시간에서 경쟁력이 부족하지만, 일본 국토교통성이 보조금을 지원해 물량을 증대하는 정책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새로운 터미널 추가 공급, 스마트 항만 등 강점 내세워
BPA는 "일단 부산항의 비용 경쟁력을 직접 경험하라"는 것을 전면에 내세운다.
이번 일본 포트 세일즈 기간 중 BPA는 시모노세키시와 협약을 맺기도 했다. 부산항을 이용하지 않는 일본 화주들에게 한차례 보조금을 지원해 부산항 비용경쟁력을 경험하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일본 물량을 '빼앗아 오는 것'이 아닌 부산을 '또 하나의 선택지'로 올리는 것이 목표다. 부산항 환적 이용 경험이 일본 화주 수출입 경쟁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자신 있다는 이야기다.
부산항은 지난해 BCT 3개 선석을 개장하고 올해 DGT 3개 선석을 추가로 여는 등 계속 터미널이 공급되고 있어, 다양한 서비스를 합리적 비용으로 제공할 수 있다는 것도 강조한다.
곧 스마트 완전 자동화 항만 운용을 앞두고 있고, 넓은 부지에 합리적인 비용의 배후단지도 부산항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궁극의 이점이다.
예측 가능한, 부산항의 잠재력은 실제 큰 고객의 마음을 움직인다.
'혼다'측은 이번 구마모토 모(母)공장에서 BPA와 면담을 통해 신항 배후단지 이용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는 긍정적인 시그널을 내놨다. 일본 '혼다' 쿠마모토 공장에서 생산하는 이륜차의 60~70%가 부산항을 통해 전세계로 수출된다.
위종진 일본규슈산업대학 교수는 "현재 부산신항 배후단지에 일본 물류기업이 많이 진출했다. 세금이 싸고,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일본 화주를 많이 유치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 부산항으로 진출해 있다"며 "부산 신항 배후단지에 일본 기업을 유치하는 것뿐 아니라 화주를 함께 모으는 세일즈를 병행해야 플러스 효과가 날 것"이라고 말했다.
강준석 BPA사장은 "일본항만은 원양 항로가 많지 않다. 지방 항만이 살려면 부산항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 부산항은 287개 노선이 전 세계 150개국 500개 항만을 연결하는 장점이 있다"며 "이번 현지 설명회를 통해 부산항에 대한 높은 관심을 확인한 만큼, 앞으로 추가로 개장하는 신항 터미널과 배후단지 입주 세일즈에도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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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CBS 김혜경 기자 hkkim@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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