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폐지 한다는데 주가는 3배 급등… ‘상폐빔’ 주의보

정현진 기자 2023. 7. 17.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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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매매 삼성중공우 투자자, 최대 92% 손실
정리매매 개시 직후 급등한 주가에 개인 순매수 몰리기도
“단타 수익 노리고 상폐 주식 투자는 고위험”

상장폐지를 앞두고 정리매매가 시작된 종목들의 주가가 급등하는, 이른바 ‘상폐빔’ 현상이 반복적으로 관찰되고 있다. 상폐빔은 일부 투자자(세력)가 단타 수익을 노리고 일반 투자자들을 유혹하고자 인위적으로 주가를 부양하며 나타난다. 주가 급등세에 개인 투자자들이 올라타면, 세력은 이들에게 물량을 떠맡긴 후 빠져나오는 전략을 사용한다.

일러스트=손민균

정리매매 기간에는 하루 플러스마이너스(±) 30%의 가격변동 폭이 적용되지 않는다. 또 30분 동안 호가를 접수한 뒤 한꺼번에 주문을 체결하는 방식으로 거래가 이뤄진다. 이를 악용해 일부 투자자들이 ‘폭탄 돌리기’식 매매 전략을 취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매매 기술이 부족한 일반 개인투자자가 단타 수익을 노리고 섣불리 정리매매 주식을 매수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투자 방식이라고 경고한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정리매매를 진행했던 삼성중공우 등 5개 종목의 주가가 크게는 세배 가까이 급등한 후 다시 급락하는 현상이 반복적으로 나타났다. 이들 종목은 우선주 상장주식 수(20만주) 미달로 이달 17일 상장폐지가 확정됐고, 이에 지난 6일부터 7거래일간 정리매매를 진행했다.

정리매매 이틀째인 지난 7일 삼성중공우는 전일 대비 196%, SK네트웍스우는 65% 넘게 상승 마감했다. DB하이텍우, 현대비앤지스틸우, 흥국화재2우B 등도 모두 20~30%대 오른 채 장을 마쳤다. 이들 종목 대부분은 이날 장중 100% 넘게 올랐다.

하지만 7일 이후 주가는 급락하기 시작했다. 이들 종목은 정리매매 마지막 날까지 연일 하락세를 보였다. 정리매매 기간(지난 6~17일) 삼성중공우는 6일 시가 대비 93.33%, SK네트웍스우는 84.84% 내렸다. 현대비앤지스틸우가 75.33% 급락했고, 흥국화재2우B, DB하이텍1우가 각각 60.50%, 41.67% 내렸다.

이 기간 각 종목이 기록한 최고가와 정리매매 마지막 날인 14일 종가를 비교하면, 투자자들은 최대 90%가 넘는 손실을 봤다. 삼성중공우의 경우 14일 종가는 6580원이다. 정리매매 기간 장 중 최고가는 7일 기록한 8만7100원이다. 최고가에 주식을 샀던 투자자가 14일 종가에 매도했다면 1주당 8만520원의 손실을 봤다는 의미다. 손실율은 92.45% 수준이다. SK네트웍스우(86.72%), 흥국화재2우B(77.67%), 현대비앤지스틸우(76.20%), DB하이텍1우(53.15%)를 매수한 투자자들의 손실률도 상당하다.

상장폐지가 된 기업의 주식은 사실상 ‘휴지 조각’이 된다. 상장폐지가 채 1주일이 남지 않은 시점이지만, 개인 투자자들은 급등하는 주가에 올라타기도 했다. 삼성중공우의 경우 정리매매 기간 개인은 693만원어치를 순매수했다. 7거래일 중 3거래일에서 개인 순매수세가 관찰됐다. 이 기간 현대비앤지스틸, DB하이텍도 개인 순매수를 기록했다. 주가가 급등한 7일에는 모든 종목에서 개인 순매수가 나타나며, 이날 개인은 5개 종목을 1억여원 어치에 사들였다.

상폐빔 현상은 과거에도 빈번하게 관찰됐다. 이 현상은 주로 상폐 예정 종목을 보유했거나 단타 수익을 노리는 일부 세력이 주도한다. 이들은 정리매매 첫날 개인투자자들이 처분하는 물량을 싼값에 사들인 후, 일부를 높은 가격에 내다 팔면서 주가를 띄운다. 이후 거래량이 폭증하고 주가가 반등하면 일부 세력이 시가에 매도해 차익을 실현하고자 하는 것이다. 정리매매 마지막 날이 다가올 수록 거래량이 줄어들고, 정리매매 초 섣불리 주식을 사들여 처분할 때를 놓친 투자자들은 주가가 급속도로 하락하는 과정을 필연적으로 맞이하게 된다.

전문가들은 정보력과 매매 기술이 부족한 개인 투자자가 상장폐지된 주식을 사들여 단기 이익을 얻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경고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상폐 예정 회사의 대주주나 관계자가 정리매매 때 주식을 사들여 지분을 확대하려는 경우도 있고, 흑자부도회사일 경우 청산가치를 고려해 주식을 매입하는 경우도 있다”면서도 “하지만 일반 투자자가 이러한 수요를 판단해 정리매매 중인 주식을 매입해 이익을 얻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주가 변동 폭이 크고 매도 주문가와 체결가가 다른 단일가매매를 채택하고 있는 정리매매 특성을 고려할 때, 개인 투자자가 정리매매 주식을 거래해 수익을 얻으려 하는 것은 매우 어렵고 위험한 투자 방식”이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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