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븐 속에서 사는 것 같아요” 시리아 난민의 더 괴로운 폭염
“천막 안의 열기 때문에 숨쉬기 힘든 오븐 속에 있는 것처럼 살고 있습니다.”
시리아와 튀르키예 국경 난민캠프에서 사는 하미다 단두쉬(62)가 한낮 무더위를 피하는 방법은 딱 하나뿐이다. 딸, 손자와 함께 사는 텐트에 물을 뿌리며 열을 식히는 것이다.
하미다는 “어제 손자가 경련을 일으켰고 숨쉬기 어려워 병원에 갔더니 텐트 안이 더워서 그런 것 같다고 하더라”며 “우리 같은 노인들이 이 날씨를 견디지 못하면 어린아이들은 어떻게 견딜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알자지라는 하미다의 사례를 소개하며 폭염이 난민들의 삶을 더욱더 어렵게 하고 있다고 16일(현지시간) 전했다.
하미다가 사는 시리아 북서부 난민 캠프에는 약 80명의 실향민 가족이 텐트에 의지해 열악한 생활을 하고 있다. 여름철 폭염이 덮치면서 이 지역의 기온은 42도까지 올라갔다. 가뭄으로 인한 산불도 자주 발생해 폭염의 강도를 더욱 높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난민촌에는 마땅히 더위를 피할 방법이 없다. 선풍기를 비롯한 개별 냉방시설은 물론 집단 쉼터마저 찾을 수 없다. 텐트는 대부분 보온에 강한 나일론 천으로 만들어졌다. 정규군을 대신해 민병대 역할을 하는 화이트 헬멧(시리아시민방위대) 대원들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기본적인 필수 의료 제공과 수분 섭취를 늘리고 태양 아래 있는 것을 피하라고 조언하는 것 뿐이다.
시리아 남부 이들리브 출신의 실향민 하제메 알 하지(30)는 “대부분 텐트에 냉각 수단이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피난민 할레드 바라카트(42)는 “고온으로 인해 (할당받은) 물 탱크가 바닥나 많은 사람들이 공공 수영장을 찾고 있다”고 전했다.
알자지라는 시리아 대응 조정 그룹을 인용해 시리아 북서부에 있는 811개 이상의 난민 캠프는 물 부족에 시달린다고 전했다. 지역 인도주의 단체들은 기부 단체의 물 지원은 감소하고 있는데 기온 상승으로 인해 주민들의 물 소비는 증가하고 있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바라카트는 “러시아와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이 물러나고 우리가 고향으로 돌아가야만 이 고통이 끝날 것”이라고 말했다고 알자지라가 전했다.
2011년 시리아에서 알아사드 정권에 대항하는 시위와 내전이 벌어지면서 수백만 명의 시리아인들이 고향을 잃거나 인근 튀르키예, 레바논, 요르단 등지로 떠났다.
세계식량계획(WFP) 등 국제 구호단체와 인도주의 단체도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전 세계적으로 구호 수요가 많아지면서 시리아 난민 지원 규모를 줄이고 있다. 알아사드 대통령이 중동 국제 무대에 복귀하면서 이웃 국가들에서 시리아 난민을 지원하는 데 부담스러워하는 기류도 감지되고 있다.
박은하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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