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탓’ 공방 오송 지하차도 참사…책임의 시간(종합)
경찰, 88명 전담수사본부 꾸려 수사
'교통통제' 안해 빚어진 '인재' 지적
충북도·청주시·행복청 등 수사선상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오송 지하차도 참사’와 관련한 책임을 놓고 관할 지방자치단체 간 ‘네탓’ 공방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국무총리실 산하 국무조정실은 원인 규명을 위한 감찰에, 경찰은 전담수사본부를 꾸리고 본격 수사에 착수한다. 당국은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아 피해를 키운 ‘인재’ 의혹에 대해 집중적으로 파헤칠 전망이다.
국무조정실 공직복무관리실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국민의 소중한 생명을 지키지 못한 원인을 밝히기 위한 것”이라며 “모든 관련 기관이 예외 없이 조사 대상에 포함된다”고 말했다. 관련 조사에 따라 징계·고발·수사의뢰·제도개선 등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방침이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도 이날 새벽 참사 현장을 방문해 “전체 시스템에 문제는 없었는지 철저히 점검하고, 책임에 대한 대통령의 문책도 있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경찰청은 이번 참사와 관련해 ‘전담수사본부’를 별도 구성키로 했다. 충북경찰청 내 경무관급 간부인 수사부장을 본부장으로 88명 경력을 투입해 수사한다는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 대상이 많다는 판단에 따라 전담수사팀에서 수사전담본부로 규모를 확대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수사 대상엔 홍수 경보를 발령한 금강홍수통제소와 관할 지자체인 충청북도, 청주시청, 흥덕구청 등이 오를 전망이다. 특히 경찰은 재난대응에 책임 있는 공무원들이 도로와 제방 관리에 소홀한 구체적인 정황을 확인하면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를 적용해 입건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현장 매뉴얼이 지켜졌는지 조사가 필요하다. 홍수경보에도 교통통제를 하지 않아 빚어진 사고로 인재라는 비판이 커지고 있어서다.
우선 경찰은 지난 15일 오전 4시40분께 미호강의 홍수경보에도 300~400m 거리인 궁평2지하차도에 대해 교통통제가 이뤄지지 않은 경위를 파악할 것으로 보인다. 사고가 발생한 궁평2지하차도는 충북과 세종의 경계 지점에 있는 지방도 508호선의 한 구간이다. 도로법에 따라 지하차도를 관리하고 소유한 충북도와 청주시는 교통통제 등 관리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어 경찰은 지하차도 배수펌프가 제대로 작동했는지도 살펴볼 예정이다. 궁평2지하차도 내부엔 배수펌프가 4개나 있었지만, 전기 시설이 물에 잠겨 제 기능을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3년 전 3명이 숨진 부산 동구 초량 지하차도 참사도 분당 20t 용량의 배수펌프 3개가 있었지만,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수사결과가 나왔다. 이에 경찰은 이번에도 펌프가 용량을 초과해 오작동이 발생했거나, 관리부실 등으로 고장 났을 가능성 등을 염두에 두고 수사할 것으로 보인다.
또 오송 지하차도 400~500m 거리인 미호천교를 확장하는 공사를 진행하던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행복청) 역시 미호강 임시제방을 부실하게 관리했다는 의혹으로 수사대상이 될 전망이다. 충북도는 전날 브리핑 자료에서 침수 원인과 관련 “미호강 제방 붕괴로 인한 하천수 유입”으로 설명해 책임을 돌린 바 있다.
교통통제를 실행할 경찰의 책임도 가려야 한다. 참사 당일 공사 현장관계자는 물이 넘치자 112에 교통통제를 요구하는 신고를 했다. 이에 경찰은 기관 간 신고가 아닌 일반 112 신고로 접수됐고 지하차도 침수를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궁평2지하차도 인근 미호강 일대를 순찰하고 인근 다른 도로를 통제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명확한 책임 소재를 가려내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현장 감식도 진행할 계획이다. 국무조정실은 감찰 결과가 나오는 대로 국민에 신속하고 투명하게 알린다는 방침이다.
이소현 (atoz@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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