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보훈부, 독립유공자 공적심사위에서 광복회장 빼고 의결 조건도 완화

탁지영 기자 2023. 7. 17.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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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훈부, 서훈 추서·박탈 재량권 커져
“공적심사위 자의적 판단 빈번 우려”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이 1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고 밴 플리트 장군 외손자인 조셉 맥크리스찬 주니어와 고 백선엽 장군의 장녀인 백남희 여사에게 한미참전용사 10대 영웅 선정 기념품을 전달한 후 기념 촬영하고 있다. 국가보훈부 제공

국가보훈부가 지난 3일 독립유공자 서훈 공적심사위원회 운영규정을 개정·시행하며 광복회장을 공적심사위 당연직 위원에서 뺀 것으로 17일 확인됐다. 공적심사위 의결 조건도 완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훈부가 ‘가짜 독립유공자 논란’을 불식하겠다며 공적심사위를 개편한 시점과 겹친다. 공적심사위는 독립유공자의 서훈을 심의하는 기구다. 보훈부가 일부 독립유공자의 서훈을 추서하거나 박탈할 수 있는 재량권이 커졌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최종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17일 보훈부로부터 받은 독립유공자 서훈 공적심사위원회 운영규정 신·구조문 대비표를 보면, 보훈부는 “제1공적심사위원회(예비심사위로 명칭 변경) 각 분과위원장·보훈예우정책관·광복회장이 제2공적심사위(공적심사위로 명칭 변경) 위원이 된다”는 조항을 “보훈예우정책관은 공적심사위의 당연직 위원이 된다”는 조항으로 개정했다. 보훈예우정책관만 공적심사위 당연직 위원으로 남은 것이다. 광복회장은 독립운동가 후손 단체의 장이라는 상징성 때문에 그간 당연직 위원에 임명돼 왔다.

보훈부는 공적심사위 의결 조건도 완화했다. 당초 재적 위원 과반수 출석으로 개의해 출석 위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만 의결됐는데 출석 위원 과반수 찬성으로 바뀌었다. 보훈부는 친북 활동이나 허위 공적 등으로 논란이 된 독립유공자에 대해 서훈 박탈을 추진하고 있다. 과반수만 찬성하면 일부 독립유공자의 서훈을 박탈할 수도 있는 것이다. 또 일부 친일 이력 인사들에 대한 재평가도 진행하겠다고 예고한 상황이다. 이들에 대한 서훈 수여도 이전에 비해 쉬워진 것이다.

보훈부는 광복회장을 당연직 위원에서 빼는데도 관계기관인 광복회에 의견을 묻지 않았다. 보훈부가 최 의원실에 제출한 ‘독립유공자 서훈 공적심사위원회 운영규정 일부개정(안) 의견조회’ 공문을 보면, 지난 4월13일 보훈부(당시 국가보훈처)는 내부 직원들에게만 공문을 보냈다. 보훈부는 최 의원실에 “국가보훈부 법제업무 처리규정에 의거해 의견조회를 실시했다”고 밝혔다. 해당 규정은 관계기관의 의견을 ‘들을 수 있다’고 권고할 뿐 의무사항으로 두지 않았다.

보훈부는 광복회장이 당연직 위원에서 빠진 이유로 출석률 저조를 들었다. 보훈부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광복회장을 당연직 위원으로 넣은 건 독립운동을 대표하는 보훈단체이기 때문이었는데 실제로 운영해보니 광복회장이 거의 참석하지 않아 의미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독립유공자를 서훈할 때 광복회에 공문을 보내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며 “독립유공자 가족들에게도 자료를 받는 등 여러 단계를 거치고 있다”고 했다.

일부 독립유공자 서훈 재검토와 관련돼 있는지 묻자 보훈부 관계자는 “그건 아니다. 공적심사위를 개편한 의도는 (서훈 심의 과정에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자는 것”이라고 답했다. 보훈부는 친일 행적으로 서훈을 받지 못한 독립운동가에 서훈을 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보훈부 관계자는 “광복회장 한 분이 당연직에서 빠진다고 해서 결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고 실질적으로 광복회 전체 의견을 수렴하고 있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 의원은 “독립유공자 공적심사위원에 광복회장을 배제한 것은 정치적 의도가 다분하다. 의결 요건을 완화해 공적심사위의 자의적 판단이 빈번해질 것”이라며 “무엇보다 객관적이고 공정해야 할 서훈 심사가 이념에 따라, 정치적으로 결정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광복회는 경향신문 보도 후 입장문을 내고 “당연직으로 되어 있던 광복회장을 위원에서 제외시킨 것에 대해 강력히 항의하며 유감을 표한다”며 “광복회장을 당연직 심사위원으로 복원해놓을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광복회는 “만일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제78주년 광복절을 앞두고 전국의 시도지부·지회 회원들과 함께 행동에 나설 수 있음을 밝힌다”고 했다.

탁지영 기자 g0g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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