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오션 '음극재' 시장, 승기 누가 잡을까
포스코퓨처엠·SK머티리얼즈·LG화학
엘앤에프·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등 투자↑
배터리 소재 업체들이 음극재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전체적인 배터리 소재 수요가 늘어난 데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Inflation Reduction Act)에 따라 중국산 음극재의 영향력이 대폭 줄어들 것으로 예상돼서다.
미래 먹거리로 떠오른 음극재
음극재는 리튬이온 배터리 4대 핵심 소재(양극재·음극재·전해액·분리막) 중 하나로, 배터리 충전 속도와 수명을 결정한다. 그동안 음극재는 배터리 소재 중 양극재에 비해 주목받지 못했다. 양극재가 배터리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0% 정도인데 비해 음극재는 약 15%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전기차 보급이 늘면서 배터리 생산량도 증가하는 추세다. 그러면서 음극재를 비롯한 배터리 소재 수요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75억달러(약 9조4920억원) 수준이던 글로벌 음극재 시장 규모는 오는 2030년 219억달러(약 27조7166억원)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여기에 더해 올해부터 시행된 올해부터 시행된 IRA도 음극재 사업 확장을 촉진했다. IRA에 따르면 전기차 배터리엔 미국 또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에서 채굴·가공한 핵심 광물을 40% 이상 사용해야만 차량 구매 보조금이 지급된다. 핵심 광물엔 음극재를 비롯해 양극재, 리튬, 니켈, 코발트 등 배터리에 필요한 광물들이 대부분 포함된다.
현재 음극재는 중국 의존도가 높은 상태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음극재 시장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84%다. 미국이 중국을 우려 국가로 분류할 가능성이 높은 탓에 완성차·배터리 업체들이 전기차 보조금을 받기 위해선 중국산 음극재의 대체재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국내 업체들에겐 IRA가 미국 시장에서 중국 음극재 업체들의 빈자리를 차지할 기회가 된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IRA 법안 발표 이후 완성차 업체들과 배터리 셀 업체들이 법안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소재를 조달하기 위해 활발히 움직이고 있다"며 "소재 업체들은 이런 기회를 잘 활용하기 위해 투자를 늘리고 있으며, 음극재 사업도 그 일환이다"라고 설명했다.
음극재 확장 나선 K배터리
음극재는 크게 천연흑연과 인조흑연으로 나뉜다. 천연흑연 음극재는 용량이 크고 저렴하다. 하지만 수명이 짧고 충전 속도가 느리다는 단점이 있다. 이를 개선한 것이 인조흑연이다. 인조흑연 음극재는 충전 속도와 출력이 천연흑연에 비해 뛰어나지만 생산 비용이 많이 든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간 것이 흑연에 실리콘을 주입해 생산하는 실리콘 음극재다. 업계에 따르면 실리콘 음극재는 기존 흑연 음극재보다 에너지 밀도가 10배 이상 높아 배터리 충전 속도와 출력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다. 최근 실리콘 음극재가 배터리 미래 소재로 주목받자 여러 소재 업체가 연구와 생산에 뛰어드는 추세다.
포스코그룹은 포스코퓨처엠을 중심으로 오는 2026년까지 음극재 생산량을 연간 21만8000톤(t)까지 늘릴 계획이다. 이중 천연흑연 음극재는 15만4000t, 인조흑연과 실리콘 음극재는 각각 5만8000t, 6000t이다. 포스코홀딩스 자회사인 포스코실리콘솔루션도 오는 2025년까지 3000억원을 투자해 포항 영일만산업단지에 연산 5000t 규모의 실리콘음극재 공장을 건설할 예정이다.
SK머티리얼즈그룹14는 지난 4월 경북 상주에 연간 2000t 규모 실리콘 음극재 공장을 완공했다. SK머티리얼즈그룹14는 SK머티리얼즈가 2021년 실리콘 음극재 사업 진출을 위해 미국 배터리 소재 기술 기업 그룹14와 손잡고 세운 합작사다. 3분기 상업 생산에 들어가며, 추가 증설을 통해 2025년까지 생산량을 연산 1만t까지 늘릴 계획이다.
LG화학은 '퓨어 실리콘' 기술을 개발 중이다. 퓨어 실리콘이란 100% 실리콘으로 만들어진 음극재를 말한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상용화된 실리콘 음극재는 실리콘 탑재 비중이 5~6% 수준이다.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은 지난해 2월 성장 전략 발표에서 퓨어 실리콘을 핵심 개발 과제로 소개했다. 퓨어 실리콘 개발에 성공한다면 배터리 성능을 대폭 개선할 수 있을 전망이다.
새로 음극재 사업에 뛰어든 업체들도 있다. 엘앤에프는 지난달 일본 화학사 미쯔비시 케미칼과 '차세대 음극재 사업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기존 양극재에 더해 음극재로 사업 범위를 넓혀 IRA 등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는 구상이다.
롯데케미칼 자회사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도 지난 14일 실리콘 음극재 기술을 보유한 프랑스 스타트업인 엔와이어즈(Enwires)와 지분투자계약을 체결했다. 이 회사는 이번 지분 투자를 바탕으로 향후 고성능 실리콘 음극재를 대량 생산할 계획이다. 향후 음극재 핵심 소재인 동박 사업과 연계해 시너지 내겠다는 구상이다.
김민성 (mnsung@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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