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얼굴이 나의 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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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토리아 여왕이 다스린 1837년부터 1901년까지를 일컫는 빅토리아 시대의 영국은 해가 지지 않는 나라였으며 패배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 나라였다.
가난한 화가의 딸로 태어나 귀족으로부터 온갖 수모를 겪고 세상의 온갖 시련을 혼자서 감당해야 하는 레베카는 세상을 원망하며 불공평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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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토리아 여왕이 다스린 1837년부터 1901년까지를 일컫는 빅토리아 시대의 영국은 해가 지지 않는 나라였으며 패배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 나라였다. 아울러 영국 문학의 황금기이기도 했다. 이 당시 영국 문학 세계를 양분하는 두 사람의 거장이 있었으니 그들은 찰스 디킨스와 윌리엄 새커리였다. 문학적 완성도뿐만 아니라 소설을 읽는 재미로도 두 거장은 어깨를 나란히 했는데, 찰스 디킨스는 <올리버 트위스트>를 비롯해서 주로 하층민의 애환과 고통을 적나라하게 묘사해서 독자를 감동하게 했다면 윌리엄 새커리는 중상류층의 내밀한 생활과 문화를 풍자해서 독자를 사로잡았다.
윌리엄 새커리는 <허영의 시장>이라는 대표작을 통해서 부모를 모두 잃고 홀로 상류사회로 진출하기 위해서 고군분투하는 레베카와 풍요로운 집안에서 태어나 수동적으로 자신에게 주어진 환경을 누리고 사는 아멜리아의 대조적인 삶을 따라가며 19세기 초 영국 사회를 날카롭게 파헤친다. 우리는 이 소설을 통해서 진실보다는 세속적인 성공, 명예, 재산이라는 ‘허영’을 쫓는 다양한 인간의 모습을 여과 없이 살펴볼 수 있다.
그러나 <허영의 시장>을 읽어나가다 보면 상류사회의 비판과 풍자보다는 읽는 재미에 매료되기 쉽다. 그만큼 이 소설은 900쪽이 넘는 대작이지만 그 어떤 구절도 잠시 쉬어갈 수 없을 만큼 흥미롭고 유머가 넘치는 서사에 빠져들기 마련이다. 이 소설의 또 다른 미덕은 인간과 세상을 제대로 바라볼 수 있는 통찰이 책 속에 가득하다는 사실이다. 가난한 화가의 딸로 태어나 귀족으로부터 온갖 수모를 겪고 세상의 온갖 시련을 혼자서 감당해야 하는 레베카는 세상을 원망하며 불공평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윌리엄 새커리는 소설 속에서 레베카의 불평을 조곤조곤 비판한다. 그에 따르면 언제나 자신이 불공평한 대우를 받는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사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고 말한다. 세상은 거울이나 마찬가지여서 결국 자기 자신을 비춰 보여준다는 것이다. 세상을 원망하고 한탄하면 세상은 그들을 향해 찡그린 모습을 보여주지만, 세상을 향해서 밝게 웃으면 세상 또한 우리에게 미소를 지으며 다정하고 친절한 친구가 되어줄 것이라고 새커리는 말한다.
그러니 세상이 어떻게 자신을 대하는지는 결국 자신의 선택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만약 세상이 자신을 홀대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자신이 타인에게 그 어떤 선행도 베풀어본 적이 없는 것은 아닌지 성찰해봐야 한다고 <허영의 시장>은 말한다. 과연 레베카는 가난한데다 술에 취하면 아내와 자식에게 주먹을 휘두르는 아버지를 두었지만 영민한 두뇌와 뛰어난 사교술을 타고났다. 세상은 레베카에게 가혹한 것만은 아니었지만 레베카는 타인을 배려하고 선행을 베풀려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는다. 그저 사랑이 배제된 결혼을 통해서 신분 상승을 꿈꾸는 ‘허영’만을 추구했을 뿐이다. 그리고 자식에게 무관심했으며 오직 자신의 지위, 향락, 출세만을 고민했다. 타인의 배려와 우정을 자신의 이익 추구의 도구로 삼았으며 평생 사기와 도박에 찌들어 살았다.
물론 세상의 불의를 참고 견딜 수만은 없다. 또 불의와 불공평을 해소하기 위한 투쟁은 고귀하다. 그러나 한 번이라도 세상에 대한 적대감을 누그러뜨리고 비뚤어진 성격을 바로잡으려고 노력했다면 레베카는 다른 삶을 살았을지도 모른다는 것이 윌리엄 새커리의 통찰이다.
박균호 교사 <나의 첫 고전 읽기 수업>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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