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서 노출 심한 아동복 인기…"아동권리 침해" 비판 여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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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에서 서예교실을 운영하는 중국인 주 씨는 며칠 전 여름방학 맞이 수업을 열었다가 깜짝 놀랐다.
얼마 전 초등학교에 들어간 한 여학생이 검정 스타킹에 등과 가슴이 깊게 파인 옷을 입고 왔기 때문이다.
주씨는 "성인에게도 과한 옷차림이 당당하게 초등학생 몸에 걸쳐져 있었는데, 학생이 나에게 '이렇게 입으면 다리가 가늘고 길어 보인다'고 알려주기까지 했다"고 말했다.
보다 못한 주씨는 학부모에게 연락해 옷을 갈아입혔으면 좋겠다고 했지만, 뜻밖에도 학부모는 그럴 일이 아니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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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연합뉴스) 정성조 특파원 = 중국 베이징에서 서예교실을 운영하는 중국인 주 씨는 며칠 전 여름방학 맞이 수업을 열었다가 깜짝 놀랐다. 얼마 전 초등학교에 들어간 한 여학생이 검정 스타킹에 등과 가슴이 깊게 파인 옷을 입고 왔기 때문이다.
주씨는 "성인에게도 과한 옷차림이 당당하게 초등학생 몸에 걸쳐져 있었는데, 학생이 나에게 '이렇게 입으면 다리가 가늘고 길어 보인다'고 알려주기까지 했다"고 말했다.
보다 못한 주씨는 학부모에게 연락해 옷을 갈아입혔으면 좋겠다고 했지만, 뜻밖에도 학부모는 그럴 일이 아니라고 답했다.
중국공산당의 사정기구 중앙정법위원회의 기관지 법치일보는 17일 최근 '성숙미'를 판매 포인트로 잡은 아동복이 인기를 끌면서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른바 '나이라펑'(奶辣風·어리지만 성적인 느낌을 주는 옷차림)으로 불리는 현상이다.
등판을 훤히 보여주는 '백리스 원피스'나 배를 드러낸 크롭 상의, 미니스커트 등 '섹시함'을 강조하는 복장이 아동복 시장에 나왔고, 온라인 마켓에는 비키니 등을 입은 아동 모델 사진이 적지 않은 상황이라고 매체는 전했다.
허난성 난양시에 사는 젊은 엄마 자오 씨는 "내가 과도하게 민감한 것인지 몰라도 3∼5세 아이의 옷이 왜 등을 내놓은 것이어야 하나"라며 "몇 년 사이 어른들의 옷이 갈수록 어리게 바뀌었고 유아의 옷은 갈수록 섹시해졌는데, 심미관이 병든 사람들이 있는 것"이라고 분노했다.
익명을 요구한 상하이의 한 유치원 책임자는 여름이면 크롭 상의 같은 옷을 입고 오는 어린이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고 설명한 뒤 "노출 있는 옷차림을 한 아이가 반마다 서너명은 있고, 나이가 많은 반에서 더 확연하다"며 "아이들 사이에선 경쟁심리도 발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소셜미디어(SNS)에선 자녀에게 노출 있는 옷을 코디해준 부모들이 올린 이야기도 자주 눈에 띈다. 지하철이나 길거리에서 찍은 사진이 인기를 끌기도 해 아이들이 조회수 획득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고도 법치일보는 전했다.
'복장의 자유'를 근거로 '나이라펑'을 옹호하는 사람도 적지 않지만, 여성복 스타일링 방면으로 활동 경험이 많은 베이징의 변호사인 니나의 의견은 다르다.
그는 "아이들에게 옷 선택권이 있는지를 묻기보다는 아동복의 크기에 제한이 있어야 하는지를 물어야 한다"며 "날이 갈수록 어른처럼 변하고 있는 아동복을 보면서 아이들은 심미관의 영향을 받고 있는데, 이는 아이들의 심리 조숙증을 유발할 수 있고 심신의 건강한 성장에도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중국 민법상 부모가 만 8세 미만 미성년자의 법정 대리인으로서 아이에게 '성숙한' 복장을 입히고 찍은 사진을 SNS에 올렸다면 '권리 침해'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
다만 미성년자 감독·보호자에게 미성년자의 생활과 심신 건강, 안전 등 방면의 보장 의무를 명시한 미성년자보호법에 저촉될 소지는 있을 수 있다고 법치일보는 설명했다.
저우샹 중국인민대학 교육학원 부교수는 "관련 문제를 직접 제한하는 법 규정은 없지만, 공공질서와 미풍양속에 어긋나고 위법 범죄행위를 유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규정의 부재가 완전한 자유를 의미하지는 않는다"며 "미성년자의 합법적 권익 보호를 위해 법규의 개입이 필요하다"고 했다.
논란이 잇따르면서 중국 당국이 법규를 정비해 쇼핑몰이나 SNS 등에 올라온 아동 사진에 제재를 가할 가능성이 생겼다는 관측도 나온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15일 "당의 인터넷 관리를 견지해야 한다"며 사회 통제와 안보 양면에서 사이버 공간에 대한 강력한 통제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xi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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