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소독업' 중기적합업종 지정 … 대중기 상생 첫발 내디뎠다
지난달 16일 서울 중구 남산스퀘어빌딩 20층 중회의실. 동반성장위원회(동반위)가 주관하는 '방역소독업' 1차 상생협의회가 열렸다. 방역소독업을 둘러싼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갈등을 해소하고 상생의 첫걸음을 내딛기 위해 마련된 자리다.
동반위는 이에 앞서 지난 4월 방역소독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하고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상생협의회를 구성해 2026년 4월까지 공정한 시장질서 확립을 위한 상생 협력 방안을 논의할 것을 권고했다.
여기에는 대기업의 신규 진입 제한, 공공 부문과 300가구 이상의 공동주택 의무 소독 시장에 대한 사업영역 확장 자제, 필요 약품과 장비 개발, 서비스 교육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이번 1차 상생협의회에서는 상생협의회 구성 및 운영계획 등을 공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생협의회 참여 대기업으로는 GS 계열사 삼양인터내셔날, SK계열사 캡스텍, KT서비스남부, 에스텍시스템, 롯데하이마트, HDC랩스, 한샘개발 등이 있고 전문 중견기업 세스코도 포함됐다. 이 가운데 롯데하이마트는 동반위의 권고 직후 소독업 사업 철수 입장을 동반위에 전달했다.
그간 대기업의 방역소독업 진입을 둘러싼 갈등은 길고 지난했다. 코로나19로 방역소독 수요가 증가하며 GS그룹을 비롯한 8개 대기업은 계열사를 앞세워 방역 시장에 속속 진입했다. 대기업의 문어발식 확장과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는 기존 방역소독업을 영위하던 대다수 영세 업체의 생존에 위협이 됐다. 이에 한국방역협회(위원장 이철)는 지난해 5월 동반위에 방역소독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해줄 것을 요청했다. 종사자 9인 이하의 소상공인 업체가 81%인 방역소독업종에 대기업이 자본과 인프라스트럭처를 가지고 진입하면 불공정한 경쟁으로 생계 유지가 어렵다는 주장이었다.
결국 동반위는 소독, 구충 및 방제 서비스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했다. GS(삼양인터내셔날), SK(캡스텍), KT(KT서비스남부) 등 대기업의 시장 교란 행위에 따른 영세 소상공인 피해 보호를 위한 조치다.
동반위 권고사항으로 '진입 자제 및 확장 자제'로 3년간 대기업은 방역소독업 시장 신규 진입이 제한될 예정이다. 다만 세스코는 '해당 업종에 대한 전문성을 갖추고 중소기업에서 성장한 중견기업'에 해당해 적용이 제외됐다.
그간 대기업의 방역소독업 진입으로 중견·중소기업이 입어온 피해는 막대했다.
해충방제 전문기업 세스코 직원에게 채용을 미끼로 영업비밀 등을 탈취한 GS그룹 계열사 삼양인터내셔날이 대표적이다. 2023년 공시대상 기업집단 지정 현황에 따르면 GS그룹은 재계 8위로 계열사가 93개에 달한다. 그중 하나인 삼양인터내셔날은 2014년 '휴엔케어'라는 브랜드로 방제 시장에 진입했다.
지난해 12월 서울중앙지검은 삼양인터내셔날 임원과 삼양인터내셔날·세스코 전 직원을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해 현재 재판을 진행 중이다. 지난 6월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삼양인터내셔날 임원 및 법인과 전직 세스코 직원에 대한 공판에서 검찰은 삼양인터내셔날 임직원 및 법인에 대해 각각 징역 2년의 실형과 벌금 5000만원을, 전 세스코 직원에게 징역 1년2월을 구형했다.
방제 업종 특성상 전문성을 체화한 인력의 이동은 곧 영업비밀 유출과 기술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성이 크다. 검찰은 해당 자료가 유출·악용돼 2차 피해 가능성이 있으며, 이때 기술 탈취를 당한 피해 회사는 수십억~수백억 원의 손해를 입을 수 있는 사안이라고 봤다.
국내 방역소독업 시장 규모는 1조7000억원(2021년 통계청 조사 매출 기준)이다.
업체 수는 1만1000여 개로 대부분 영세업체다. 매출 비중은 세스코와 대기업 계열사가 30% 내외, 중소기업은 70% 수준을 차지하고 있다. 전체 종사자 중 대다수는 연 매출 1억원 이하의 영세 소상공인이다. 방제업종 특성상 막대한 자본력으로 신규 시장에 진입해 무리한 성장을 꾀하는 대기업의 문어발식 경영과 불법 행위는 시장 교란, 영세업체 위협 등 다양한 부작용을 낳았다. 동반위의 이번 결정이 한국방역협회 회원사에 그나마 상생의 기대를 품게 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상생은 방제 시장에서만의 문제가 아니다. 정부는 최근 중소기업 기술 탈취를 근절하기 위한 제도를 한층 강화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 6월 '중소기업 기술 보호 지원 강화 방안'을 발표하고 기술을 탈취한 기업의 징벌적 손해배상 상한을 현행 3배에서 5배까지 늘리고 기술분쟁조정제도를 통해 사건이 신속히 해결될 수 있도록 전국 19개 지방법원과 업무협약을 체결해 법원에서 소송 중인 사건을 조정 기관으로 이관하기로 했다.
이처럼 기술 탈취 범죄 관련 법제가 점진적으로 정비되며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상생 기반이 탄탄히 마련되고 있다.
[양연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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