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가 두려워요"…매년 되풀이되는 '지하 참극'에 시민 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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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철 집중 호우로 지하 시설에 물이 들어차는 사고가 되풀이되면서 시민들의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하 공간을 비롯해 재난이 발생할 수 있는 장소에 대한 점검을 체계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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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철 집중 호우로 지하 시설에 물이 들어차는 사고가 되풀이되면서 시민들의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하 공간을 비롯해 재난이 발생할 수 있는 장소에 대한 점검을 체계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15일 오전 8시30분쯤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제2지하차도(오송지하차도)가 침수되며 13명이 목숨을 잃었다. 폭우로 인해 오송지하차도 인근의 미호강 둑이 무너져 내리면서 강물이 지하차도로 들이닥쳤다. 이로 인해 도로를 지나던 차량들이 고립되면서 대규모 피해로 이어졌다.
지하 공간 침수로 인한 인명피해는 해마다 반복되고 있다. 지난해 9월 경북 포항에서는 지하 주차장에서 7명이 숨졌다. 태풍 힌남노의 영향으로 인근 하천의 물이 지하 주차장에 밀려 들어와 차를 옮기러 갔던 주민들을 덮쳤다. 2020년에는 부산 동구 초량 제1지하차도에 시간당 최대 80㎜에 달하는 비가 쏟아지며 차량 7대가 침수되고 3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발생했다.
매년 발생하는 지하 시설 침수에 시민들은 불안한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서울 종로구에서 일하는 직장인 김원경씨(29)는 "운전하다 보면 지하차도는 차로가 많지 않아 역주행하기도 쉽지 않은 구조였던 듯하다"며 "엔진에 물이 들어가면 차가 멈추게 되는데 이럴 경우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한 것 같다"고 말했다.
대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황모씨(68)는 "지난해 포항에서 있었던 지하 주차장 침수 사건을 보고 지하 주차장에 주차하는 것에 두려움이 생겼다"며 "웬만하면 지하 주차장에 차를 세우지 않으려 한다"고 밝혔다.
정부 차원에서 침수시 대처 요령에 대한 교육이 더 강화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서울 서초구에서 근무하는 직장인 김광연씨(31)는 "여름철마다 침수로 인한 사건·사고가 이어지면서 침수가 발생하는 공간은 유독 더 조심하려고 한다"면서도 "여러 피해가 많이 발생했지만 침수 시 대처 방안은 교육받은 기억이 없는 듯하다. 대피 방법 등에 대한 교육이 철저히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에 지하 시설이 많이 들어서고 있는데 반해 위험 요인은 제대로 파악되지 않은 상태라고 지적했다. 조성일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책임교수는 "해외 사례를 살펴보면 지하 공간에서 발생하는 사고는 대형 화재 폭발 같은 것들"이라며 "우리나라처럼 기습 강우로 인한 피해가 일어나는 상황은 해외 사례도 많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지하 시설에서 일어날 수 있는 위험 요소들을 파악한 뒤 관련 매뉴얼을 확충하고 관련자들을 교육할 필요가 있다"며 "지하 공간뿐 아니라 새롭고 익숙하지 않은 것들을 도입할 때는 그 시설이 줄 이익뿐 아니라 그 시설이 가져올 위험에 대해서도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설계 단계에서부터 침수 등 재난 상황에 대비하고 이미 만들어진 시설에 대해서는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지하 시설은 평지보다 낮아 물이 모여 침수에 더 취약할 수 있는데 이런 상황에 대한 안전장치가 그동안 제대로 마련되지 않았다"며 "난간 등 대피로를 확충하는 것처럼 침수 등 재난을 고려한 설계가 이뤄지고 이미 만들어진 시설의 경우 체계적인 점검을 통해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지은 기자 choiji@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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