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비가 또 쏟아진다는데" 폭우피해 농민 '전전긍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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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물에 논이 잠긴 것만 봐도 속이 타들어 가는데 모레까지 또 비가 내린다니 억장이 무너집니다."
호우 특보가 발효된 17일 오후 전남 해남군 현산면 한 농경지에서 만난 난대리마을 이장 박은자(53)씨는 고이다 못해 넘쳐 인근 수로로 흘러내리는 흙탕물을 바라보며 한숨을 토해냈다.
호우 특보가 이틀째 발효 중인 전남에서는 3개 군(해남 553㏊·강진 95㏊·곡성 3㏊)의 농경지 651㏊가 물에 잠기는 피해가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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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남=연합뉴스) 정다움 기자 = "빗물에 논이 잠긴 것만 봐도 속이 타들어 가는데 모레까지 또 비가 내린다니 억장이 무너집니다."
호우 특보가 발효된 17일 오후 전남 해남군 현산면 한 농경지에서 만난 난대리마을 이장 박은자(53)씨는 고이다 못해 넘쳐 인근 수로로 흘러내리는 흙탕물을 바라보며 한숨을 토해냈다.
31년째 60만평(198.34㏊)에서 논농사를 짓는 전업 농부지만, 폭우가 내리는 날이면 근심이 앞서 밤잠을 설친다고 했다.
전날에도 시간당 최대 40㎜의 거센 비가 내려 농경지 일대를 여러 차례 둘러봤다는 박씨는 모레까지 200㎜의 비가 더 내린다는 소식에 "자포자기했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빗물을 잔뜩 머금어 맥없이 고개를 숙인 벼를 가리킨 그는 "빗물이라도 빠져야 복구 작업이라도 시작할 수 있다"며 "농사라는 것은 하늘과 농부의 합작으로 결실을 보는데, 하늘이 참 무심하다"고 근심을 토로했다.
이른 오전부터 침수된 농경지의 빗물을 빼고자 수로에 쌓인 수초를 제거한 그의 장화에는 아직 마르지 않은 진흙이 덕지덕지 붙어 있었다.
오후부터는 내일까지 예보된 비 피해를 줄인다며 갈퀴를 집어 든 그는 벼에 묻은 불순물을 제거한다며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
그는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할지라도 뭐라도 해봐야 하지 않겠냐"며 "벼 침수도 골든 타임이 있다. 5일 이상 침수되지 않으면 어떻게든 벼는 복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15일부터 이날 오전까지 해남에는 288.5㎜의 비가 내려 농경지 553㏊가 물에 잠겼는데, 박씨는 이 정도 재해는 충분히 예방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장마철이면 매년 침수 피해가 일어나는 만큼 배수 시설을 추가로 만들면 된다고 했다.
실제 현산면 일대는 2018년 120㏊를 시작으로, 2019년 98㏊, 2020년 80㏊, 2021년 250㏊가 침수 피해를 보았다.
그의 농경지 인근에는 배수관문 2개가 설치돼 있는데, 관문이나 양수장을 추가로 지으면 이런 피해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박씨는 "배수관문 2개 중 1개의 입구에는 사토가 쌓여 있어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며 "배수관문을 추가로 지어 고지대 농경지에 흐르는 물을 바다로 흘려보내면 된다"고 말했다.
이어 "전남도와 한국농어촌공사에서 24시간 동안 배수 작업을 할 수 있는 양수장을 만드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호우 특보가 이틀째 발효 중인 전남에서는 3개 군(해남 553㏊·강진 95㏊·곡성 3㏊)의 농경지 651㏊가 물에 잠기는 피해가 발생했다.
dau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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