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셧다운' 부산대병원에…노조 "병원의 압박" vs 병원 "간호사의 부재"

정심교 기자 2023. 7. 17.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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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뉴스1) 윤일지 기자 = 보건의료노조 부산지역본부 부산대병원지부 조합원들이 17일 오전 부산 서구 부산대병원 아트리움 로비에서 부산대병원 파업 해결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부산대병원 노조는 비정규직 직고용과 간호사 증원 등을 요구하며 독자 파업을 이어갔다. 2023.7.17/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민주노총 산하 보건의료노조(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가 지난 14일 오후 5시 "총파업 종료"를 선언했지만 유독 부산대병원(부산대병원과 양산부산대병원)에선 노사 간 대치 상황이 극에 치달으며 현장 파업이 계속되고 있다. 부산대병원은 권역 거점의료기관이자 부울경지역 최대 공공병원인데도 5일째 병동 문이 닫혀있어 이 지역 환자들의 외래·입원 진료에 큰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보건의료노조 부산대병원지부는 17일 오전 9시 부산대병원에서 파업 출정식을 열고, 본격적인 투쟁에 들어갔다. 본원(부산대병원)과 양산 분원(양산부산대병원)에서 동시 전면파업에 돌입한 것으로, 총파업을 시작한 13일부터 파업 5일째를 맞이했다. 이날 오전 기자회견에서 보건의료노조 부산대병원지부 조합원들은 "부산대병원의 의사 대리처방과 환자의 민감한 신체 사진이 보호받지 못하는 등 불법 의료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보건의료노조에 따르면 전국에서 총파업을 종료한 14일 이후 국립중앙의료원·충남대병원·전북대병원 등 주요 공공병원과 국립대병원, 한양대의료원·경희의료원·이화의료원 등 주요 사립대병원은 집중 교섭과 주말 교섭, 현장 교섭을 통해 의견을 모아가고 있다. 하지만 부산대병원과 양산부산대병원은 총파업을 개시한 후 5일째 응급실 환자 수용을 제외하고는 신규 환자 입원이 불가능한 상태다. 이들 두 병원의 노조 가입률은 가입 대상 노동자의 약 60%인 4000여 명으로, 대부분이 '간호사'다.

보건의료노조는 ▲비싼 간병비 해결을 위한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전면 확대 ▲환자 안전을 위한 간호사 대 환자 비율 1:5 제도화와 적정인력 기준 마련 ▲무면허 불법 의료를 근절하기 위한 의사 인력 확충 ▲필수 의료서비스를 책임지는 공공의료 확충 ▲코로나19 전담병원 정상화를 위한 회복기 지원 ▲코로나 영웅에게 정당한 보상을 ▲9.2 노정합의 이행 등 7가지를 파업 철회 요건으로 외쳐왔다. 여기에 부산대병원에 소속된 보건의료노조는 ▲임금 10.7% 인상 등 올해 임·단협 교섭 사항 외에도 ▲파견 계약직 500여 명 직접 고용 등을 핵심 요구 사항으로 내놨다.

(부산=뉴스1) 윤일지 기자 = 보건의료노조 부산지역본부 부산대병원지부 조합원들이 17일 오전 부산 서구 부산대병원 아트리움 로비에서 부산대병원 파업 해결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부산대병원 노조는 비정규직 직고용과 간호사 증원 등을 요구하며 독자 파업을 이어갔다. 2023.7.17/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뉴스1에 따르면 노조가 부산대병원의 간호사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본원 간호사가 의사를 대신해 처방한 적 있다는 응답이 95%에 이르렀고, 의사가 부득이하게 처방하지 못할 때나 근무 시간 중 밖에 나간 의사를 대신해 구두 처방한 경험이 있다고 답한 간호사는 73/4%에 달했다. 간호사 김모(27) 씨는 "간호사는 병원에 입사하자마자 의사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제일 먼저 배운다. 이유는 의사 대신 처방을 해야 하기 때문"이라며 김 씨는 "간호사의 휴대폰에는 환자 신체 부위 사진과 변 사진, 가래 사진 등 찍기에도 민망하고 민감한 사진들이 많다. 이런 사진들이 전혀 보호받지 못하는 경로로 의사에게 전달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병원 관계자는 "부산대병원뿐만 아니라 모든 병원에서 허용되는 수준에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안다. 사진 문제는 진료를 위해 진행되는 부분으로 외부에 유출이 되는 경우는 없다"고 반박했다.

(부산=뉴스1) 윤일지 기자 = 보건의료노조 부산지역본부 부산대병원지부 조합원들이 부산 서구 부산대병원 아트리움 로비에서 총파업 대회를 하고 있다. 부산대병원 노조는 비정규직 직고용과 간호사 증원 등을 요구하며 독자 파업을 이어갔다. 2023.7.17/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날 기자회견에서 나순자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은 "노조의 7대 요구는 우리만을 위한 요구가 아니라 국민 건강권을 지키기 위한 것이다. 많은 사업장에서 교섭이 속속 타결되고 있지만 부산대병원만 교섭 시도조차도 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나 위원장은 "부산대병원은 파업하기도 전에 모든 환자를 퇴원시키면서 마치 파업하라고 떠미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다른 병원들이 파업 전날까지도 밤늦게까지 교섭하면서 어떻게 해서든 교섭을 타결해 파업을 막으려고 노력하는 모습과는 매우 대조적"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부산대병원은 중증·산모·유아 등을 제외한 환자 700여 명을 퇴원시키고 현재 퇴원·전원이 불가능한 환자 100여 명만 관리하고 있다. 양산부산대병원도 1280병상 중 100개만 가동하고 있다. 이에 대한 노사 간 입장차도 극명하다. 노조는 16일 낸 입장문에서 "지난 13~14일 진행된 보건의료노조 총파업 기간에 부산대병원은 다른 병원과 달리 노조와 어떤 협의나 조정도 없이 공격적으로 병동을 폐쇄하고 환자를 강제로 전원시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며 "파업을 해결하기 위한 성실 교섭 대신 진료 차질과 환자 불편을 야기해 노조를 압박하려는 속셈 아니냐는 비판이 들끓고 있다"고 주장했다. 병원이 노조를 압박하기 위해 되레 입원 환자들을 내쫓았다는 게 노조 측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부산대병원 홍보팀 맹상호 과장은 "병동을 지켜야 할 간호사들이 파업에 참여하면서 자리에 없는데 병동을 어떻게 운영할 수 있겠는가"라며 "간호사가 없는 곳에서 환자의 안전을 더는 지킬 수 없어 부득이하게 병동을 폐쇄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한편 부산대병원 노조는 오늘(17일) 오후 5시 사측과 노사 교섭을 진행할 예정으로, 만약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무기한 파업한다는 입장이다.

환자 불편과 진료 차질을 만들어 노동조합에 책임을 들씌워 굴복시키려는 의도가 아니고서야 환자 치료를 중단하면서 교섭마저 거부하고 공격적으로 병동을 폐쇄할 이유가 없다.

부산대병원은 노동조합과 7차례 교섭을 진행하는 동안 노동조합의 요구를 단 하나도 들어줄 수 없다며 불성실한 교섭 태도로 일관하다가 노동조합이 파업에 들어가자 기다렸다는 듯이 환자를 퇴원시키고 진료를 중단했다.

정심교 기자 simk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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