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가해자 처벌 원치 않는다'는 표시, 피해자만 할 수 있다"(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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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결정 능력이 없는 피해자를 대신해 성년후견인이 가해자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히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은 "반의사불벌죄에서 성년후견인은 의사무능력자인 피해자를 대리해 처벌불원 의사를 결정하거나 처벌희망 의사표시를 철회할 수 없다"며 "성년후견인의 법정대리권 범위에 통상적인 소송행위가 포함돼 있거나 성년후견인이 가정법원의 허가를 얻었더라도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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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자 통해 자기결정권 구현해야"…5명 반대의견
(서울=뉴스1) 박승주 기자 = 의사결정 능력이 없는 피해자를 대신해 성년후견인이 가해자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히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처벌불원 의사는 원칙적으로 피해자만 나타낼 수 있다는 법리를 처음으로 밝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17일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치상)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금고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A씨는 2018년 11월 경기 성남에서 자전거로 B씨를 들이받아 뇌손상 등 중상해를 입힌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B씨는 이듬해 6월 의사표현이 불가능한 식물인간 판정을 받았다.
이후 B씨 배우자가 성년후견인으로 인정받았다. 성년후견인은 장애, 질병, 노령 등으로 정신적 제약이 있는 사람을 대신해 법정대리인 역할 등을 할 사람을 뜻한다.
1심 선고 전 B씨 배우자는 A씨와 합의했고 법원에 처벌불원서를 냈다. A씨는 교통사고특례법위반(치상) 혐의는 피해자가 원치 않으면 죄를 물을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에 해당해 공소기각 판결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1심은 A씨에게 금고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A씨는 항소했지만 2심도 B씨 배우자가 한 처벌불원 의사표시의 효과를 인정하지 않았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항소심 판단에 잘못이 없다며 대법관 8명의 다수의견으로 상고를 기각했다.
대법원은 "반의사불벌죄에서 성년후견인은 의사무능력자인 피해자를 대리해 처벌불원 의사를 결정하거나 처벌희망 의사표시를 철회할 수 없다"며 "성년후견인의 법정대리권 범위에 통상적인 소송행위가 포함돼 있거나 성년후견인이 가정법원의 허가를 얻었더라도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대법원은 교통사고처리특례법에 '피해자의 명시적인 의사에 반해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고 규정한 점을 짚으면서 "처벌 여부는 피해자의 명시적 의사에 달려있음이 명백하다"며 "반의사불벌죄의 처벌불원 의사는 원칙적으로 대리가 허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어 "성년후견인에 의한 처벌불원 의사를 인정하지 않더라도 피고인에게 유리한 양형요소로 참작하는 것까지 금지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오히려 성년후견인이 피해자를 대리해 이뤄진 형사합의를 양형요소로 고려하는 것은 현행 형사사법 체계에 부합한다"고 부연했다.
다만 사건을 파기환송해야 한다는 대법관 5명의 반대의견도 나왔다.
박정화·민유숙·이동원·이흥구·오경미 대법관은 "의사무능력이라는 이유로 자신의 신상 등에 관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을 봉쇄하는 것은 인간의 존엄성을 부정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의사능력이 충분하지 않은 사람은 제3자가 결정을 대신할 수 있도록 해 자기결정권이 실질적으로 구현되도록 해야 한다"며 "형사소송법의 해석상 제3자에 의한 처벌불원 의사의 지원·보완이 불가능하다고 볼 수도 없다"고 밝혔다.
parks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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