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빗썸 주가조작’ 원영식 초록뱀 전 회장 구속기소
가상통화 거래소 빗썸을 둘러싼 주가조작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전주’ 역할을 한 원영식 초록뱀그룹 전 회장(62)을 기소했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제2부(부장검사 채희만)는 17일 원 전 회장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조세,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지난 2월 재판에 넘겨진 ‘빗썸 실소유주’ 강종현씨와 친동생 강지연 버킷스튜디오 대표도 이날 추가 기소됐다.
이들은 2021년 12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빗썸 관계사인 비덴트와 버킷스튜디오가 보유한 전환사채(CB) 콜옵션 권리를 원 전 회장 자녀의 회사와 투자조합에 무상 부여해 587억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를 받는다.
원 전 회장은 강씨의 제안으로 범행에 뛰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에 따르면 원 전 회장은 자녀에게 매수자금 전액을 대여해준 뒤, 콜옵션을 이용해 자녀 명의 조합이 CB를 싸게 살 수 있게 했다. 이렇게 얻은 매매차익은 원 회장 자녀의 조합이 갖는 대신, 별도의 개인 자금으로 매매차익만큼을 강씨에게 돌려주면 증여세를 내지 않고도 증여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원 전 회장은 지난해 3월부터 8월까지 이 자녀 명의 출차 투자조합에서 취득한 CB를 처분해 41억원의 증여세를 포탈한 것으로 파악됐다.
원 전 회장은 2021년 9월 호재성 미공개정보를 이용해 자녀 소유 법인에 CB 콜옵션을 무상 부여해 회사에 약 15억원의 손해를 입히고, 호재성 미공개정보 공시로 주가를 끌어올려 약 24억원의 부당이익을 취한 혐의도 있다.
강씨는 2021년 9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차명계좌를 이용해 최대주주 보유주식을 선매도하고, 저가 양수한 CB의 전환주식을 재입고하는 등 방법으로 총 350억원의 부당이득을 취득한 혐의로 추가 기소됐다. 이 경우 판 만큼의 전환주식이 채워졌으므로 주식 수엔 변동이 없어 투자조합의 지분 변동 내역을 은폐할 수 있다.
검찰은 강씨의 행위가 “신종 부정거래 행위”라고 했다. 검찰 관계자는 “대규모로 CB를 발행하는 경우 전환 가능한 시점에 오버행(overhang·잠재적 과잉 물량) 이슈로 인한 주가 하락이 예상되므로, 하락 전에 몰래 주식을 처분해 시세차익을 극대화하려는 목적이 있었다”고 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 사건 범죄수익 환수를 위해 강씨가 버킷스튜디오 명의로 보유하고 있는 약 351억원의 주식을 확인해 추징보전 결정을 받았다”며 “원 전 회장이 보유한 약 24억원의 예금 채권에 대해 추징보전 청구하는 등 범죄수익 환수를 위해 끝까지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홍근 기자 redroo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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