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김정은의 神政 통치와 급변사태, 한국군 대비 수준은?

정충신 기자 2023. 7. 17.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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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진 향군 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 한국군사문제연구원 객원연구위원
김성진 향군 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

1991년 구소련이 붕괴하고 냉전이 종식되면서 국제사회의 평화에 대한 기대감은 한껏 높아졌다. 그러나 각종 분쟁과 감염병, 테러, 마약 등을 비롯한 전통적·비전통적 안보위협은 끊이지 않는다. 여기에 북한 김정은의 핵·미사일 도발 책동이 한반도 위기를 고조시킨다. 2차세계대전이 물리적 파괴를 중시하는 총력전(Total War)의 절정기였다면, 아프가니스탄 전쟁(2001)과 이라크 전쟁(2003),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2022)은 새로운 양상이다. 군사작전과 안정화 작전을 통해 물리적·심리적 영역(Two-Track)까지 완결지어야 온전한 승리를 담보할 수 있게 되면서다.

김정은의 신정(神政) 통치체제는 여느 공산주의 국가와 다르게 인위적인 정권교체를 불가능하게 한다. ‘최고 존엄’을 결사옹위하기 위해 주민들의 삶은 얼마든 희생할 수 있고, 핵 선제 사용을 마다할 이유도 없다. 다만, 러시아의 절대 권력자 푸틴이 예브게니 프리고진의 발길질 한 번에 휘둘리는 모습은 권위적 통치체제가 의외로 위기관리에 취약하며, 급변사태를 부추기는 유인(誘因)의 하나임을 실감하게 한다. 한편으로 폐쇄적 집단주의·사회주의에 길들어진 북한 주민의 절대복종 의식, 무자비한 숙청, 군부 실세들의 계급 강등 및 복직을 이용한 충성 강요, 궁핍한 주민들이 장마당으로 몰림에도 강압적인 통제 방식과 비정상적인 응집력을 무시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예기치 못한 시점에 ‘최고 존엄 체제’가 갑작스레 무너지며 대량 탈북으로 이어질 개연성, 사전 밀약에 따라 중국군(북부전구)이 한반도에 기습 상륙하는 등은 예측된 시나리오다. 올해 신년 업무보고도 "~통일이 갑자기 올 수 있지만, 준비된 경우에만 실현할 수 있다"고 언급하고 있다. 다만, 예측이 현실이 되는 순간 한반도는 격랑에 빠질 것이며, ‘한국군의 민군작전(CMO) 투입 시기와 수준’은 결정적인 키로 작동할 것이다. 이는 안정화 작전(민군·민사작전) 개념 및 전환절차가 모호한 현실의 개선 요구와도 맞닿는다. 군사 분야에다 정치·경제·사회·문화·통일 분야 등을 망라하기에 민간 주도(Supported)-군 지원(Supporting)이라는 인식이 클 수 있지만, 민군작전은 군사작전과의 연계를 통해 ‘통일부(자유화 통합본부)’가 주도하는 비상 통치체제(민사작전)로 전환하는 핵심 단계임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간과하지 말아야 할 사실은 민군작전을 안정화 작전의 한 요소로, 민사부대가 수행한다는 등으로 한정해선 안 된다는 점이다. 한·미군의 인식도 상호 공감이 필요하다. 미군은 전·평시 본토 이외 지역에서의 통합작전(Unified Land Operation) 개념이다. 한국군은 적용 시기도 제시하지 않은 채 북한의 통치 질서를 확립하고자 군과 정부·민간이 협조한다지만, 전환 기준과 절차는 모호하다. 미군은 통합·일체화에, 한국군은 북한지역에서의 단기 과업으로 인식하기에 과거의 오류가 재연될 여지가 많다.

북한군은 6·25전쟁 2개월여 동안 남한을 점령하면서 조선노동당과 706 치안여단을 민군작전에 투입했다. 그러나 UN군·한국군의 준비는 부실했으며, 상호 이견(異見)으로 실패했다. 여기에 북한지역에 파견한 단체·군 일부의 일탈 행위가 북한 주민들의 민심을 돌아서게 했다. 북한발 급변사태(平時)에 신속하게 대처하려면, 다섯 가지 분야를 재정립해야 한다.

첫째, 한국군의 ‘안정화 작전(2016)’에 적용 시기는 없으며, 민군작전을 안정화 작전의 하나로만 인식하고 있다. 모호하게 유지하기보다 급변사태에 바로 대응할 수 있는 관련 교리 및 개념의 정립이 필요하다.

둘째, ‘작계 5015-전면전+북한 급변사태 대비계획’, ‘충무계획 3300-대량 탈북 난민 수용계획’과 ‘충무계획 9000-북한 비상통치계획’은 주변국의 다양한 개입유형과 예상되는 시나리오에 관한 대비책을 추가로 마련해야 한다. 이때 주변국의 호응이나, 거부는 또 다른 과제임을 유념해야 한다.

셋째, ‘충무계획 3300’의 완성도는 최대 20만 명 이상을 수용할 시설 확보가 관건이다. 10개 수용시설(6개 전방군단, 2개 함대사령부)이 계획돼 있지만, ‘국방혁신’에 변화가 많기에 각기 2만 명을 수용할 공간과 규모에 대한 재판단이 필요하다.이때 2010년 연평도 포격 당시 행정부·지자체가 주민 격리 및 수용 문제로 큰 갈등을 빚었던 사례를 기억하자. 정부-관계기관-주민 간 진정성 있는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넷째, 북한의 행정구역은 함경남·북도, 평안남·북도, 황해남·북도였다가 량강도·자강도, 시·군 등이 추가 및 변화되고 있다. ‘충무계획 9000’의 기능 간 협업체계·액션 플랜을 현실에 맞도록 보강하는 게 필요하다.

다섯째, 6·25전쟁 당시 유엔군·한국군은 북한지역 통치에 관한 인식의 차이로 정상적인 민군작전을 수행하지 못했다. 한·미 연합작전 체제에서 급변사태에 어떠한 개념적 공감대가 필요한지, 구체적인 수행절차·방법·수단은 무엇이 추가돼야 하는지 등에 관한 진중한 고민이 필요하다.

어제도 괜찮았으니 오늘도, 내일도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심리와 수사(修辭)만으로 급변하는 안보위기에 대처하기는 어렵다. 북한의 급변사태 시 한국군의 민군작전 수준과 개입 정도는 북·중·러 대 한·미·일 진영 구도에 엄청난 파장과 여파가 이어질 것이다. "혼자 가면 빨리 가지만, 같이 가면 멀리 간다."라는 속담을 되뇔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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