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는 ‘투수놀음’이라는데…정작 투수 FA는 희비 교차
야구계에는 ‘야구는 투수 놀음’이라는 오랜 격언이 있다.
하지만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서는 이 말이 잘 통하지 않는다. 어깨를 많이 쓰는 투수의 특성상 ‘소모품’이라는 인식이 있다. 리그에서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른 투수라 하더라도 이후의 미래를 보장받을 수 없다는 얘기다.
지난 겨울 FA 시장에서는 대부분의 투수 FA들이 환영을 받지 못했다. 원종현이 NC에서 키움으로 이적하며 FA 계약 1호 포문을 열었고 이태양이 SSG에서 친정팀 한화로 되돌아갔을 뿐, 그 외의 투수들은 해를 넘겨서야 행선지를 찾았다. 결국 미아가 되어서 은퇴를 선언한 강리호도 있다.
그렇다면 2023시즌의 절반이 지난 후 이들의 희비는 어떻게 갈렸을까.
가장 좋은 성과를 낸 투수는 이태양이다. 이태양은 한화와 4년 총액 25억원에 계약을 했고 몸값을 했다.
전천후 불펜으로 뛴 이태양은 전반기 31경기에서 43이닝을 소화했고 1승2홀드 평균자책 2.30의 성적을 냈다. 팀 내에서 선발 투수를 제외하고 가장 많은 이닝을 소화하며 마운드를 지켰다. 한화가 8연승을 달리며 질주할 때 이 기간 이태양의 성적은 4경기 평균자책 2.25였다. 4경기 중 실점한 경기는 단 한 경기에 불과했다. 덕분에 한화 불펜 평균자책은 3.81로 10개 구단 중 4위에 해당한다.
정찬헌은 개막을 앞두고 3월 말 결국 원소속팀 키움과 FA 계약으로 잔류하면서 선수 생활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스프링캠프도 참석하지 못했고 개인 훈련을 하다 뒤늦게 팀 전력에 합류해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다. 하지만 정찬헌의 기록은 준수했다.
전반기 11경기 2승5패 평균자책 3.94를 기록했다. 전반기 마지막 등판인 지난 9일 두산전에서는 3.2이닝 6실점(5자책)으로 무너졌지만 11경기 중 7경기에서 퀄리티스타트를 달성하며 선발 투수로서의 기본적인 요건을 달성했다.
홍원기 키움 감독도 “겨울 동안 힘든 여건 속에서 늦게 합류를 했지만 선발 한 자리를 맡아 자신의 역할을 120% 했다고 보고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다른 FA 투수들은 크게 웃지 못했다.
원종현은 부상으로 시즌 아웃이라는 결과를 받아들였다. 원종현은 올해 20경기에서 18.2이닝 16실점(12자책) 평균자책 5.79를 기록했고 오른 굴곡근 부위의 통증으로 수술대에 올랐다. 재활기간은 약 1년이다.
FA 계약한 투수 중 총액으로만 따지면 가장 큰 액수인 40억원(3+1년)을 받은 한현희는 몸값만큼 해내지 못했다. 시즌 개막을 선발 투수로 시작한 한현희는 선발로 나선 11경기에서 3승 7패 평균자책 5.10으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결국 6월 말부터 구원 투수로 보직을 옮겼지만 해결책이 되지는 못했다. 10경기 9이닝 11실점으로 팀의 고민을 키웠다.
김하진 기자 h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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