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폭염 이제 뉴노멀…재앙 피할 기후적응 '발등의 불'
"기후변화 억제 위한 탄소감축 더불어 극단기상 대비 필요"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세계적으로 극단적 기상이 점점 심하게 자주 닥치는 상황에서 적응 자체가 급선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을 줄여 기후변화를 억제하는 장기적 과제도 중요하지만 당장 닥쳐올 재앙부터 면해야 할 시대가 왔다는 진단이다.
이 같은 인식은 기후변화가 극단적 기상의 형태로 일상에서 체감되면서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다.
17일 AP, 로이터 통신 등 외신을 종합하면 유럽, 미국, 아시아 곳곳은 전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의 혹독한 날씨를 경험하고 있다.
이탈리아, 스페인, 그리스 등 남유럽에는 40도에 육박하는 폭염이 닥쳤다.
유럽우주국(ESA)은 유럽의 역대 최고기온인 섭씨 48.8도를 능가하는 날씨가 곧 재현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미국 서부에서도 이날 캘리포니아 사막의 기온이 섭씨 53도까지 치솟는 등 폭염이 지속됐다.
서부 주들을 가마솥 안처럼 달군 열돔(heat dome) 현상 때문에 미국 인구의 25% 정도에게 경보가 발령됐다.
일본에서도 전날 기온에 40도에 육박하는 곳이 속출해 열사병 경계경보가 발령됐다.
중국에서도 지난달 말부터 광범위한 지역에 폭염이 지속돼 전날 신장을 비롯한 일부 지역의 기온은 40도를 넘나들었다.
폭염은 일사병, 열사병, 열실신, 열경련, 열탈진 등 생명을 앗아갈 수 있는 온열질환을 불러 중대한 공중보건 위협으로 여겨진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폭염은 위험한 자연재해 중 하나"라고 규정한다.
WHO는 "폭염은 사망자와 피해자가 항상 뚜렷하게 부각되지는 않는 까닭에 제대로 된 주목을 받는 때가 드물다"고 경고한다.
지구촌 다른 편에서는 눈에 띄는 참사로 확인되는 폭우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했다.
한국에서는 전례를 찾기 힘든 장마철 폭우로 산사태, 침수 사고 등이 잇따라 이날 현재 40명이 숨지고 9명이 실종됐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에서도 이날 폭우에 따른 홍수에 자동차를 몰던 주민들이 휩쓸려 5명이 숨지고 2명이 실종됐다.
펜실베이니아뿐만 아니라 버몬트주, 뉴욕주, 뉴저지주 등 동북부에도 폭우가 쏟아져 취소된 여객기가 1천편이 넘었다.
인도에서도 우기에 예년보다 많은 비가 더 자주 내려 지금까지 최소 90명이 숨진 것으로 전해진다.
기후 전문가들은 기후변화의 가장 두드러진 특색으로 폭염, 폭우와 같은 극단적 기상의 강도와 빈도가 높아진다는 점을 꼽는다.
특히 이들은 기후변화가 과거 태평양 섬나라나 북극곰의 우려를 넘어 이제는 지구상에 안전한 곳이 없다는 문제로 확대됐다고 지적한다.
미국 비영리단체인 참여과학자연대(UCS)의 정책국장인 레이철 클리터스는 뉴욕타임스(NYT) 인터뷰에서 "적응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진다"며 "재난이 언제 어디에서나 닥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대다수 국가가 새 형태의 재앙에 아직 대비가 덜 됐다며 기후 적응을 위한 체계를 서둘러 만들어가야 한다고 촉구한다.
이네 반데카스틸레 유럽환경청(EEA) 연구원은 NYT에 "건물부터 교통, 건강, 농업, 생산성까지 전 분야를 재점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각국 정부가 물 부족, 홍수 등 기후변화와 연계된 위험에 대처하기 위해 전체 행정단위를 동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부 선진국에서는 기후변화 적응을 위한 별도 예산을 마련해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폭염 완화를 위한 아스팔트 제거, 에너지 사용법 변경과 건물 재단장, 홍수 방지를 위한 대규모 배수 인프라 확충 등이 그런 사례로 관측된다.
유럽연합(EU) 산하 기관인 EEA는 "수십년간 폭염, 폭우, 폭풍, 가뭄, 산불 등 기후변화와 관련된 자연재해가 자주 심하게 찾아왔다"며 "앞으로는 기후변화 때문에 이런 기상이 더 심하게 더 자주 찾아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기후변화를 억제하기 위해 탄소 배출을 급격히 줄이는 조치를 취하면서 다른 한편에서 계속 바뀌는 변덕스러운 날씨에 적응하고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회원국 정부들에 촉구했다.
jang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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