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보험사, 금감원장 ‘상생금융’ 강조에 일단 보따리 풀지만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은행권에 이어 2금융권에도 상생금융을 강조하면서 우리카드를 시작으로 카드사와 보험사들이 잇달아 상생금융 방안을 내놓고 있다. 업황이 좋지 않은 카드업계에서는 “부담이 되더라도 안 할 수 없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는 불만도 나온다.
신한카드는 17일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소상공인에게 상권정보 등을 제공하는 ‘소상공인 함께, 성장 솔루션’ 서비스를 개시하면서 4000억원 규모의 상생금융 방안을 발표했다. 취약 계층을 위한 유동성 지원이 2500억원, 채무부담 완화가 1500억원이다.
이날 신한카드 ‘소상공인 함께, 성장 솔루션’ 론칭 행사에는 이복현 금감원장도 참석했다. 이 원장은 “그간 주로 은행권을 중심으로 상생금융 노력이 있어 왔는데 최근 카드, 캐피탈, 보험사 등도 적극 동참해 주신데 대해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미 발표된 상생금융 방안을 최대한 조기에 집행해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말했다.
이 원장이 은행권에 이어 2금융권에도 취약계층을 위한 사회공헌을 강조하면서 최근 카드사들은 연이어 상생금융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우리카드가 지난달 29일 이 원장이 방문한 행사에서 2200억 규모의 상생금융 방안을 내놓은 것이 시작이었다. 이어 현대카드가 6000억원, 롯데카드가 3100억원 규모의 상생금융 방안을 내놓았다. 보험사 중에서는 지난 13일 한화생명보험이 처음으로 ‘2030 목돈마련 디딤돌 저축보험’ 등 상생금융 방안을 내놓았다.
카드업계에서는 상상금융 방안을 내놓으라는 금융당국의 압박이 있었던 것은 아니라면서도, 눈치를 안 볼 수 없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특히, 조달금리가 오르고 연체율도 상승하면서 올해 카드업계의 업황은 좋지 않은 상황이다.
7개 전업카드사 중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감소한 카드사는 신한카드(-13.1%), 하나카드(-66.2%), 우리카드(-50.3%), KB국민카드(-32.5%), 삼성카드(-11.4%), 롯데카드(-38.6%) 등 6곳이었다. ‘애플페이’ 효과를 본 현대카드의 영업이익만 전년 동기 대비 1.5% 증가했다.
한 카드사 관계자도 “금융당국의 압박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전업 카드사 7곳 중에서도 이미 4개 카드사가 생생금융안을 발표를 하면서 도미도식으로 번져가고 있다”며 “압박은 없어도 다른 카드사들도 대세에 동참해야 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또 다른 카드사 관계자도 “이제는 어차피 해야 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진 것 같다”며 “다들 지금 ‘우리도 타이밍 잘 잡아서 내놔야겠네’라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업황이 좋지 않아 부담이 있지만, 가만히 있기에는 금융당국도 그렇고 소비자 눈치도 보이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박채영 기자 c0c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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