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일본, 중국... 현지서 K팝 시스템 돌리는 기획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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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와이피(JYP)엔터테인먼트 설립자 박진영은 미국 뉴욕에 살던 어린 시절 마이클 잭슨에 푹 빠졌다.
국외 현지에서 선발한 멤버들을 케이팝 시스템으로 훈련·데뷔시켜 1차적으로 현지에서 인기를 얻고, 더 나아가 글로벌 인기 그룹으로 성장시킨다는 전략이다.
제이와이피는 2018년 중국 현지화 보이그룹 '보이스토리'를 데뷔시킨 데 이어, 2020년 일본 현지화 걸그룹 '니쥬'를 선보여 성공을 거둔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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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와이피(JYP)엔터테인먼트 설립자 박진영은 미국 뉴욕에 살던 어린 시절 마이클 잭슨에 푹 빠졌다. 스티비 원더, 스모키 로빈슨 등 흑인 솔 가수에게도 마음을 빼앗겼다. 당시 쌓은 음악적 경험과 취향이 훗날 제이와이피 음악의 핵심이자 기반이 됐다. 그는 “모든 것이 시작된 이곳으로 돌아와 미국 기반의 글로벌 케이(K)팝 그룹을 결성할 아티스트들을 발굴할 것”이라며 “미국과 전세계가 반할 팀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미국 리퍼블릭 레코드와 제이와이피가 손잡고 추진하는 프로젝트 ‘에이투케이’(A2K)가 베일을 벗었다. 아메리카 투 코리아의 약자로, 미국인 아티스트를 발굴해 케이팝 시스템으로 걸그룹을 만드는 것이다. 먼저 뉴욕·시카고·로스앤젤레스·애틀란타·댈러스 오디션에서 선발된 참가자들은 로스앤젤레스에서 일주일간 열리는 ‘부트 캠프’(훈련소)에 들어간다. 여기서 선발된 최종 후보들은 한국의 제이와이피 트레이닝 센터로 들어가 실제 데뷔를 준비한다.
그 첫 과정이 지난 14일 제이와이피 유튜브 채널에 공개됐다. 댈러스에서는 캐나다에서 온 카밀라 리보 발데스(17)가 아델의 ‘이지 온 미’를 불러 합격했다. 한국 케이팝 댄스 아카데미로 유학까지 다녀왔다는 켄들 에블링(16)도 귀엽고 아기자기한 춤으로 합격 메달을 목에 걸었다. 시카고에선 렉서스 뱅(16)이 4살부터 12년간 해온 발레를 그만두고 새로운 꿈을 향해 도전했다. 그는 군더더기 없고 힘 있는 춤으로 박진영을 사로잡아 합격 메달을 따냈다.
이 프로젝트는 제이와이피가 2018년부터 추구해온 ‘글로벌라이제이션 바이 로컬라이제이션’(현지화를 통한 세계화) 전략에 따른 것이다. 국외 현지에서 선발한 멤버들을 케이팝 시스템으로 훈련·데뷔시켜 1차적으로 현지에서 인기를 얻고, 더 나아가 글로벌 인기 그룹으로 성장시킨다는 전략이다. 제이와이피는 2018년 중국 현지화 보이그룹 ‘보이스토리’를 데뷔시킨 데 이어, 2020년 일본 현지화 걸그룹 ‘니쥬’를 선보여 성공을 거둔 바 있다. 오는 21일부터는 니쥬를 탄생시킨 오디션 <니지 프로젝트> 시즌2 방송을 시작해 보이그룹 선발에 들어간다.
다른 대형 기획사도 비슷한 방식의 현지화 전략을 취하고 있다. 하이브는 지난해 말 일본 현지 레이블 ‘하이브 레이블즈 재팬’을 통해 보이그룹 앤팀을 데뷔시켰다. 9명 멤버 중 한국과 대만 출신 2명을 빼고 나머지 7명이 일본인이다. 일본이 주무대이지만, 지난달부터 한국 활동도 시작했다.
에스엠(SM)엔터테인먼트는 엔시티(NCT)의 서브 그룹을 현지화 전략에 활용하고 있다. 2019년 중화권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보이그룹 웨이션브이를 데뷔시켰는데, 멤버들 국적은 중국·대만·마카오·타이 등이다. 이들은 2020년 엔시티에 공식적으로 합류했다. 에스엠은 오는 27일부터 방송하는 <엔시티 유니버스: 라스타트(LASTART)>(ENA·티빙)를 통해 일본을 기반으로 활동할 엔시티 새 팀 데뷔조 결성 과정을 보여준다. 애초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는 미국에서 활동할 ‘엔시티 할리우드’도 구상했으나, 그가 에스엠을 떠난 뒤 이 프로젝트는 취소됐다.
이런 현지화 전략이 가능한 건 무엇보다도 케이팝의 위상이 올라갔기 때문이다. 케이팝을 동경하며 케이팝 가수가 되려는 이들이 전세계적으로 크게 늘었다. 이들 가운데 실력자를 선발해 케이팝 시스템으로 훈련시키면 더 많은 지역에 더 많은 케이팝 가수들이 생겨나고, 그만큼 케이팝 시장과 영향력이 커진다. 이제 글로벌 진출이 필수가 된 상황에서 이런 시도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박진영은 이런 전략을 “케이팝의 미래”라고 일컬으며 “현지에서 데뷔하지만 글로벌 시장이 목표”라는 점을 강조했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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