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탄력근로제 운영 쉬워지나...첫 법원 판단 이끈 LG전자 무슨 일
LG전자 정직 30일 징계 처리하자
상대는 ‘부당 정직 취소 소송’ 맞서
법원은 “노사 합의로도 도입 가능”
A씨는 LG전자와 한국노총 LG전자노동조합(노조)이 합의한 탄력근로를 이행하지 않다 정직 30일의 징계 처분을 받았다. 탄력근로제는 업무량이 많은 시기에 근로시간을 늘리고 나머지 기간에는 근로시간을 줄이는 방식으로 1주 평균 근로시간을 법정 근로시간에 맞추는 제도다.
LG전자와 노조는 여름철 성수기마다 업무량이 몰리자 이 기간에만 근로시간을 늘리는 탄력근로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이 합의로 LG전자 가전제품 수리기사들은 6~8월에 주 6일씩 54~58시간을 일하게 됐다.
탄력근로제를 도입해야 할 필요성은 충분했다. A씨가 일했던 지점의 2021년 1~11월 가전제품 수리 건수는 5만2498건이었다. 이 가운데 29.6%인 1만5582건은 7~8월에 집중됐다.
문제는 노사가 합의한 탄력근로에 연장근로가 포함돼 있다는 것이었다. A씨는 연장근로와 탄력근로의 경우 동의 주체가 서로 다르기 때문에 근무명령을 따를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근로기준법은 개별 근로자와 합의가 있어야만 연장근로를 할 수 있도록 했다. 반면, 탄력근로제는 근로자대표와 서면 합의 등을 거쳐 도입할 수 있다. A씨는 LG전자 탄력근로제의 경우 연장근로를 포함하고 있는 만큼 노사 합의가 아니라 근로자 개개인과 합의를 거쳤어야 했다고 맞섰다.
LG전자는 5회에 걸쳐 근무명령서를 보내고 주의 촉구 1회, 경고 2회 등의 조치를 취했다. 이후에도 A씨가 근무명령에 따르지 않자 정직 30일에 처했다.
A씨는 부당징계라면서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냈다. 그러나 부산지방노동위원회와 중노위는 징계가 정당하다고 봤다.
A씨의 근로계약서에는 “회사 사정상 부득이한 경우 시간외 근무 등을 명할 수 있고 직원은 이에 동의하기로 한다”는 조항이 있다.
재판부는 “에어컨을 포함한 가전제품 수리 건수는 7~8월 성수기에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경향이 있고 긴급한 수리 건에 적시 대응하지 않을 경우 고객의 손해·인명 피해 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며 “수리가 지연될 경우 LG전자 제품에 대한 신뢰도가 하락할 우려가 있는 점 등을 종합해 보면 연장근로 명령은 ‘회사 사정상 긴급하게 부득이한 경우’의 요건을 충족한다”고 판단했다.
이어 “A씨가 성수기인 6~8월 연장근로를 일절 거부하고 소정근로시간을 일부 이행하지 않아 다른 근로자의 업무량이 증가했을 것”이라며 “정직 30일의 징계가 과중한 처분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LG전자를 대리한 김상민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포괄 합의된 연장근로를 가산해 구성된 6개월 단위 탄력근로가 쟁점이 된 최초의 사건”이라며 “법원은 연장근로의 포괄 합의가 가능하고, 포괄 합의된 연장근로를 가산해 6개월 단위의 탄력근로가 가능하다고 명확하게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김 변호사는 “가전제품 수리 업무와 같이 성수기와 비수기가 명확히 구분되고 성수기에 물량이 몰려 근로시간의 탄력적 운영이 필요한 회사에 상당히 의미 있는 판결”이라고 강조했다.
연장근로가 포함된 탄력근로를 거부한 것은 A씨뿐만이 아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LG전자는 A씨와 법적 분쟁을 겪는 도중 탄력근로제 대신 최대 주 64시간까지 근무할 수 있는 특별연장근로제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날씨 영향이 큰 여름철 수리 서비스 대응 특성상 피크 시점을 정확하게 예측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LG전자는 “법원 판단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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