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한 韓배구 위상…태국 정상 이끈 박기원 감독의 충고
박기원 "韓배구 벼랑 끝에서 밀려 추락하는 중"
[서울=뉴시스] 박대로 기자 = 임도헌 감독이 이끄는 남자배구 대표팀이 2023 아시아배구연맹(AVC) 챌린지컵을 3위로 마무리한 반면 박기원 감독이 지휘한 태국이 아시아 정상에 올랐다. 이런 가운데 박 감독이 이미 한국 대표팀의 추락을 예고한 점이 눈길을 끈다.
한국은 이번 AVC 챌린지컵 목표였던 우승을 달성하지 못한 채 지난 16일 귀국했다. 세계 32위로 이번 대회 최상위 랭커였던 한국은 이번 대회 준결승에서 세계 76위 바레인에 충격적인 0-3 패배를 당했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우승해 이달 말 열리는 국제배구연맹(FIVB) 챌린지컵 남자대회에 진출한 뒤 FIVB 대회 우승을 통해 내년 세계 최정상급 국가대표팀들이 경쟁하는 발리볼네이션스리그에 출전하려 했다.
그러나 애초에 첫 단계도 달성하지 못하면서 계획은 물거품이 됐다. 발리볼네이션스리그에 속한 일본과 경쟁해볼 기회 역시 날아가버렸다.
반면에 박기원 감독이 이끈 태국의 경우 바레인을 결승에서 3-0으로 완파하고 아시아 정상에 올랐다. 태국은 첫 경기에서 한국에 졌지만 이후 연전연승하며 우승까지 차지했다.
박 감독은 지난 2월 태국 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았다. 이후 5개월 만에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태국은 아시아를 대표해 이달 말 FIVB 챌린지컵에 출전한다.
이 같은 남자 대표팀의 부진은 여자 대표팀이 발리볼네이션스리그에서 당한 굴욕에 이어 한국 배구팬들에게 또 한 번 충격을 줬다.
세사르 에르난데스 곤살레스 감독이 이끄는 여자대표팀은 2023 국제배구연맹(FIVB) 발리볼네이션스리그에서 12전 전패를 당했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전 경기 패배였다.
선수들도 국제 수준과 격차를 실감했다. 여자 대표팀 강소휘는 "이번에는 작년보다 나아진 것 같지만 세계적인 선수들과 차이가 많이 나 부끄러움을 느꼈다"고 말했다. 남자 대표팀 주장 황택의는 동메달에 그쳐 창피했다고 털어놨다.
남녀 대표팀의 동반 부진 속에 다가오는 아시아배구선수권대회와 항저우아시안게임 등을 앞두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남자부 AVC 챌린지컵에서 태국을 정상으로 이끈 박기원 감독은 한국 배구 위기를 예고한 바 있다.
2011년부터 3년간 한국 남자배구대표팀을 지휘했던 박 감독은 지난해 11월 뉴시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한국 배구의 국제 경쟁력 약화를 예고했다.
대한배구협회 기술이사였던 박 감독은 당시 "국제적으로 왔다갔다 하면서 면이 안 산다"며 "외국에 가면 '미스터 박, 한국 요새 왜 그러냐. 우리도 해볼 만하겠던데'이란 얘기를 들으면 자존심이 많이 상한다"고 털어놨다.
이어 "국내 리그는 잘 되고 있지만 이것도 영원하지는 않다. 국제 대회 성적이 떨어지면 국내 리그 팬도 빠져나간다. 다른 종목도 그런 사례가 있었다"며 "지금 한국 배구는 벼랑 끝에 서 있다고 이야기할 정도도 지났다. 벼랑에서 밀려서 추락하고 있다고 할 상황"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대표팀의 수준을 높일 방안을 함께 찾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박 감독은는 "우리가 노력을 안 하는 것은 아닌데 다른 나라보다 배구계의 업그레이드 속도가 느리다. 이 상태에서 변화를 안 가져오면 재생 불가능한 상황이 될 가능성도 있다"며 "어떻게든 이른 시일 내에 허심탄회하게 협회와 연맹, 배구인이 현실을 정확히 인식하고 어떻게 헤쳐나갈지 정확한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충고했다.
또 "계획 없이 잘잘못만 따지고 있으면 재생불능으로 갈 수 있는 위기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박 감독의 말대로 한국 배구계는 뒤늦게 국제 경쟁력 강화 방안을 마련했다. 남녀 대표팀이 연이어 부진하자 한국배구연맹은 V-리그 공인구를 국제 공인구인 미카사 공으로 바꾸는 등 수습에 나섰다.
이 같은 변화 시도에도 주축 선수의 세대교체까지 맞물리면서 단기간에 대표팀 성적이 개선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계 배구계 안팎의 시각이다. 한국 배구계의 심도 깊은 고민이 더욱 시급한 시점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daer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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