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졸졸 흐르다 툭하고 쏟아지더라” 사고 1시간 전 119 신고한 주민
폭우로 인근 하천이 범람하면서 청북 청주 오송의 지하차도가 물에 잠겨 최소 13명의 사망자가 나온 가운데, 이번 사고가 ‘인재’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사고 전 주민과 통제소 등이 세 차례에 걸쳐 범람 위험성을 알렸지만 지하차도를 통제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사고 발생 약 한 시간 전 ‘제방이 유실될 것 같다’며 119에 신고한 인근 마을 주민은 “(미호천) 제방을 탄탄하게 만들어 놨으면 이런 사고가, 인재가 일어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충북 청주 오송읍 평2리 이장을 지냈던 장찬교씨는 17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일주일 전부터 기상청에서 장마에 대비하라는 뉴스가 계속 나왔다. 그러면 비상 사태를 대비했어야 한다. 무방비로 장마가 시작된다고 하니까 허술하게 임시제방을 둑 형태로 만들어 놨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 15일 침수 사고가 난 궁평2지하차도와 범람한 미호천은 불과 400m 떨어진 거리다. 미호천은 교량 확장 공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임시 제방을 쌓아둔 상태였다. 임시 제방은 폭우로 늘어난 유량을 견디지 못해 무너졌고, 이 물이 지하차도로 삽시간에 쏟아져 들어갔다.
사고 당일 오전 7시30분쯤 공사 현장을 방문했다는 장씨는 “주변에 농장이 있어서 장마 대비하러 나갔다가 미호천 수위가 궁금해서 현장에 가봤다”며 “가서 보니까 06 포크레인(중형 포크레인) 한 대로 둑을 쌓아 물을 못내려오게 공사를 하고 있더라”고 말했다.
수위가 높아지자 보강공사를 하고 있던 것인데, 장씨는 “수위가 올라와서 육안으로 볼 때 둑이 불과 30㎝ 밖에 남지 않았다”며 “밑에서 포크레인이 계속 흙을 (둑 위로) 떠올려도 그걸(수위를) 감당 못했다”고 했다.
결국 장씨는 119에 신고했다. 그는 “(작업반에) ‘포크레인 한 대로는 수위를 막을 수 없을 것 같다’ ‘장비를 더 투입시켜 대비해야 한다’고 얘기하다가 안 되겠어서 119에 신고했다”며 “행정부처랑 연결해서 빨리 대책을 세울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야 되겠다 생각했다”고 말했다. 장씨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는 이와 같은 사실을 시청에 알린 것으로 전해졌다.
그 뒤 현장에는 감리단에서 나온 사람들이 도착했다. 장씨는 “장비를 얼른 투입시키라고 했더니 이미 반대쪽이 침수돼서 장비가 올 수 없다고 하더라”며 “그때 공사 현장을 보니까 이미 물이 졸졸졸 흐르더니 금방 툭 하고 물이 쏟아지더라”고 말했다.
장씨의 신고 전에도 미호천 범람 위험을 알리는 경고가 두차례나 더 있었다.
사고 발생 하루 전인 지난 14일 오후 미호천 수위는 6.8m를 넘겨 홍수 주의보가 내려졌다. 밤 사이 폭우가 내려 강물은 계속 불어났고 사고 당일 오전 4시20분 홍수 경보가 내려졌다. 이에 금강홍수통제소는 총리실과 행정안전부, 충북도, 청주시 등 70여 곳에 통보문과 문자를 발송했다. 당일 오전 6시30분쯤에는 금강홍수통제소가 유선으로 청주 흥덕구청에 주민 대피·통제를 요청했다. 하지만 궁평2지하차도 통제는 이뤄지지 않았다.
결국 15일 오전 8시40분쯤 범람한 미호천 물 6만t(톤)이 궁평2지하차도로 유입됐다. 이 사고로 이날 오전 10시까지 13명이 숨지고 차량 16대가 침수된 것으로 확인됐다. 침수 차량 중에는 기존 노선이 폭우로 통제돼 지하차도로 우회했다가 변을 당한 시내버스도 포함됐다. 이 버스에서는 기사를 포함해 5명의 사망자가 나왔다.
소방당국은 이번 사고와 관련해 실종 신고된 12명 중 1명이 아직 발견되지 않음에 따라 지하차도 중앙부를 중심으로 수색작업을 이어갈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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