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방 복구 아직 다 못했는데…충남, 19일까지 또 많은 비
[2023 폭우]
충남권에 19일까지 시간당 30~60㎜ 안팎의 집중 호우가 쏟아질 것으로 예보된 가운데 피해지역 응급 복구와 비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손길이 빨라지고 있다. 논산·부여·금산 주민들은 주민대피소에서 급식 자원봉사를 하고 군 장병들은 피해지역 복구에 나서 구슬땀을 흘렸다.
17일 대전지방기상청은 대전·세종·충남 전역이 전남과 서해남부 해상에서 발달한 비구름대가 북동진하면서 19일까지 시간당 30~60㎜ 안팎의 강한 비가 내리겠다고 예보했다. 기상청은 이미 많은 비가 내린 충남 논산·부여·청양·공주·서천, 대전, 세종에 시간당 최대 80㎜ 등 250㎜ 이상의 비가 더 올 것으로 전망했다.
논산시는 지난 16일 무너진 성동면 원봉리 논산천 제방과 우곤리 금강 제방을 복구하느라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17일 낮 12시 기준 잠정 복구율은 원봉리 제방 40%대, 우곤리 제방 50%대이다. 논산시 안전총괄과는 “원봉리 제방의 경우 길이 50m, 높이 11.5m가 뚫렸고, 우곤리는 제방 하부의 토사가 농경지로 흘러 도로가 침하하는 등 피해가 발생했다. 두 곳 모두 유속이 워낙 빨라 복구작업에 속도가 나지 않고 있다”며 “오늘 응급복구를 목표로 굴삭기 8대와 덤프트럭 22대 등 중장비를 투입해 공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제방 두 곳이 붕괴하자 인근 주민 386세대 526명은 임시주거시설 42개소로 대피했다 17일 대부분 귀가했다. 비 피해가 커지자 논산 새마을부녀회, 자율방범대, 의용소방대, 적십자봉사단 등 643명이 임시주거시설 등에서 급수·급식·교통통제 등을 맡아 자원봉사를 했다. 논산 예비군부대 장병들은 지난 15, 16일 이틀간 제방 붕괴 현장에서 힘을 보탰다. 논산은 농경지 577.74㏊가 침수·매몰 피해를 입었다.
부여와 금산에서도 자원봉사자의 발길이 이어졌다. 부여군새마을부녀회, 규암면남녀새마을지도자는 17일 국민체육센터에서 수북정 제방 위험지역 주민 170명과 집이 물에 잠겨 대피한 이재민들에게 아침밥을 제공했다. 또 육군 8361부대 장병들은 호우 피해가 발생한 부여사랑요양원에서 복구작업을 도왔다. 금산군에서는 국제로타리3680지구 11지역, 진산면의용소방대가 진산면 읍내3리 등에서 토사가 유입된 주택 응급복구와 도로를 막은 토사·나무 등을 치우는 등 봉사활동을 벌였다. 예산군 삽교읍 자율방재단과 행정복지센터는 집중호우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관내 도로변의 빗물 관로를 정비했다.
부여는 13일부터 외산면의 누적강수량이 628㎜에 달하는 등 많은 비가 내린 가운데 수박·멜론 재배시설 2057동(62.2㏊) 등 741농가 466㏊가 유실·매몰되고 한우 25마리, 닭 3만9000마리, 양어장 2곳, 양봉 150봉이 폐사했다. 부여에서는 구룡면 논티리 산 261-1 등 71곳에서 산사태가 나고 도로 21곳, 하천·제방 32곳, 문화재 3곳 등 공공기반시설 181곳이 수해를 입었다. 이날 현재 대피 주민은 321명 가운데 285명이 귀가해 36명이 임시 거처에 수용돼 있다. 부여 백마강 수위는 홍수주의보 기준 7.5m보다 낮은 6.37m이다.
한국수자원공사 보령댐관리단은 홍수 조절을 위해 이날 오전 7시부터 보령댐에서 초당 35톤의 물을 방류했다. 방류 시점의 보령댐 수위는 만수위 74m에 근접한 69.7m이다. 금강홍수통제소도 금강이 지나는 세종시 햇무리교, 충남 부여 백제교, 공주 금강교, 논산 황산대교에 발효한 홍수경보를 유지했다.
보령해양경찰서는 오는 18일부터 23일까지 대조기 주의보를 발령했다. 대조기는 밀물과 썰물의 차이가 크고 가장 높아지는 시기로, 이번 대조기와 장마가 겹쳐 연안 사고 위험이 큰 데 따른 조처라고 설명했다. 장재영 보령해경 해양안전과장은 “갯벌 체험활동과 해안가 침수우려지역의 출입을 삼가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지난 14일 논산시립납골당에서 비탈면 토사에 매몰돼 숨진 윤아무개(76)씨 부부는 이날 부모를 합장하고 제사 지낸 뒤 귀가하다 변을 당한 것으로 밝혀져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논산시 관계자는 “그동안 합장을 허용해 달라는 민원이 많아 지난 2일 관련 조례가 제정됐다. 숨진 윤씨 부부는 이날 따로 모셔져 있던 부모 유골함을 합장하려고 납골당을 방문했다”고 전했다.
송인걸 기자 ig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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