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해도 괜찮아” 두려움 없는 헛스윙, 청대 4번 타자의 잠재력이 10년 만에 터지기 시작했다
윤형준(29·NC)은 진흥고 시절 주목받는 거포 유망주였다. 그러나 프로에서 좀처럼 자리를 잡지 못했다. 2013년 NC에 입단했지만, 포지션 경쟁자가 에릭 테임즈였다. 2차 드래프트로 LG로 이적한 후에도 기대만큼 활약하지 못했다. 음주운전으로 물의를 일으키며 임의탈퇴 처분을 받았고, 트레이드를 통해 NC로 복귀했다. 그렇게 프로 10년을 보냈다. 어느새 서른이 가까운 나이, 청소년 대표팀 4번 타자 출신의 잠재력이 이제 조금씩 폭발하기 시작했다.
윤형준은 올 시즌 전반기를 타율 0.278에 OPS 0.800으로 마쳤다. 리그 평균 100을 기준으로 하는 조정득점생산력(wRC+)는 122.9까지 끌어올렸다. 이제는 주전 1루수를 확실하게 꿰찬 모양새다. 전반기 마지막 9경기에서 타율 0.344에 장타율 0.469, OPS 0.832를 기록했다.
변화구 대처가 특히 좋아졌다. 윤형준은 “변화구에 안 속으려고 애쓰다 보니 오히려 강점이던 직구까지 놓치게 되더라”고 말했다. 그래서 생각을 바꿨다. 속아도 괜찮다는 마음으로 자신 있게 방망이를 휘둘렀다. 윤형준은 “헛스윙을 하더라도 계속 휘두르다 보니 칠만한 공인지 아닌지 알게 되고, 삼진을 당하더라도 그다음 타석에서는 좋은 타구도 만들 수 있었다”고 했다. 헛스윙으로 영점을 잡아갔고, 결국엔 과녁에도 맞히게 되었다는 얘기다.
경기에 꾸준히 출장하면서 성적은 상승했고, 성적이 좋다 보니 선발 출장도 계속되고 있다. 행복한 선순환이다. 윤형준은 ‘체력적으로 힘들지는 않으냐’는 말에 “10년 전부터 계속 갈망했던 게 매일 경기에 나가는 거였다”고 했다. 프로에서 좀처럼 자리 잡지 못하던 시절 야구를 그만둬야 하나 생각도 했다. 윤형준은 “그만둘 때 그만두더라도 1년은 풀시즌을 치러보고 그만두자는 생각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래서 그는 지금이 행복하다. 아침이면 어서 야구장에 나가고 싶고, 빨리 경기를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얼마 전부터 윤형준은 경기 시작 전 NC ‘명언 타임’의 또 다른 주인공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그날의 당번이 준비해 온 명언을 말하면, 최고참 박석민이 ‘아재 개그’로 추임새를 넣는다. 이를테면 주장 손아섭이 ‘오늘 우리는 미친다’라고 했을 때 박석민이 ‘나는 파 칠게’라고 답하는 식이다. 여기서 윤형준이 큰 웃음으로 반응하는 게 일종의 루틴이 되어가고 있다. 윤형준은 “솔직히 석민이 형 개그가 엄청 재미있는 건 아닌데, 그냥 혼자 멍 때리다가도 피식하게 되는 그런 매력이 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윤형준은 전반기 마지막 경기였던 지난 13일 롯데전, 1회말부터 3타점 싹쓸이 2루타로 기세를 올렸다. NC는 윤형준을 시작으로 타선이 불을 뿜으며 13-3 대승을 거뒀다. NC는 전날 11-2 승리에 이어 이틀 연속 대승으로 전반기 마지막 시리즈에서 분위기 전환에 성공했다. 윤형준은 “연패가 길어졌어도 팀 분위기는 잘했을 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고 했다. 접전 끝 패배는 어쩌면 불운의 결과이고, 과정에 충실하다 보면 언젠가 결과도 따라올 것이라는 얘기다. NC도 윤형준도 후반기 과정에 따른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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