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통신사, 재판부의 통화 내역 제출 명령 거부할 수 없어…과태료 정당”
통신사가 재판부로부터 통화 내역 등을 제출하라는 명령을 받았을 경우 거부할 수 없고, 이를 따르지 않는 통신사는 과태료 부과 대상이 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17일 SK텔레콤이 재판부의 문서제출명령 거부에 따른 과태료 처분에 불복해 낸 재항고 사건에서 과태료 500만원을 결정한 원심을 확정했다.
통신비밀보호법 3조는 통신비밀보호법과 형사소송법, 군사법원법의 규정에 따르는 경우 외에는 통신사실확인자료를 제공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동시에 같은 법 13조의2는 법원이 재판상 필요한 경우 민사소송법 294조에 따라 통신사실확인자료를 요청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재판 실무에서 통신사실확인자료의 제출 의무를 놓고 통신비밀보호법과 민사소송법이 서로 충돌하는 문제가 있었다.
대법원은 이날 “통신사실확인 자료는 문서제출 명령의 대상이 되며 전기통신사업자는 통신비밀보호법을 이유로 제출을 거부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통신비밀보호법이 민사소송법상 문서제출명령에 의한 통신사실확인자료 제공에 대해 명시적으로 정하고 있지 않더라도, 문서제출명령에 의해 통신사실 확인자료가 제공될 수 있다고 해석하는 것이 입법 목적에 반하거나 가능한 범위를 넘는 확장해석이라고 볼 수 없다는 취지다.
대법원은 다만, “법원이 통신사실확인자료에 대해 문서제출명령을 발령할 때는 통신비밀보호법의 입법 취지를 고려해 통신·대화의 비밀 및 자유와 적정·신속한 재판의 필요성에 관해 엄격한 비교형량을 거쳐 필요성과 관련성을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반면, 안철상·민유숙·노정희·오석준 대법관은 “법원은 통신사실확인자료에 대해 문서제출명령을 할 수 없고 명령을 하더라도 전기통신사업자는 통신비밀보호법을 들어 그 제출을 거부할 수 있다”고 반대 의견을 냈다. 두 법이 출동할 경우 특별법인 통신비밀보호법을 우선해야 한다는 취지다.
2016년 한 부부의 이혼 소송 1심을 심리하던 전주지법은 SK텔레콤에 이 사건 한 당사자의 외도를 입증하기 위한 통화 내역 제출을 명령했다. 하지만 SK텔레콤은 “통화 내역 자료 제공은 통신비밀보호법상 당사의 협조 의무로 규정되어 있지 않으며, 당사의 개인정보보호 강화 방침으로 자료 제공은 불가하다”며 제출하지 않았다. 이에 법원은 과태료 500만원을 부과했다. SK텔레콤은 불복해 항고했지만 항고심도 과태료 처분이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SK텔레콤은 2018년 대법원에 재항고를 했고, 대법원은 이날 결론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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