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 동의없이 설치된 CCTV... 대법원 "검정 봉투로 가려도 죄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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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럭 제조업체 A사는 2015년 8월 회사 안팎에 폐쇄회로(CC)TV 카메라 51대를 설치했다.
대법원은 "A씨 등은 위법한 CCTV 설치에 따른 기본권 침해를 방어하기 위해 비닐봉지를 씌웠을 뿐, 시설물 보호를 방해했다고는 보기 어렵다"며 "CCTV 자체를 훼손하지 않고 검정색 비닐봉지를 씌워 임시로 촬영을 방해한 것에 불과했고 회사와 협의를 계속하려고 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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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럭 제조업체 A사는 2015년 8월 회사 안팎에 폐쇄회로(CC)TV 카메라 51대를 설치했다. 32대는 공장부지의 외곽 울타리에, 나머지 19대는 공장부지 내 주요 시설물과 출입구에 자리를 잡았다. 특히 시설물과 출입구에 설치된 카메라로 근로자들의 출퇴근과 근태를 확인했다.
회사는 보안을 위해 CCTV를 설치했다고 밝혔다. 2013년과 2014년 두 차례나 자재를 도난 당했고, 2014년과 2015년에는 공장 외벽에 불이 나기도 했다는 것이다. 사측은 "근로자와의 협의·동의 없이 설치하는 건 부당하다"는 노조의 항의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자 노조지회장 A씨 등은 2015년 11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4차례에 걸쳐 CCTV 카메라에 검은색 비닐봉지를 씌워 촬영을 막았다. 이에 검찰은 A씨가 회사 업무를 방해한 것이라고 보고 재판에 넘겼다. A씨 등은 "사측이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근로자들의 동의를 받지 않았으므로 CCTV 촬영은 업무방해죄의 '업무'로 볼 수 없다"며 "카메라에 봉지를 씌운 건 정당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A씨 등의 업무방해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고 벌금 70만 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자재 도난과 화재 사건이 있었기 때문에 CCTV 설치의 필요성이 인정된다"며 "CCTV가 회사 건물과 주변을 전체적으로 넓게 촬영하고 있어 근로자를 감시하는 목적이라 보기 어렵다"고 했다. 항소심 판단도 원심과 같았다.
하지만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 3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지난달 29일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전주지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A씨 등은 위법한 CCTV 설치에 따른 기본권 침해를 방어하기 위해 비닐봉지를 씌웠을 뿐, 시설물 보호를 방해했다고는 보기 어렵다"며 "CCTV 자체를 훼손하지 않고 검정색 비닐봉지를 씌워 임시로 촬영을 방해한 것에 불과했고 회사와 협의를 계속하려고 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회사의 책임도 지적했다. 근로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CCTV 가동을 강행했기 때문에 개인정보가 위법하게 수집되는 상황이 현실화됐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에 대한 침해가 발생하면 원상회복하는 게 쉽지 않기 때문에 임시조치로서 검정색 비닐봉지를 씌운 건 정당하다"고 밝혔다.
박준규 기자 ssangkka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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