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해외사업 족쇄 확 푼다…비금융업도 인수 가능
리스사-해외렌터카, 보험사-해외은행 '소유OK'
해외 자회사 자금지원도 문턱 낮추고
지점 아닌 해외 '사무소'도 영업할 수 있게
국내 금융사들의 해외 사업 족쇄가 풀린다. 은행들도 해외에선 비금융 자회사를 소유할 수 있고 보험사들 역시 은행 등 해외 금융사를 자회사로 둘 수 있게 된다. 현지법 상 허용된다면 자동차 금융을 하는 국내 할부금융(캐피털)사가 해외에서 렌터카 업체를 인수하거나, 보험사가 해외 은행을 소유하는 것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해외 자회사에 대한 자금지원 문턱도 낮추기로 했다. 또 현지 법령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선 국내 금융사들의 지점이 아닌 해외사무소라도 영업활동이 일부 허용된다. 금융위원회는 17일 금융규제혁신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금융사 해외진출 관련 규제개선 방안'을 마련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국내 적용을 전제로 만들어진 규제는 현지 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해외에서는 적용되지 않도록 하는 등 해외에서의 규제적용이 합리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안을 마련했다"며 "금융사들이 창의성과 역량을 최대로 발휘해 국제 무대에서 활약할 수 있도록 하는 밑바탕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해외 자회사 규제 없애고 자금지원 숨통 트인다
우선 국내 금융사들의 해외 자회사 인수·설립 관련 규제가 대폭 완화된다. 현재 국내 은행에 대해선 다른 회사에 대한 지분 15% 이상 출자를 제한하고 금융업이나 직접 관련 업종 등에 한해서만 자회사를 소유할 수 있다.
앞으로는 은행의 해외 비금융자회사 소유를 허용한다. 또 금융지주회사의 자회사가 현지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선 해외 비금융회사도 소유할 수 있다. 금융지주회사 자회사인 비금융회사(핀테크)가 해외 투자일임·자문사를 소유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보험사의 해외 자회사 소유범위도 확대된다. 금융위는 이를 '전향적 허용'이라고 표현했는데, 국내 보험사가 진출한 해외시장에선 은행 등 해외 금융회사도 소유할 수 있다. 아울러 사전신고 대상인 해외 자회사 범위를 확대해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절차를 간소화한다.
해외 자회사에 대한 자금지원 공급도 원활해질 전망이다. 현재 은행지주의 자회사 등 간 신용공여한도는 자기자본의 일정 비율 이내로 설정돼 있다. 해외 현지법인은 신용도 미흡과 담보부족 등으로 현지 자금조달이 어려운데 자회사 등 간 신용공여 한도 규제로 국내 계열사로부터 자금조달도 쉽지 않다.
이에 해외 현지법인에 대한 신용공여는 자회사 등 간 신용공여한도를 일정기간(예시 3년) 추가 부여(10%포인트)하기로 했다.
보험사들이 해외 자회사에 담보를 제공하는 것도 허용한다. 그동안은 보험사의 해외 보험 자회사에 대한 담보제공을 금지하고 채무보증만 허용했다. 앞으로는 이미 허용 중인 채무보증 조건(총자산 3% 한도 내, 직전분기말 지급여력비율 200% 이상 등) 범위 내에서 자회사를 위한 담보제공도 가능해진다.
현지 규제 탓에 발행주식 100%를 보유하지 못한 금융지주 외국 손자회사에 대해서도 신용공여 규제 예외를 인정하기로 했다. 현재 금융지주그룹 내 외국손자회사의 국내 자회사 신용공여 시 적정담보 확보의무 면제 대상은 '발행주식 총수 보유시'(100% 보유)로 한정된다.
다만 일부 국가에선 자회사 설립 시 최소지분을 임직원 명의로 보유하도록 하는 등 국내와 다른 규제도 있는데, 이 같은 사례에선 앞으로는 적정담보 확보의무 예외가 적용된다.
해외 영업활동 활발해질 듯
국내 적용을 전제로 마련된 여러 규제도 해외 현지에 맞춰 합리적으로 개선된다.
우선 해외 현지법인 인수금융 취급 시 NCR(순자본비율) 기준이 완화된다. 자본시장법 시행령상 해외 현지법인은 '종합금융투자사업자'에 해당하지 않아 NCR 위험값 100%가 적용되는데, 앞으로는 모기업이 종합금융투자사업자이면 해외 자회사가 기업 신용공여를 할 때 모기업과 동일한 위험값(거래 상대방 신용도에 따라 1.6~32%)을 적용한다.
국내 여신금융기관들이 해외금융사로 대출채권을 매각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여신금융기관의 외국 법인에 대한 외화대출채권에 한해 '외국 법령에 따라 설립돼 외국에서 금융업을 영위하는 자'에게 양도할 수 있다.
해외사무소의 현지 영업 활동도 일부 허용된다. 현행 규정은 해외지사를 영업활동을 위한 '지점'과 비영업활동을 위한 '사무소'로 구분한다. 사무소의 경우 조사·업무연락 등이 설립 목적인데 앞으로는 해외에서 현지 법령이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사무소도 영업활동이 가능하다.
보고·공시 규정도 유연화했다. 카드사 등 여신전문사업자들은 대주주에 대한 신용공여나 주식취득 보고 절차를 '지체없이 보고'에서 보험업권과 같은 보고기간 7일 이내로 완화한다. 동일한 해외투자에 대해선 해외진출 규정에 따른 신고·보고의무를 면제해 개별업권법에 따른 신고·보고의 중복 보고 부담을 줄인다.
금융회사의 역외금융회사 투자시(지분율 10% 이상) 원칙적으로 사전신고 의무가 부여됐던 해외진출규정도 사후보고로 전면 전환해 해외투자 활성화를 지원한다.
해외진출 금융사에 대해선 취약요인 개선 중심의 사전예방적 검사로 글로벌화 수준의 내부통제·리스크관리 역량을 높인다는 구상이다. 제재보다 자율개선이 필요한 사안에는 '기관제재 갈음 MOU' 등 활용 가능 여부를 검토해 활성화를 추진한다.
기관제재 갈음 MOU는 규정을 어긴 금융사에 대해 기관제재를 적용하는 대신 특정 요건(행위 당시 위법 부당 여부가 불분명하거나 업계 전반의 인식 없이 행해진 경우 등)에 대한 MOU(양해각서)를 체결하는 방안이다.
해외법인에 대한 현지검사를 진행할 때는 현지 규제와 시장 상황 등을 고려하고 건전성·내부통제 측면의 예방·개선 중심 검사를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올해 안에 법령 개정, 유권해석 등의 필요 조치를 추진해 4분기 중 '금융사 핀테크의 해외 진출 및 금융인프라 수출 지원'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라며 "추가 논의가 필요한 과제는 관계기관 협의 등을 지속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노명현 (kidman04@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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