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만 1000억씩 내는데" 아시아나항공 임금인상 어려운 이유
아시아나항공 조종사 노동조합(APU)의 쟁의행위로 국제선이 결항되는 사태가 발생하자 노조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사가 임금 인상이 불가능한 상황인데 노조가 무리한 요구를 관철시키기 위해 국민들을 볼모로 잡고 있다는 것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전날 7시35분 인천국제공항을 출발해 현지시간 11시5분(현지시간) 베트남 호찌민에 도착할 예정이던 아시아나항공 OZ731편이 결항됐다. 귀국 항공편까지 함께 결항돼 296명의 승객이 불편함을 겪었다.
아시아나항공은 결항 원인으로 스탠바이 근무자의 연락 두절을 꼽았다. 회사는 "조종사노조 단체 행동에 따른 영향으로 부족 승무원(기장·부기장) 섭외를 할 수 없어 결항 조치했다"고 설명했다.
일반 국민들은 조종사노조의 쟁의행위에 당장 불편함을 겪고 있는 만큼 노조에 따가운 시선을 보내고 있다. 고임금을 받고 있는 조종사들이 임금 인상을 이유로 파업을 하고있는데다가 그 피해가 고스란히 승객들에게 돌아오고 있다는 것이다.
사정을 알고 있는 항공업계의 시선도 크게 다르지 않다. 업계 관계자들은 아시아나항공의 재무상태를 봤을 때 임금인상이 불가능하다는걸 알텐데도 조종사노조에서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지난 1분기 연결 기준 아시아나항공의 총부채는 12조8147억원으로 부채비율이 2013.9%에 달한다. 1년 이내에 갚아야 하는 단기차입금 역시 2조5770억원이다. 부채가 많다보니 이자비용도 만만찮다. 1분기 아시아나항공이 지불한 이자비용은 1089억원이다. 매 분기 1000억원 이상이 이자비용으로 빠져나가고 있다.
2021년과 지난해 아시아나항공이 영업이익 흑자를 기록했으나 부채를 해결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2021년 연결기준 아시아나항공의 영업이익은 932억원, 2022년은 5988억원이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실적이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공급망이 안정화되며 운임료가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정보분석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2분기 아시아나항공의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전년 동기 대비 23.0% 감소한 1074억원이다.
업계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이 흑자를 내고는 있지만 재무구조는 비상상황에 가깝다"며 "채권자가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기관이지만 부채비율이 심각한 상황에서 채권자 눈치를 안보고 임금을 올리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고 밝혔다.
이어 "특히 조종사는 사내에서 가장 높은 임금을 받는 직종"이라며 "조종사 임금인상 시 벌어질 여파 등을 고려하면 회사에서 노조에 내밀 수 있는 카드가 사실상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조종사노조는 오는 24일부터 파업을 예고하고 있다. 노조는 "회사의 입장이 변화될 수 있도록 최대한 타격을 줄 수 있는 미주, 유럽 여객·화물 노선의 항공기를 세울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경우 아시아나항공이 입을 타격은 심각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시아나항공은 노조의 파업 예고에 따른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아시아나항공은 조종사 노조의 단체 행동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지난 달부터 'APU 쟁의행위 대응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고 있다. 원유석 대표이사가 팀장을 맡고 있고 임원과 조직장으로 구성된 63명의 규모다.
아시아나항공은 조종사 노조가 파업에 돌입하면 최대 국제선 20%, 국내선 50%의 공급 축소 가능성이 높아 모든 예약 상황 등을 분석해 감편, 항공 스케줄 조정 등을 실시할 계획이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조종사 노동조합이 임금인상을 위해 고객을 볼모로 단체 행동을 하고 있다"며 "이미 임금인상에 합의한 타 직군 노조와의 형평성 및 회사 재무 상황상 조종사 노조의 요구는 회사의 여건을 고려하지 않은 자기 잇속 챙기기에 급급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태성 기자 lts320@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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