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에 증발된 수분, 한국에 퍼부었다…전세계 날씨 보니
한국에서 폭우가 큰 인명 피해를 낳은 가운데, 지구촌 곳곳이 극단적 날씨로 비명을 지르고 있다. 지역에 따라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폭염과 폭우, 가뭄과 산불이 동시다발적으로 몰아치면서 피해가 눈덩이처럼 늘고 있다. 기상이변이 잦아진 이유로 지구온난화가 꼽히는데 올해에는 엘니뇨까지 겹치면서 불에 기름을 부은 격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어떤 전문가들은 인간을 근본 배경으로 지목한다.
극한 더위는 스페인, 이탈리아, 그리스 등 남부 유럽도 강타했다. 이탈리아 일부 지역에선 기온이 45도를 넘을 것으로 예보됐다. 2년 전 시칠리아에서 기록된 유럽 최고 기온인 48.8℃가 며칠 안에 깨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폭염이 휴가 시즌과 맞물리면서 당국은 관광객 보호에 나섰다. 그리스는 14일 가장 더운 시간대 관광명소 아크로폴리스를 폐쇄했다. 이탈리아 보건부는 16일 로마, 피렌체 등 16개 도시에 폭염 경보를 발령하고 뙤약볕에서 콜로세움 등의 방문을 피하라고 권했다. 중동에서도 폭염이 이어지면서 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땡볕에서 휴가를 즐기다 병원에 입원, 탈수증 치료를 받고 16일 퇴원했다.
산불도 극성이다. 지난달 북미 전역에 최악의 대기오염을 초래한 캐나다 산불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5월 초부터 한 번도 꺼지지 않은 캐나다 산불은 지금까지 9만3000㎢를 태웠다. 약 두 달 동안 남한 면적의 약 90%를 태운 셈이다. 지난주에도 사흘 동안 250건 이상의 산불이 발생하면서 미국으로 다시 연기를 뿜어내고 있다. CNN은 이 여파로 16일에도 몬태나, 미네소타, 아이오와, 위스콘신주 일대의 대기질이 악화했다고 전했다. 스페인에선 라팔마섬에 대형 산불이 번지고 있어 4000명 넘는 주민이 대피했다.
지난주 버몬트주 몽펠리에의 하루 강수량은 134㎜를 넘어 역대 최대 기록을 썼다. 필라델피아 외곽 벅스카운티는 지난 주말 폭우로 어린이 2명을 포함해 5명이 사망했는데, 소방 당국은 15일 밤 45분 동안 170㎜의 비가 쏟아졌다고 밝혔다.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은 또 올해 10억달러(약 1조2600억원) 이상의 경제적 손실을 가져올 기후 재난이 이미 12건 발생했다며 2020년 기록한 역대 최다인 22개 기록이 깨질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일본에도 기록적인 폭우가 내렸다. NHK 등에 따르면 일본 북동부 아키타현에서는 지난 주말 아키타시 타이헤이산에 24시간 최대 강우량이 332㎜를 넘어 관측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일본 기상청에 따르면 최근 10년간(2013~2022년) 1시간 강수량이 50㎜ 이상이었던 횟수는 한 해 평균 328회로 집계 초기 10년(1976~1985년)의 1.5배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1시간 강수량이 80㎜ 인상인 횟수는 25회로 1.8배, 100㎜ 이상인 횟수는 4.4회로 2배 늘었다. 극단적인 기상 현상의 증가폭이 더 큰 것이다.
또 인도에선 몬순 기간 45년 만에 최악의 폭우가 내리면서 600명 넘게 사망했다. 중국 남서부 충칭지역에서도 폭우로 15명이 사망하고 주민 2600명이 대피했다.
전문가들은 슈퍼 엘니뇨 역시 인간이 초래한 문제라고 지적한다. 지구 온난화가 자연현상인 엘니뇨 발생 빈도 자체를 증가시키진 않지만 슈퍼 엘니뇨 가능성을 두 배 높인다는 연구가 있다고 CNN은 전했다.
캘리포니아대학의 폴 울리치 교수는 "올해는 분명 기상 이변 발생 건수로 기록을 깰 게 분명하다"면서 "온실가스 배출은 지표면 근처에 더 많은 열을 가두고 그 결과 기온이 상승하면서 공기 중 수분이 증가하고 지표면은 더 건조해진다. 과학자들은 기상 이변의 빈도와 강도가 증가하는 것은 인간이 기후 시스템을 망가뜨린 직접적인 결과라고 확신한다"고 경고했다.
윤세미 기자 spring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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