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락실2'의 이 기세는 '1박2일' 전성기 때 느꼈던 바로 그 바이브다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tvN 예능 <뿅뿅 지구오락실2>(이하 <지락실2>)에서 가장 이입이 되는 인물은 나영석 PD다. 방송사 시그널로도 춤사위를 만들고, 전혀 호흡을 맞춰본 적 없음에도 그럴싸한 꽁트와 예상 밖의 무대를 만드는 젊은 재능의 향연에 '잘 한다, 니네 진짜 잘 한다'는 감탄이 그의 입에서 절로 나온다. 이런 나영석 PD의 반응은 시청자의 심정과도 연결된다. 출연자들을 흥미롭고 애정 어린 눈으로 바라보게 되고, <신서유기>에서 우려먹을 만큼 우려먹은 게임과 설정 등을 그대로 가져와 두 번째 시즌을 보내고 있음에도 지루하기보다 즐기며 다음 주를 기다리게 한다.
그래서일까. 시청률도 시즌1에 비해 전반적으로 1%이상 높아졌다. tvN이 중요하게 여기는 남녀 2049 수도권 시청률도 시즌 후반부로 갈수록 올라가면서 지난주 방송은 지상파 포함 전 채널 동시간대 1위를 기록했다. 또한 지난 6월 한국갤럽의 '한국인이 좋아하는 TV프로그램' 조사에서도 전체 1위에 등극했는데 이는 2013년 조사 시작 후 여성 예능으로 1위를 기록한 최초의 사례다.
시즌1이 반향을 몰고 온 이유는 Z세대가 리얼버라이어티를 즐기는 방식이 워낙 신선했기 때문이다. 새로운 세대의 출현은 <지락실>의 화두이자 재미의 원천이었다. 랜덤플레이 댄스로 상징되는, K-팝 전성시대에 성장기를 보낸 또래집단의 흥과 에너지는 그야말로 뉴타입이었다. 현실에 발을 딛고 있는 생활력, 제작진의 설계를 벗어나는 의외성도 기존 예능 선수들의 풀이법과 꽤 많이 달랐다. 이들에게는 기존 리얼버라이어티에서는 보지 못한 놀라운 재능과 당당한 태도, 편견 없고 긍정적인 마인드, 평등한 문화가 있었다. 제작진과 출연진의 극한 대결구도라든지, 메인MC나 가장 나이 많은 인물을 구심점으로 두고 서열화한 관계망, 아전투구의 복불복, 샌드백 역할 캐릭터 등, 기존 요소의 대부분을 걷어내고도 게임쇼가 운용될 수 있다는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세간에서 여성 예능이라 평가받았지만 사실 주제는 '새로운 세대'였다. 여성 서사라기보다 최선을 다해서 즐기는 세대의 재능과 끼를 지켜보는 그 놀라움이 재미의 원천이었기 때문이다. 이 새로운 세대의 출현으로 인해 그간 방송가의 격언처럼 존재한 여자 예능의 어려움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는 설득력은 잃었다. <지락실> 시리즈가 대변혁을 이뤄낸 프로그램으로 평가받는 이유 중 하나다.
시즌2에서는 기세를 몰아 시즌1의 장점들을 더욱 밀어붙인다. 출연자들이 스스로 즐길 줄 알기에 세계관을 이루는 울타리와 가이드의 중요도를 낮추고, 관계망 형성을 위한 에피소드나 스토리텔링은 굳이 하지 않는다. 리얼버라이어티가 흥하고 쇠한 이유였던 성장서사도 됐고, 토롱이를 잡는 서사는 사족이다. 특히 시즌2에서는 토롱이를 잡는 스토리의 비중을 대폭 줄였다. 대신 나영석 PD의 한탄 및 투정이 늘어난 것처럼 세대론을 여전히 중요한 코드로 가져간다. 후배 PD의 프로모션을 진행한 시즌1과 달리 이우정 작가, 나영석 PD의 주목도와 존재감이 다시 높아졌는데, 그럼으로써 세대차에서 오는 재미를 더욱 부각하고, 애정 어린 열린 마음과 평등한 관계로 Z세대 출연자들과 서로를 마주하는 시선은 공감의 매개가 된다.
알다시피 <지락실> 시리즈는 게임과 캐릭터쇼로 점철된 극단적이고 원초적인 리얼버라이어티인 <신서유기>의 게임과 설정을 그대로 가져왔다. 별다른 호흡 없이 게임이 계속해서 이어지는 단조로운 패턴이라 자칫 지루해지기 쉽다. 그럼에도 시즌을 거듭하면서 미미를 비롯한 출연자들이 더욱 사랑스럽게 다가오고 프로그램의 인기가 더욱 올라가는 이유는 출연진의 재능과 몰입도가 '진짜'라는 데 있다. 그렇다보니 전혀 에너지 고갈의 기미가 보이지 않고, 제작진까지 모두가 함께 진정으로 즐거워한다. 이 기세는 과거 <1박2일> 전성기 때 느꼈던 바로 그 바이브다.
오늘날 게임쇼의 몇 안 되는 장점 중 하나는 웹예능 시대의 대중들에게 소구될 수 있는 짤과 밈 생성에 유리하다는 점이다. 미미의 여러 대형 오답과, 이영지를 필두로 한 아이브 복귀를 지원하는 자발적인 무비 촬영, <지락실>만의 특화된 콘텐츠인 승부를 잊은 댄스 타임의 흥겨움은 사실상 먹을 것을 건 게임의 승부보다도 기대하게 만드는 자생적 볼거리다. 리더나 제작진을 따르는 수동적인 포지션에 머물지 않고 각자의 영역과 역할을 맡아서 조화를 이루는 모습은 게임쇼의 가장 큰 약점인 시청자들이 우리가 왜 이 게임을 봐야 하는지 근본적으로 회의를 품게 하는 당위성을 덮어버린다.
처음 시도한 장학퀴즈에서 보여준 출연자들의 재능에 제작진처럼 다시 한 번 감탄했다. 별다른 이야기나 전환 없이 게임만 주구장창 이어지지만 계속해서 보게 되는 이유는 이들이 만드는 즐거운 분위기 덕분이다. 출연진이나 제작진 모두 수동적인 포지션에 머물지 않고, 흥미롭게 서로를 바라보고 신뢰하면서 어떤 대결구도가 아닌 함께 무언가를 해나가는 에너지와 즐거움이 따뜻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개선문을 전혀 모르는 멤버들을 함께 걱정해주고, 기상미션도 어떻게든 이기기 위한 이전투구가 아니라 이해와 배려를 바탕으로 펼쳐진다. 여기에 변화된 '채널십오야' 유튜브 채널의 방향성까지 맞아떨어져서 그런가. 유튜브 라이브를 통한 출연자, 제작진의 지원 사격까지 있다 보니 분위기가 무척 좋은 커뮤니티의 일원이 된 느낌마저 든다. <지락실2>의 외형은 게임쇼이지만 본질은 좋은 사람들이 펼치는 즐거운 이야기다. 그렇게 시즌을 거듭하면서도 흔하고 올드하다는 게임쇼를 바탕으로 다음 주가 기다려지는 새로운 게임쇼를 만들어냈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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