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전력 판매단가, 구입단가 앞질러…역마진 구조 깨졌다

국제유가 안정세에 전기요금 연쇄 인상 효과
회계상으론 여전히 영업적자…영업·법인세 등 포함해야

(시사저널=김은정 디지털팀 기자)

17일 한전의 '5월 전력 통계 월보'에 따르면, 지난 5월 한전이 발전사로부터 전기를 사들인 구입 단가는 kWh당 132.43원이었다. 이를 소비자에게 판매한 판매 단가는 kWh당 138.83원으로, 지난해 7월 이후 처음으로 판매 단가가 구입 단가를 앞질렀다. ⓒ 연합뉴스

한국전력(한전)의 지난 5월 전력 판매 단가가 구입 단가를 킬로와트시(㎾h)당 6.4원 역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써 지난해 7월부터 10개월 연속 유지됐던 한전의 역마진 수익 구조도 깨지게 됐다.

17일 한전의 '5월 전력 통계 월보'에 따르면, 지난 5월 한전이 발전사로부터 전기를 구매한 구입 단가는 ㎾h당 132.43원이었다. 이를 소비자에게 판매한 판매 단가는 ㎾h당 138.83원으로 지난해 7월 이후 처음으로 판매 단가가 구입 단가를 앞질렀다.

앞서 러시아-우크라이나 간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됐던 2021년말부터 국제유가 변동성이 커지며 한전의 전력 구입 단가는 판매 단가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해 왔다. 한전으로선 전기를 팔면 팔수록 손해를 입는 역마진 수익 구조가 이어진 것이다.

실제로 2021년 10월부터 올해 4월까지 19개월 동안 단 한달(2022년 6월)을 제외하곤 한전의 전력 구입 단가는 판매 단가보다 높았다. 같은 기간 이같은 역마진 폭(판매단가에서 구입단가를 차감한 액수)은 1㎾h를 기준으로 2022년 2월 -49.57원, 2022년 3월 -56.25원, 2022년 4월 -58.57원까지 점차 커졌다가 2022년 9월 -70.75원으로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런 역마진 구조는 2021년 이후로 누적된 45조원 규모의 한전 영업 적자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 적자난 해소 자구책 발표에 발맞춰 정승일 전 한전 사장이 정부에 사의를 표명하기도 했다.

지난 5월 전력 판매 단가가 구입 단가보다 높아진 건 지난 겨울부터 안정세를 보이기 시작한 국제유가 추이가 구입 단가에 반영되고, 정부가 지난해 5월 이후 전기요금을 네 차례 인상한 데에 기인한다. 지난 5월 기준 전기요금은 지난해 5월보다 ㎾h당 33.5원 인상됐다.

10개월 연속 지속되던 역마진 구조는 수익이 나는 구조로 돌아섰지만, 한전 재무상 회계장부에 바로 영업흑자로 반영되지는 않는다. 전기요금 산정 시 반영되는 '총괄 원가'에 전력 구입 단가와 판매 단가뿐 아니라 전기의 생산·공급에 들어가는 일체의 영업 비용과 법인세 비용, 송·배전망 등에 대한 보수 비용 등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전은 "전력 통계상 구입 단가와 판매 단가 차이가 '플러스'로 전환해도 재무적으로 영업흑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며 "전기 판매 수익과 구입 전력비를 제외한 나머지 매출과 영업비용의 차이를 상회할 수 있도록 전력 구입 단가보다 판매 단가가 더 높은 수준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