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타냐후 사법개편 재시동에 유발 하라리 "독재 우려…함께 해달라"

"정부, 대법원 장악하려 해…독재 물결 쏟아질 것"

전 세계적에서 8만부 이상 판매된 베스트셀러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 교수. 2016.4.29/뉴스1 ⓒ News1 허경 기자

(서울=뉴스1) 김예슬 기자 = 베스트셀러인 '호모 사피엔스'의 저자인 유발 하라리 이스라엘 히브리대 교수가 네타냐후 정권의 사법부 무력화 입법과 관련해 독재 가능성을 우려했다.

하라리 교수는 16일(현지시간) 미국 CBS방송을 통해 "역사상 많은 독재정권은 거리에서 탱크를 발사하는 것이 아니라 닫힌 문 뒤에서 (국민 모르게) 문서에 서명하는 것으로 수립됐다"며 "사람들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이해했을 때는 너무 늦었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에는 전체 견제와 균형 시스템이 있지만, 이스라엘에는 헌법, 상원, 연방 구조도 없다"며 "대법원 외에는 중앙 정부의 권한에 대한 다른 견제 장치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제 정부는 대법원을 장악하려고 한다"며 "성공한다면 그 힘을 제한하는 메커니즘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이미 우파 연정은 무슬림, 기독교인, 여성, 성소수자 등을 차별하는 수많은 법률을 제안했고, 그들은 대법원을 장악하기를 기다릴 뿐"이라며 "그 이후에는 독재의 물결이 쏟아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라리 교수는 "대법원이 무력화되면 정부는 시민의 투표권을 거부하거나 모든 독립 언론 매체를 폐쇄하는 등 쉽게 선거를 조작할 수 있다"며 "러시아가 선거를 하듯 이스라엘도 여전히 선거를 치르겠지만 독재국가가 될 것"이라고도 했다.

아울러 하라리 교수는 이스라엘의 문제가 비단 미국과 중동 지역 정세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것은 민주주의나 유대 민족에 관심이 있는 미국인들에게만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미국은 핵으로 무장한 중동의 새로운 군국주의적 독재에 곧 대처해야 할 수도 있다"며 "이스라엘 국민은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우리와 함께 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스라엘 텔 아비브에서 15일(현지시간) 정부의 사법개혁안을 반대하는 시위대가 이스라엘 국기 흔들고 있다. 2023.07.17 ⓒ AFP=뉴스1 ⓒ News1 정지윤 기자

이스라엘은 네타냐후 총리의 '사법부 무력화' 입법안으로 정치적 불안이 고조된 상황이다. 입법안은 크네세트(의회)의 사법부에 대한 실질적 통제권을 확보하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

당초 올해 초부터 이스라엘 전역에서 사법부 무력화 입법안에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지며,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지난 3월 입법을 중단하고 한발 물러섰다. 그러나 여야 간 대화가 지난달 결렬됐고, 극우 연정은 입법안 추진에 다시 시동을 걸었다.

특히 크네세트가 지난 11일 1차 독회에서 '사법부 기본법' 개정안을 가결한 이후 반(反)정부 시위가 다시 불붙고 있다. 시민들은 이스라엘 극우 내각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는 미국의 지지를 요구하며 성조기를 들고 거리로 나서기도 했다.

yeseul@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