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홍수·산불로 세계 곳곳 사망자 속출…“1.2도 상승의 결과”
계속 불타는 캐나다·아시아 기록적 홍수
올여름 폭염 절정 아직 안 와…재앙 예고편
기록적인 폭염이 아시아, 아메리카, 유럽 3개 대륙을 강타했다. 북반구 일부 내륙 도시들의 기온이 50도를 넘긴 가운데 폭염, 산불, 홍수로 인한 사망자도 속출하고 있다.
미국 기상청에 따르면 16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와 네바다주 경계에 펼쳐진 데스밸리 국립공원의 최고 기온은 화씨 128도(섭씨 53.33도)를 기록했다. 랜디 체베르니 세계기상기구(WMO) 연구원에 따르면 1913년 7월 1일의 화씨134도(56.67도) 이후 110년 만의 최고 기록이다. 세계에서 가장 더운 곳이라 여겨지는 데스밸리의 폭염 기록은 지난 달 이른 폭염으로 미국 남서부 지역에서 수십 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뒤에 관측된 것이라 기상 관계자들은 우려하고 있다.
이날 남서부 지역을 중심으로 폭염 경보가 내려져 미국인 3분의 1이 영향을 받았다. 캘리포니아와 네바다주 일부 공공기관은 ‘쿨링 센터’로 전환돼 3도 이상 화상을 입은 노숙자와 열 관련 질환이 걸린 노약자 등이 진료를 받았다. 텍사스 휴스턴 외곽의 건설 현장에서 후안(28)은 “물만 마시면 현기증이 나고 토하고 싶다”고 AFP통신에 말했다.
반면 펜실베이니아주에서는 지난 15일 폭우로 인해 돌발홍수가 발생하면서 불어난 강물에 승용차들이 휩쓸려 현재까지 5명이 사망했다. 생후 9개월과 2살된 아이들은 실종 상태이다.
사상 최악의 산불이 지속하고 있는 캐나다에서는 두번째 소방관 사망자가 발생했다. CBC뉴스 등에 따르면 이름이 아직 알려지지 않은 이 소방관은 15일 노스웨스트 준주 포트 리아드 근처에서 화재를 진압하다 입은 부상으로 사망했다. 19세 소방관 데빈 게일이 인접 브리티시 컬럼비아에서 화재 진압 작업을 벌이다 사망한 지 이틀 만이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두 번째 소방관 참변 소식에 “매우 가슴이 아프다”고 애도를 표했다.
캐나다산불센터에 따르면 캐나다 전역에서는 현재 약 900건의 산불이 타오르고 있으며 이 중 약 560건은 통제 불능 상태이다. 올해 들어 1000만㏊가 불에 탔다. 이는 지난 10년 동안의 평균치보다 3배 이상 많다.
남유럽은 지중해 전역에서 40도 이상의 폭염이 이어졌다. 이탈리아 보건부는 주말 동안 로마, 볼로냐, 피렌체 등 16개 도시에 적색경보를 발령했다. 샤르데나의 기온은 48도에 이르렀다.
스페인 라팔마 섬에서는 이번 주말 화재로 5000㏊가 불타 4000명이 대피했다. 스페인 적십자사 직원 패트리샤 산체스는 “모든 것이 불타고 있는 것을 보면 무력함을 느낀다”며 “화산으로 인해 모든 것을 잃고 북쪽에서 삶을 재건한 사람들이 다시 모든 것을 잃을 처지에 놓였다”고 AFP통신에 말했다.
튀르키예 서부 이즈미르 지역에서도 산불이 일주일 가량 계속되고 있다. 남부에서는 4명이 산불로 사망했다.
중국에선 16일 북부 신장위구르자치구 투르판 분지 싼바오향의 기온이 52.2도를 기록하며 역대 중국 최고 기온을 경신했다. 이전 최고 기록은 투르판 분지 아이딩호 인근에서 2015년 관측된 50.3도다. 중국 당국은 17일 신장 일부 사막 지역(40~45도)과 남부 광시 지역(39도)에 폭염경보를 발령했다. 반면 충칭 지역에는 15일 폭우경보가 발령돼 2600명 이상이 대피했다. 격렬한 폭우에 집이 무너져 떠내려가는 장면이 영상으로도 촬영됐다. 북부 내몽골 지역에도 폭우가 발생하고 있다.
인도 북부에서도 산사태, 돌발 홍수, 가옥 붕괴 등으로 지난 2주간 100명이 사망했다고 현지 당국이 밝혔다. 수도 델리에서는 지하철 시스템 일부가 중단됐다. 캄보디아의 수도 프놈펜 당국자들은 지난주 “3년 만에 가장 많은 폭우”가 내렸다고 말했다.
일본 47개 현 중 20개 현이 주말 사이 열사병 경보를 발령했다. 후쿠시마현의 히로노 마을은 17일 37.3도를 기록했다. 일본 기상청은 올여름 2018년 사이타마현의 최고 기온 기록 41.1도를 넘어설 수 있다고 밝혔다. 일본은 지난주 규슈에서 지역 정치인을 포함해 최소 8명이 홍수로 사망했다.
사레물 후크 방글라데시의 국제기후변화개발센터 소장은 북반구에서 나타난 일련의 극단적 기후는 서로 연관된 현상으로 “산업혁명 이후 지구 온도가 1도 이상 높아졌기 때문“이라며 ”과학자들이 훨씬 나중에 일어날 것이라 예측했던 일이 빠르게 닥치고 있다”고 알자지라에 말했다. 세계기상기구에 따르면 지구 평균 기온은 1800년대 중반 이후로 평균 1.2도 올랐다.
박은하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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