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내린 기업 신용등급’ 하반기도 두렵다

강봉진 기자(bong@mk.co.kr) 2023. 7. 17.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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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대 신평사, 상반기 신용등급 하향조정 건수 더 많아
등급전망도 부정적 많아, 하반기 등급 하향 가능성 커
석유화학·건설·디스플레이·금융 전망 어두워
고금리의 장기화, 악재 잇따라 발생해
인천 검단신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와 관련해 시공사인 GS건설은 지난 5일 사고가 난 아파트 단지 전체에 대한 전면 재시공 계획을 밝혔다.<사진=연합뉴스>
올해 상반기 국내 기업(발행사)의 회사채 신용등급이 하락한 비율이 높은 가운데 하반기에도 내릴 가능성이 커 우려가 더해지고 있다. 기업의 신용등급은 자금조달과 직결되는데 현재의 고금리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며 하락한 신용등급이 하반기 재무활동의 변수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17일 국내 3대 신용평가사(한국신용평가·한국기업평가·나이스신용평가)의 올해 상반기 신용등급 변동현황에 따르면 하락한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신용등급 변동 내역.<자료=한국신용평가>
한국신용평가의 경우 회사채 장기 신용등급을 평가하는 509개사 중 하향 조정된 경우 11개사로 상향조정(7개사)보다 많았다. 한국기업평가도 역시 장기등급이 하락한 경우가 15개사로 상승 기업(5개사)보다 많았다. 나이스신용평가의 경우는 상승(12개사)과 하락(11개사) 비중이 유사했다.

정승재 한국신용평가 연구위원은 “올해 상반기 경기둔화와 부동산 위험 확대, 금융환경 저하로 신용등급 변동은 뚜렷한 하향기조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신용등급 변동현황.<자료=나이스신용평가>
이에따라 기업 신용등급의 추이를 가늠해볼 수 있는 신용등급 상하향비율(상향 기업 수를 하향 기업으로 나눈 값·1보다 클 경우 상향 기업이 하향보다 많다는 뜻)은 지난해를 정점으로 하락하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의 최근 5년간 신용등급 상하향비율은 2019년(0.53배), 2020년(0.47배), 2021년(0.64배), 2022년(1.65배), 2023년 상반기(1.09배)순이다.
장기등급의 등급전망 부여 현황.<자료-한국기업평가>
우려가 되는 점은 향후 전망도 밝지 않다는데 있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향후 신용등급을 가늠해 볼 수 있는 등급전망(긍정적·안정적·부정적)의 경우 6월말 기준 부정적 전망이 35개사로 긍정적 전망(16개사)보다 배 가량 많다. 지난해말 등급전망 상황(긍정적 11개사·부정적 26개사)과 비교하면 부정 전망이 더 많이 늘었다. 김동혁 한국기업평가 전문위원은 “올해 상반기에 신용등급이 하락 우위로 전환됐는데 등급전망 부여 현황도 신용등급 하향압력이 여전히 높은 수준임을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올해 6월과 지난해 12월 기준 산업별 사업환경과 등급전망.<자료=한국기업평가>
신용평가사들은 주요 업종 중에서 석유화학, 건설, 디스플레이, 금융업종의 전망을 어둡게 봤다.

서찬용 나이스신용평가 평가정책실장은 “통화긴축 기조가 단기간내 완화되기 어려운 거시환경에 신규 사업장 착공 지연과 미분양위험 증가, PF(프로젝트파이낸싱) 우발채무와 운전자금 부담이 증가하며 건설업에 비우호적인 산업환경이 지속될 전망”이라며 “석유화학산업은 수급 불균형에 경기회복 지연으로 수익성이 저조한 가운데 투자집행에 따른 재무부담 증가가 신용등급 부담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기업평가는 조선·항공, 기계·방산, 음식료, 의류 등 일부 업종의 등급전망이 보다 나아졌으나 지난해말 가 같이 6월말 기준 현재도 우호적 사업환경에 있는 업종은 없다고 평가했다.

올해 상반기 신용등급 하향조정 주요기업.<자료=한국신용평가>
특히 금융업종에 대한 우려가 컸다. 노재웅 한국신용평가 금융·구조화평가본부 실장은 “6월말 기준 등급전망 부정적·하향검토가 6건으로 ‘긍정적·상향검토(4건)’보다 우세하다”며 “부동산 PF, 해외 대체투자 위험, 가계부채 등 금융환경의 불리한 환경을 고려할 때 추가적으로 신용도 하락 압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하반기에 만기가 다가오는 대규모 브릿지론(토지매입부터 본 PF 단계 이전까지의 대출), 미국· 유럽 등 상업용 부동산 자산가치 하락에 따른 국내 금융사의 투자 손실 우려, 고금리 지속에 따른 금융사의 손실 가능성 등을 감안할 경우 비은행 금융사(증권·카드·캐피탈·저축은행)의 신용도 하락 우려가 있다는 설명이다.

최근 불거진 일부 지역 새마을금고의 부실화, GS건설의 인천 검단 아파트 재시공 발표 등 일련의 사태도 결국 고금리와 부동산과 관련이 있다는 점에서 이에 대한 경계감을 늦춰서는 안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상만 하나증권 수석연구위원은 “안 좋은 일은 몰려온다는 말도 있듯이 최근 크레디트 시장과 직간접적으로 관련한 이슈들이 터져 나오고 있다”며 “새마을금고와 GS건설 사태의 원인과 진행경과는 다르지만 ‘인플레이션 지속→고금리 장기화 →부동산 경기둔화→부동산 금융경색’이라는 영향권에 공통적으로 처해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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