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업계 배불리는 동안, 골퍼 지갑만 ‘텅텅’.. 그린피 올린 수준, 최대 60만 원 “주말 골프 2번 더 칠 정도”
팬데믹 시기 그린피↑.. 골프장 매출 2조 원 이상 폭증
골프장 잇속 챙기기 ‘급급’.. 골퍼들 비용 압박만 심화
‘리무진카트’ 비롯 부대비용 인상 잇따라.. 캐디피 가세
접대골프 근절, “법인카드 사용액 손비 인정 말아야”
코로나19 특수에 따른 골프장 이용료(그린피) 폭등세를 따졌더니 골퍼 1인당 많게는 60만 원에 달하는 추가 비용을 떠안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주말 코스를 2번 이상 돌아도 될 정도라, 업계의 잇속 차리기 수준을 짐작하게 합니다.
‘코로나’라는, 사실상 국가적 재난상황이 골프장엔 고스란히 수익으로 돌아간 반면, 취미며 운동으로 접근한 골퍼들의 지갑만 축냈다는 얘기입니다.
일상회복기로 접어들어 골퍼들의 해외 이탈이 눈에 띄면서 이용료 등 인하 필요성이 제기되는데도, 오히려 각종 부대비용을 올려받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골프장들이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국가적 재난을 악용해 슬그머니 가격을 올려 떼돈을 버는 동안 골퍼들만 상대적으로 피해를 본 셈입니다.
부담을 나눠도 모자랄 시기엔 이용료를 올리고 부대비용까지 얹어 받으면서 제살 깎아먹기를 자초했다는 지적입니다.
■ 4년간 골퍼 1인당 43만~59만 원 추가 부담
오늘(17일) 한국레저산업연구소가 발표한 ‘코로나19 이후 골퍼들의 추가 지출액 추정’ 자료에 따르면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간 골퍼 1인당 43만 원에 달하는 추가 비용을 낸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이는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골프장 매출 순증가액 2조 4,863억 원을 골프 인구 578만 명에 대입해 산출한 수치입니다.
지난해 골프 인구 1인당 총지출액은 163만 2,000원으로 추산됐습니다.
신규 개장 골프장을 제외한 417개의 골프장 매출액은 지난해 6조 9,697억 원으로 2019년 4조 4,833억 원보다 2조 4,863억 원, 55.5% 급증했습니다.
대중골프장의 매출 순증가액은 2019~2022년 동안 1조 7,371억 원으로 2019년보다 63.6%, 회원제 골프장은 7,492억 원으로 43.1% 급증했습니다.
앞서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2016년부터 2019년까지 4년간 골프장 매출액은 3,311억 원 늘었는데, 이를 해당 기간 골프 인구 470만 8,000명에 대입하면 4년간 지출액 증가분은 7만 원 정도였습니다.
코로나 이전인 2016년부터 2019년 사이 7만 원 정도에 불과했던 골프 인구, 즉 골퍼들의 지출액 증가 폭이 2020년부터 2022년 사이 4년간 43만 원으로 껑충 뛰었다는 얘기입니다.
43만 원이면 대중골프장의 1인당 이용료(2020년 5월 기준)가 주중 18만 6,000원, 토요일 23만 3,000원임을 감안할 때 주중 2.3회, 토요일 주말의 경우 많게는 2회(1.8회) 골프를 더 칠 수 있는 비용입니다.
레저산업연구소 측은 “2020년부터 골프장 신규 공급이 더딘 데 비해 골프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골프장 수요와 공급 사이 불균형이 생겼고 코로나 시기, 외국 골프장 이용도 어려워지면서 이용료 폭등세로 이어진 것”이라며 “결국 골프장들이 코로나19라는 국가적 재난 상황을 악용해 가격을 올려 수입을 늘리는 사이 골프장 이용객들이 상대적으로 피해를 봤다는 뜻”이라고 풀이했습니다.
나아가 이른바 ‘접대골프’ 이용객 비중을 전체 27.5%로 전제하면, 접대골프 인구를 제외한 순수 골퍼들의 1인당 추가 지출 규모는 59만 3,000원, 거의 60만 원선으로 늘어납니다.
레저산업연구소에 따르면 골프장에서의 법인카드 사용액은 2021년 1조 9,160억 원, 전체 골프장 매출액 7조 123억 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무려 27.5%에 달했고 지난해에는 2조 1,000억 원에 달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럴 경우 1인당 추가 비용 규모만 주중 3회 이상, 주말 2.5회 골프를 더 칠 비용이 추가된 것으로 분석됩니다.
정작 골퍼들은 예전보다 더 큰 비용을 들여 빠듯하게 시설을 이용하는게 고작이지만, 그만큼 골프장들은 손님을 덜 받으면서도 이용료를 올려 수익을 더 챙겼다는 얘기로 해석됩니다.
■ ‘리무진카트’ 비롯, ‘17만 원’ 캐디피.. 부대비용 부담 가중
국내 골프장 수와 이용객 수와 관계를 비교하면 2018년까지 골프장 수급은 어느 정도 균형을 이루던게, 코로나19 사태 발생 이후인 2020년부터 골프 초과 수요현상이 가속화됐습니다.
골프장 신규 공급이 더딘데 반해, 골프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그린피 폭등세를 부추겼습니다.
18홀 환산 골프장 수는 2015년말 521.6곳에서 지난해말 582.3곳으로 11.6% 증가한데 반해, 골프장 이용객 수는 같은 기간에 3,393만 명에서 5,030만 명으로 48.2%나 급증했습니다.
제주 등 인기 골프장 등을 포함한 국내 골프장들은 영업이익률이 급등세를 이어갔습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급격한 상승세를 나타내 2018년까지 10%대에 머물렸던 골프장 영업이익률은 2020년 31.8%, 2021년 39.7%, 그리고 지난해에는 40.0%에 달하면서 세계 최고 실적을 경신했습니다.
반면 이웃 일본의 골프장들은 같은 기간 손익분기점을 넘기 위해 고군분투했지만 골프장 영업이익률(79개 사 기준)은 2020년 -6.2%에서 2021년 -2.2%로 적자 폭이 축소됐고 지난해에는 1.1%로 간신히 흑자 전환을 하는데 그쳤습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그린피 증가 폭이 더 두드러졌습니다.
대중골프장 그린피는 2020년 5월~2022년 10월까지 주중 33.9%, 토요일 24.8%나 급등했습니다.
더구나 부대비용들까지 가세했습니다.
골퍼들이 가장 불합리하다고 생각하는 캐디피만 해도 16.1%, 카트피는 10.1% 인상됐습니다.
골프장들이 최근 들어 팀당 카트피가 16만~36만 원짜리 ‘리무진카트’를 도입하는가 하면 캐디피도 팀당 17만 원 짜리까지 등장해 골퍼들의 지갑을 비워낸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세계 최고 수준의 한국 이용료와 부킹난을 피해 태국, 필리핀, 베트남, 일본 등으로 해외원정 골프인구가 급증하면서 외화 낭비를 부추기는 것으로까지 보고 있습니다.
실제 제주만 해도 올들어 골프장 내장객이 4개월 연속 감소하면서 전년 대비 도외 골퍼만 18만여 명이 줄었습니다. 지난해 하반기까지 포함하면 7개월 내리 내장객이 감소세인데다 골프장업계 안팎에서 올해부터 대중형 골프장 지정제 시행과 수도권 등 경쟁력 강화로 악재 우려를 쏟아내지만 요금 수준에는 이렇다할 변동이 없는 상황입니다.
‘리무진카트’의 경우에도 회원제 1곳, 대중제 1곳이 운영 중으로 요금은 회원제 22만 원, 대중제에선 20만 원을 책정한 것으로 파악됩니다.
골프장업계 한 관계자는 “일본과 동남아권 등 김포나 인천 등 다른 지역에서 해외노선 취항이 증가하고 해외 골프관광 선호도가 급증하는 추세”라면서 “일시적인 2, 3월 도민 할인 이벤트 등은 ‘반짝효과’에 그쳤고, 수요 유출이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습니다.
더구나 코로나시기, 국내 골프장들의 급격한 이용료 인상으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엔 골프장 횡포를 고발하는 청원이 4건이나 등장하는 등 사회 문제로까지 이슈화되기도 했습니다.
정부가 골퍼들의 불만을 해소시키고 그린피를 낮추기 위해 신설한 비회원제 효과도 규제개혁위원회가 비회원제 기준 그린피를 '최고 그린피'에서 '평균 그린피'로 바꾸면서 유명무실하게 된 상황이기도 합니다.
때문에 일반 골퍼들의 불만을 잠재우면서 사치성 고급스포츠로 회귀를 막기 위해 법인카드의 골프장 사용액 전체를 손비(損費. 기업이 영업활동을 하며 발생하는 자산 유출액 또는 부채 증가액을 일컫는 말. ‘손비’ 처리를 많이 하면 그만큼 법인소득이 줄어 법인세가 감소함)로 인정하지 않는 등 적절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서천범 한국레저산업연구소 소장은 “코로나19 특수로 골프장들이 막대한 수익을 내면서도 정작 카트피·캐디피를 추가로 올린데 이어, 최근 ‘리무진카트’까지 도입해 578만 골퍼들의 골프장에 대한 불만을 부추기는 실정”이라면서 “골프장에 대한 불신은 깊어지고 해외 등지로 수요 유출 우려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비용 전반에 대한 다양한 접근과 개선책 논의가 어느 때보다 시급한 시점”이라고 주문했습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 (jhkim@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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