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사 2시간 전 '그들은 뭐 했나'…홍수예고에 통제 안하고 서로 '네탓'

박재원 기자 2023. 7. 17.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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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통제소, 오전 6시34분 홍수위험 예고했지만 교통통제 안돼
청주시 전달받고 뭉갰는지, 흥덕구청 건설과 전달 안했는지 '의문'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청주=뉴스1) 박재원 기자 = 다수의 인명 피해가 발생한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 참사가 재난당국의 부실 대응 탓이란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지난 15일 미호천교 지점 임시 제방 붕괴로 쏟아져 나온 강물이 직선거리로 400m 떨어진 지하차도로 밀려들어 가는 긴박한 모습이 충북도 도로관리사업소 CCTV에 포착된 시간은 오전 8시40분쯤이다.

당시 미호천교 지점은 심각 단계인 계획홍수위(9.2m)에 근접해 월류가 임박한 상황이었다.

◇사고 원인

미호천교 임시 제방은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이 오송~청주(2구간) 도로확장사업을 위해 쌓았다. 다리를 새로 놓기 위해 교각을 세우는 과정에서 기존 제방(12.8m)을 없애고 임시 제방을 쌓아 올린 것이다.

임시 제방은 모래를 쌓아 방수포를 덮는 정도의 말 그대로 '모래성' 수준이었다.

주민들 사이에서는 "공사업체가 공사 편리를 위해 제방을 뚫어 놓았다가 사고 1시간 전쯤 부랴부랴 다시 제방을 쌓았다"는 목격담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행복청은 임시 제방은 지난 7일 기존 제방 높이로 쌓았고, 사고 당일 수위가 급격히 상승해 장비 1대를 동원해 제방을 더 높이는 보수작업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역시도 역부족이어서 결국 임시 제방이 터졌고, 이 사이를 뚫고 나온 강물이 순식간에 저지대인 궁평2지하차도로 6만톤가량 쏟아져 들어가면서 차량 16대가 고립돼 물에 잠겼다.

16일 미호천 제방 유실로 침수된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서 군과 소방당국이 구조작업을 하고 있다. 2023.7.16/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참사 2시간 전 뭐 했나

이에 앞서 이 도로 관리 책임이 있는 도와 시는 무엇을 했을까.

금강홍수통제소는 지난 15일 오전 4시10분 궁평지하차도 인근 미호천교 지점 홍수주의보(수위 7m)를 홍수경보(8m)로 격상하는 발령서를 충북도와 청주시, 청주시 4개 구청 등에 전달했다.

여기까지가 홍수통제소의 역할이다. 매뉴얼에 따라 홍수경보까지 재난당국과 관계기관에 통보하면 된다.

하지만 금강홍수통제소는 미호천교 지점이 계획홍수위에 근접하자 청주시 흥덕구청 건설과로 위험을 예고하며 홍수에 대비하라고 전화 연락했다. 이때가 사고 발생 2시간 전인 오전 6시34분이다.

흥덕구청 건설과는 이를 시청 안전정책과와 하천과로 전달했다고 한다. 취재결과 하천과 국가하천팀이 구청에서 연락받은 시간은 대략 6시40분. 하천팀은 주민 대피와 도로 통제 등은 안전정책과로 전달해야 한다고 답했다.

흥덕구청 건설과는 이어 안전정책과로 연락했다고 한다. 문제는 시청 안전정책과에서는 누가, 언제 미호천교 위험 상황을 전달받았는지 모른다는 것이다.

이범석 시장과 박원식 흥덕구청장 역시 이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이 같은 사실을 종합하면 시청 안전정책과에서 범람 위험 상황을 전달받고도 이를 뭉갰거나, 흥덕구청 건설과에서 아예 안전정책과에 전달조차 하지 않았던 것일 수도 있다.

상황을 전달받았다면 시청 안전정책과는 당연히 풍수해 재난 매뉴얼에 따라 충북도를 비롯해 관련 기관에 전파했어야 했다.

위험 징조를 예고했음에도 청주시가 넋 놓고 있던 사이 궁평2지하차도는 침수돼 13명의 목숨을 앗아간 사상 최악의 수해로 기록됐다. 오송지역은 쑥대밭이 됐다.

충북도 역시 연락받은 게 없다고 해명하지만, 수위상승과 급류 등에 의한 하천 제방 붕괴, 유실 등에 대비했어야 했다.

◇대처도 미흡

궁평2지하차도 침수 신고는 오전 8시45분 소방당국에 접수됐다. 이어 경찰과 구조대가 출동해 도로를 통제했다. 이때가 오전 9시쯤이다.

통제가 이뤄진 뒤에야 도로 관리 책임이 있는 충북도 관련부서는 뒤늦게 현장에 도착해 상황을 파악했다.

청주시의 재난 관련 문자메시지도 사고 발생 8시간 후인 오후 5시42분에 전파됐다. 오후 5시59분에는 시 공식 페이스북에 미호강 범람으로 침수 위험이 있어 대피해 달라는 글을 게재했다.

사고 당일 오전 10시25분 첫 시신 인양이 이뤄졌는데도 시 재난 문자는 느긋하게 여유를 부린 것이다. 재난 문자에서도 궁평2지하차도 침수 내용은 빠져 있었다. 시가 궁평2지하차도 침수 사실을 몰랐던 것 아니냐는 의혹을 사는 대목이다.

이런 탓에 오송역을 오가는 운전자들은 영문도 모른 채 1시간 넘게 걸리는 다른 길로 차량을 우회해야 했다.

2020년 7월 부산에서 3명이 숨진 초량지하차도 사고에 구청장 등 공무원 11명이 부실 대응으로 기소돼 금고형 등을 받았다.

충북경찰청은 이번 참사와 관련해 전담수사본부 88명을 꾸려 행복청과 충북도청, 청주시청·관할구청을 수사할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참사를 중대재해처벌법에 해당하는 중대시민재해로 판단한다.

ppjjww12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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